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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와 서독>: 망각과 기다림의 서사

고독하고 불안하며 사랑에 버림받은 현대 도시 젊은이들의 심리상태를 특유의 영상으로 그려내고 있는 홍콩의 영화감독 웡카와이(1958년생)는 그의 특이한 무협영화 (1994)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의 홍콩의 상황을 특이한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웡카와이의 작품은 그 구성이 튼실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작품이 도시 주변부 인간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으며, 홍콩의 일상을 특유의 세기말적 분위기 속에서 집요하게 추적한다”(크라머, 2000: 326). 특히 그는 반환을 앞둔 홍콩인들의 불안한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홍콩인다움(HongKong-ness)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1994)에서는 두 쌍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매개로 하여..

홍콩영화와 1997년

장이머우(張藝謀)와 허우샤오셴(侯孝賢)이 알려지기 훨씬 전, 우리는 홍콩영화를 중국영화 전부로 알았고 홍콩영화는 한국인의 주요한 오락거리의 하나였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1968년) 중학교 무시험 입학제도가 발표된 후 첫 휴일이었던 ‘제헌절’, 입시에서 해방된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친구들과 (1966)을 감상한 것이 필자 기억 속의 첫 번째 홍콩영화였다. 이후 지미 웡(Jimmy Wong: 王羽)은 ‘외팔이 시리즈’와 함께 나에게 친숙한 외국 배우가 되었고 1970년대의 브루스 리(Bruce Lee: 李小龍)가 그 뒤를 이었으며 그 후 재키 찬(Jackie Chan: 成龍)이 나왔다. 여기에 창처(Chang, Cheh: 張徹)―킹 후(King Hu: 胡金銓)―추이 학(Tsui, Hark: 徐克)의 무협..

포스트식민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홍콩문화

홍콩의 포스트식민 문화에 대한 서술은 여러 논자에게서 보인다. 추유와이(Chu Yiu-wai, 朱耀偉)는 홍콩의 포스트식민 담론이 주변성(marginality), 혼성성(hybridity), 틈새성(in-between-ness), 제3공간(third space) 등의 중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張美君·朱耀偉, 2002: 4). 렁핑콴(梁秉鈞)은 홍콩 사회가 “몇 가지 다른 식민주의가 중첩”(也斯, 1995: 19)되었음을 지적한다. 명확하게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것들은 영국-일본-영국-중국의 홍콩 지배와 연결된 것일 터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홍콩인들도 이런 타자로서의 의식을 내면화하여 자신의 문화를 멸시하고 깔보고 입에 올리지 않으며 심지어 그 존재를 소외시키고 무시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

반환 이후의 홍콩인 정체성

반환 이후 홍콩인 정체성을 내셔널 정체성과 에스닉 정체성 또는 지역적 정체성의 길항(拮抗)으로 파악하는 훙호펑(Hung, 2018)은 홍콩인 정체성의 주체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등장한 전후 베이비붐 세대와 ‘신중간계급’의 등장에 주목한다. 이들은 1930년대에 형성된 영국의 식민지 행정부, 영국 부르주아계급, 중국 부르주아계급으로 구성된 ‘지배 엘리트 연합체’에 반감을 품고 홍콩적 삶의 방식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계층으로 성장했다. 여기에서 반환 전과 후에도 ‘관료 엘리트’와 함께 여전히 ‘지배 엘리트’ 그룹에 속하는 중국 부르주아계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앨리스 푼(Poon, Alice)에 따르면, 홍콩의 중국 부르주아계급은 주로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토지를 ..

반환 이전의 홍콩 서사

흔히들 홍콩의 경제 발전을 거론할 때 ‘결핍과 보상의 이원 대립’을 들곤 한다. 즉 정치적 자립의 결핍에 대한 보상심리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했고 그 결과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당신이 자신의 정치 지도자를 선택할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옷은 선택할 수 있다”(Abbas, 1997). 악바르 압바스(Abbas, Akbar)의 언급은 홍콩의 ‘경제주의’와 ‘물질주의’에 대한 경멸감이 묻어있다. 이런 맥락에서는 홍콩의 경제적 성취가 뛰어날수록 그것은 자신의 경제 외적 결핍과 타락의 증거로 간주될 뿐이었다. 이에 대해 레이 초우(Rey Chow, 周蕾)는 ‘정치적 자결권이 없는 홍콩의 물질주의는 보상적 성격이고, 정치적 자결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물질주의는 자연스러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홍콩의 문화정체성

