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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인모상(衆人摸象)의 함정에서 나가기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인식론(epistemology)의 문제이기도 하다. 장님, 즉 시각장애인이라는 주체가 코끼리라는 대상을 만지기라는 방식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나 논자들은 인식 주체를 동일한 수준의 주체로 상정하지만, 코끼리 만지기의 결과는 인식 주체의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아울러 코끼리를 만지는 시각장애인이 기둥, 구렁이, 부채, 벽, 밧줄 등을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학습의 결과라면, 각자 인식한 내용을 종합해 코끼리 인식도 학습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둥 같은 다리, 구렁이 같은 코, 부채 같은 귀, 담벼락 같은 몸통, 밧줄 같은 꼬리로 구성된 동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식 주체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개인은 전체를 ..

김희교의 『짱깨주의의 탄생』을 읽고

『짱깨주의의 탄생』은 한국인의 혐중 정서를 ‘짱깨주의’라고 개념화해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중국(인) 혐오 흐름을 면밀하게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독자 대중의 큰 호응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 따르면, ‘짱깨’는 ‘주인장’을 뜻하는 중국어 ‘짱궤이(掌櫃)’에서 온 말이다. 선생을 ‘敎書的(人)’ 즉 ‘책을 가르치는 사람’이라 하는 것처럼, 주인장을 ‘掌櫃的(人)’ 즉 ‘계산대를 장악한 사람’이라 하고, 줄여서 ‘掌櫃(zhabggui)’라 한다. 국립국어원의 에 따르면 ‘장구이’라고 표기하지만, 속어적 표현인 만큼 경음화를 거쳐 짱꾸이, 짱꾸에이, 짱꿰 등으로 표기되었고, 이것이 적당한 변화과정을 거쳐 ‘짱깨’라고 표기된 듯하다. 이렇게 안착한 ‘짱깨’는 중국(인)을 혐오하는 비칭(卑稱)..

서평 2023.04.20

중국이라는 코끼리 만지기

몇몇 논자는 중국을 코끼리에 유비(analogy)했다. 키워드는 ‘거대함’이다. 코끼리의 유비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속담을 연상하게 되는데, 중국어에서도 ‘중맹모상(衆盲摸象)’이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있다. 여러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부위에 따라 기둥(다리), 구렁이(코), 부채(귀), 벽(몸통), 밧줄(꼬리) 등으로 인식하고 다른 장님의 인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이 속담에는 ‘부분만 알고 전체를 알지 못하면서 멋대로 추측한다’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관련된 성어로 맹인모상(盲人摸象)과 중인모상(衆人摸象)이 있다. 임명묵(2018)은 비(非)전공자임을 강조하며 ‘거대한 코끼리를 앞에 둔 장님’의 입장에서 ‘대중을 위한 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진핑의 부상’과 ‘일..

혐중(嫌中)에서 여중(與中)으로

대륙 옆의 반도라는 지정학적 이유로 한국은 중국과 오랜 교류를 이어왔다. 또 같은 이유로 근현대 100년의 공백을 뛰어넘은 수교 이후 중요한 무역 상대국으로 자리 잡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거나 ‘짱꼴라’라 부르며 맹목적으로 무시하고 혐오하는 한국인의 숫자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수교 이전의 적대 관계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자아내고 있다. 한국인의 중국 인식을 역사적으로 고찰해보면, 전통 중국에 대한 관습적 존중으로부터 서양의 중국위협론의 영향을 받아 중국 혐오로 나아가는 경향을 읽을 수 있다. 소름 돋는 반공주의의 질곡에 사로잡혀 있던 한국인들에게 마오쩌둥과 사회주의 중국을 처음으로 소개한 이는 리영희 선생이었다. 그러나 리 선생의 노력은 ..

홍콩보안법 3년…대만 서점은 ‘홍콩 디아스포라’의 안식처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78967.html?_ga=2.199559016.714122460.1676004199-1930545373.1676004199 홍콩보안법 3년…대만 서점은 ‘홍콩 디아스포라’의 안식처 타이베이 장제핑의 ‘페이디서점’ 곧 1주년1주 출장 왔다 보안법 체포 위기에 대만 도피 4년째…“부모님도 몰라”홍콩 2040대 서점서 망향·비전 나눠 www.hani.co.kr 飛地(Enclave): 어느 행정구역의 관할에 속하지만 본 구역과 인접하지 않는 토지 https://www.baidu.com/s?ie=utf-8&f=3&rsv_bp=1&rsv_idx=1&tn=baidu&wd=%E9%A3%9E%E5%9C%B0&fenlei=256&rsv_pq=0..

가져온글 2023.02.10

중국 미학의 적전구조

『미의 역정』이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라면, 『화하미학』은 미학 사상의 논리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의 논리화는 역사적인 것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중국 미학의 역사와 더불어 자신의 논리를 구축하고 있다. 화하(華夏)미학은 유가 사상을 주체로 하는 중국의 전통 미학을 가리킨다. 유가는 오랫동안 깊고 넓은 사회적·역사적 기반을 다져 왔으며, 끊임없 이 다양한 학파의 주장을 흡수하고 동화하여 자신을 풍부하게 발전시킴 으로써 중국 문화의 주류와 기본을 이루었다(리. 쩌허우 2016, 4) 이것이 중국 전통 미학 사상을 바라보는 리쩌허우의 기본 입장이다. 유가 미학은 비(非)디오니소스적 ‘예악’ 전통을 역사적 근원으로 삼고, ‘호연지기’와 ‘천인합일’을 기본 특징으로 삼고 있다. 화하미학의 핵심인 유가 미학의 ..

서평 202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