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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미의 역정』은 중국 미학사인 동시에 중국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라 할 만하다. 3000년이 넘는 중국 미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흐름을 유가 전통으로 설정하고, 그것의 시대별·장르별 흐름의 특색을 잡아내고 있다. 벤야민은 1930년대 파리를 관찰하기 위해 ‘산책자’(the Flâneur) 의 시점을 선택했지만, 3000년이 넘는 중국이라는 시공간을 관찰하기 에 산책자의 어슬렁거림은 안이해 보인다. 리쩌허우는 부득불 거시적 조망의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물론 부분적으로 산책자의 여유를 보이 기도 하지만, 주요하게는 조감자(aeroviewer)의 시선을 취하고 있다. 조 감자의 시선은 우선 예술사회학의 관점에서 3000년이 넘는 대하(大河) 물줄기의 본체에 초점을 맞춘다. 리쩌허우는 선진(先秦) 시대에 형..

서평 2023.01.25

‘중국중심주의’와 ‘대한족주의’ 비판

4. 비판적 중국연구의 과제의 2) 중국 소수 에스닉의 정체성은 한족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 현재 94%에 달하는 한족(漢族, Han ethnic)과 그것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중화 네이션(Chinese nation) 그리고 그 정치 형태인 중국 이라는 국가(China state)는 소수 에스닉을 명명하고 소환해서 구 성하는 대타자인 셈이다. 사실 55개 소수 에스닉은 바로 ‘한족– 중화 네이션–중국’에 의해 역사적으로 ‘식별’되었음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 소수 에스닉의 정체성은 한족 정체성과는 대립하 지만 중화 네이션 정체성에는 포함된다. (…) 그러나 중화 네이션 정체성은 한족 정체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중화 네이 션 정체성 내에서 소수 에스닉은 주변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32 ‘..

유럽중심주의와 오리엔탈리즘 비판

4. 비판적 중국연구의 과제 의 1절 근현대 비서양 사회의 지식인들은, 유럽의 ‘모던’ 과정이 있었고 비서양 사회는 그것을 모범으로 삼아 다소간의 특수성을 가미해서 ‘근현대’ 과정을 겪은 것으로 이해해왔다. 이를테면 중국공산당이, 맑스-레닌주의의 보편적 원리와 중국의 특수한 상황을 창조적으로 결합한 것으로 마오쩌둥 사상을 평가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심지어 ‘모던’을 유럽인의 삶의 이해로 보고 유럽 이외 지역의 ‘근현대’는 그것을 모방한 것이므로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는 ‘의사(擬似)-근현대’와 ‘의사-탈근현대’가 있을 뿐이라는 극단적 주장도 있다.15 그러나 이런 이해와 주장이 그동안 간과해온 사실은 유럽의 모던이 유럽 내 부에서 순수하게 형성·발전한 것이 아니라 ‘유럽과 유럽 외부의 관계’를 통해서 ..

‘비판적 중국연구’를 위한 몇 가지 접근법과 과제

112호, 2022년 겨울, 269-290쪽. * 이 글은 중국문화연구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2022.10.14.)에서 발표한 같은 표제의 글을 수정․보완했다. 해방 이후 한국에서 사회주의 중국을 비판적으로 연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기본 정보의 수집조차 불가능했던 중국연구는 한편으로 사회주의 중국을 ‘죽의 장막 속 괴물’로 단정하게 만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수준에서 그것을 ‘인민 천국’으로 상상하게 했다. 그런 가운데, 반공 이데올로기의 금제 아래 사회주의 중국연구의 물꼬를 튼 리영희, ‘비판적 중국연구’의 깃발을 내건 백영서, 세계체계의 틀에서 중국을 고찰한 백승욱, 그리고 ‘중국 특색의’ 제반 관행을 적시하며 ‘비판적 중국연구’..