1997년 반환 이전 ‘홍콩인’들은 식민지 주민으로서의 치욕감보다는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중국인이라 하기에는 너무 오랜 기간 본국과 격리되었다. 그렇다고 식민종주국인 영국의 국민으로 편입될 수도 없었다. 반환 이전 홍콩인들은 넓은 의미의 중국에 대해서는 ‘동일성을 인식’하지만, 당시 대륙 정권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었다. 특히 ‘문화대혁명’ 이후 일부 급진 좌파를 제외하고 대륙에 대해 홍콩인은 공포감과 함께 ‘우월한 문명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우월한 문명 의식’은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영국 식민통치의 잔재 가운데 민주주의 제도와 자유 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대륙에서 손상되었지만 홍콩에는 남아있던 중국 전통문화다. 사실 홍콩..

슈티르너의 유일자

우리는 서양 근현대 철학사를 섭렵하고 있는 루쉰의 방대한 독서량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가운데 익숙지 않은 한 이름에 주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막스 슈티르너(Stirner, Max)다. 왕후이는 흔히 알려진 대로 루쉰이 니체의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와 다른 맥락에서 슈티르너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음을 여러 차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왕후이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루쉰의 ‘개체성 원칙’은 상당 부분 슈티르너의 『유일자와 그 소유』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왕후이의 판단이다. 루쉰은 1922년 「『노동자 셰빌로프』를 번역하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들 중에는 가끔 내가 니체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내게 대단히 불가사의하다. 이유는 지극히 간단한데, 나는 니체를 읽은 ..

서평 2023.09.23

막스 슈티르너, 2023, 『유일자와 그의 소유』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09615.html?_ga=2.110033863.391243160.1695429909-1008635838.1695429909 [책&생각] ‘유일자’ 슈티르너 “국가는 나의 적이다” 19세기 독일 아나키즘 선구자슈티르너의 문제적 저작 우리말로유일자란 고유한 존재인 나 자신개인 위에 군림하는 국가·신 거부 www.hani.co.kr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4746940 유일자와 그의 소유 당대의 사상적 경향에 전면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문제작이다. 후일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슈티르너를 비판하는 데 책의 절반을 할애할 만큼 그의 문제 제기를 진..

요약 발제 2023.09.23

중국적임(Chineseness)에 대한 이론적 검토

레이 초우(Chow, Rey. 周蕾)는 ‘중국적임(Chineseness)’을 이론적 문제로 다루기에 앞서 ‘중국적(Chinese)’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는다. 초우는 자크 데리다(Derrida, Jacques)의 ‘대리보충(supplément)’ 개념을 가져와 중국의 사례에서 ‘에스닉 대리보충(ethnic supplement)’의 문제의식이 두드러짐을 지적해낸다. 데리다 자신도 ‘위험천만’하다고 판단한 대리보충은 두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하나는 과잉 또는 잉여다. “보충은 첨가이고 잉여이고 또 다른 충만함을 풍부하게 하는 충만함이고 현전의 과잉(comble)이다. 그것은 현전을 겸하는 동시에 현전을 축적한다. 이런 식으로 예술, 테크네(techné), 이미지, 대리 표현, 계약 등은 자연을 보충하고 이..

[문화/과학] 2023 문화비평 공모전 (~9월 15일까지 접수)

문화이론 계간지 『문화/과학』 에서 '2023 문화비평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공모전은 비판적인 문화연구와 실천적 현실비평을 촉진하고 문화연구의 새로운 필진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며, 자격 제한없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주제는 제한이 없으나 최근 한국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적 현상과 쟁점에 대해 문화론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진단하는 글을 환영합니다. 기성의 잡지나 학술지, 무크지에 게재된 적이 없는 글이어야 합니다. 형식은 A4용지의 한글 파일이며 참고문헌 표기는 기출판된 『문화/과학』 지와 홈페이지를 참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당선자에게는 상금 100만원이 수여되며, 당선작은 『문화/과학』 에 실리게 됩니다. 이번 공모전이 문화연구와 비평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에게 좋은 발표의 기회가 되..

카테고리 없음 2023.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