성별 중국, 젠더 중국

봉건 중국에서 가부장제의 억압 아래 있었던 여성은 사회주의 중국에서 ‘하늘의 절반’이라는 수사와 함께 해방되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중국에서의 여성해방은 많은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무성화(無性化)’의 방향으로 진행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신중국 건국 후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사회로부터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하늘의 절반’으로 격상된 사회주의 사회로 변모했다. 그러나 서유럽 페미니즘 학자들이 참관하러 올 정도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사회주의 중국의 여성해방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여성해방이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니고 위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토대가 취약했다. 아울러 기초 간부에는 여성이 많이 배치되어 있지만, 고위 간부, 이를테면 대학의 ..

6세대 감독: 도시영화와 독립영화

5세대를 비판하며 등장한 젊은 신생대 감독들은 ‘6세대’라고 불리는데, 이들이 국제영화제를 겨냥해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선배인 장이머우 등에서 배운 것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한국 관객에게 이들의 초기 작품―장위안(張元)의 과 자장커(賈樟柯)의 등―은 일부 평론가와 소수의 마니아 그룹을 통해 수용되었다. 6세대의 특징으로 도시영화와 독립 제작을 꼽을 수 있다. 전자가 영화의 제재 또는 배경이라면 후자는 제작 방식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 도시영화는 예술, 정치, 자본, 주변성의 네 가지 요소들이 국내외의 ‘시장’을 중심으로 협상과 타협을 진행하면서 예술영화, 주선율영화, 오락영화, 독립영화의 지형도를 형성하고 있다(Zhang, 2002: 71~73). 5세대의 명성을 국내외에 날리게 했던 작..

다이진화의 5세대 감독론

세계 영화계에 중국영화의 출현을 알린 5세대는 ‘1982년 중국영화사에 나타난 최초의 청년촬영제작팀과 1983년 말과 1984년에 조용히 작품을 발표하여 흥미와 경이를 불러일으킨 청년창작집단’을 가리킨다. 다이진화는 ‘중국 뉴시네마’라고도 불리는 5세대 영화를 1983년부터 1987년으로 한정(다이진화, 2009b: 119)하면서, 천카이거(陳凱歌)의 를 대표작으로 들고 장이머우(張藝謀)의 을 유럽 영화계에서 중국영화의 등장을 확실하게 알린 작품으로 꼽았다. 그리고 베를린영화제의 명명으로 중국 5세대 영화의 국내외적 지위가 확립된 동시에 5세대 영화가 지녔던 ‘영화언어 혁명’과 문화비판/자기반성의 특정 역할이 종결되고 변경되었다(戴錦華, 2006: 115)고 평가한다. 이들은 영화사적 의미에서도 중요하지..

1980∼90년대의 문화지형도: 숨겨진 글쓰기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운동’은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1980년대 초 덩샤오핑(鄧小平)은 정치체제 개혁 문제를 제기해 중국공산당 제13차 대회에서 체제개혁의 임무를 제시했다. 그러나 덩샤오핑은 민간 사회운동을 진압함으로써 정치체제 개혁을 방치하고 경제체제 개혁에 집중해 반쪽의 성공을 거두었다. 덩샤오핑의 개혁은 “일종의 행정 개혁이었고, 구체적인 공작 제도, 조직 제도, 공작 방법, 공작 작풍에 속하는 개혁”이며, “공산당의 일당전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고, “공산당의 일당전제에 영향을 주거나 이를 약화시키는 어떤 개혁도 덩이 단호하게 거부했다”(전리군, 2012: 313). 첸리췬은 당시 정치 상황이,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한 공산당 강경파, 자오쯔양(趙紫陽)을 ..

샹뱌오, 2022, 『주변의 상실―방법으로서의 자기』

주변의 상실방법으로서의 자기샹뱌오 지음, 우치(대담), 김유익·김명준·우자한 옮김 l 글항아리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65718.html 시진핑 1인 통치시대…중국 청년들이 ‘중화’ 모자 벗어던진다면 [책&생각] 인류학자 샹뱌오와 청년들 대화‘주변’ 상실한 시대 진단무한경쟁에 상처받은 청년세대‘강대국 환상’으로 도피 www.hani.co.kr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3674371&start=slayer 주변의 상실 샹뱌오의 이러한 글로벌한 학문적 여정과 혼돈의 시대에 ‘자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색을 잘 보여준다. 중국에서 출간된 인터뷰집 『방법으로서의 자기』, 그의 미디어 인..

요약 발제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