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논자는 중국을 코끼리에 유비(analogy)했다. 키워드는 ‘거대함’이다. 코끼리의 유비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속담을 연상하게 되는데, 중국어에서도 ‘중맹모상(衆盲摸象)’이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있다. 여러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부위에 따라 기둥(다리), 구렁이(코), 부채(귀), 벽(몸통), 밧줄(꼬리) 등으로 인식하고 다른 장님의 인식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이 속담에는 ‘부분만 알고 전체를 알지 못하면서 멋대로 추측한다’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관련된 성어로 맹인모상(盲人摸象)과 중인모상(衆人摸象)이 있다. 임명묵(2018)은 비(非)전공자임을 강조하며 ‘거대한 코끼리를 앞에 둔 장님’의 입장에서 ‘대중을 위한 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진핑의 부상’과 ‘일대일로’에 초점을 맞춰 마오쩌둥 사후 중국의 변화를 읽어내고자 했다. 한청훤(2022)도 자신이 군맹(群盲)의 하나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한국인의 혐중 인식의 일차적 원인을 중국에서 찾으며 그걸 ‘차이나 쇼크’라고 명명하고 그것이 한국에 ‘실체적인 위협이자 거대한 리스크’가 되었다고 확신한다. 한편 중문학자 공상철(2020)은 오랜 교학 경험을 바탕으로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더듬듯이’ ‘부분으로 전체를 상상하거나 마음대로 재단하는 일’을 경계하면서, 중국 근현대사, 농촌 문제, 세계의 공장, 일대일로, 코로나 등에 초점을 맞춰 ‘신냉전 시대의 중국 읽기’를 시도한다. 중국사학자 김희교(2022)도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이라는 부제를 통해 한국인의 중국 인식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 수준임을 비판했다 할 수 있다. 임명묵과 한청원 그리고 공상철은 장님의 코끼리 만지기를 자인하거나 경계했지만, 중국을 코끼리로 유비하고 한국인의 중국 인식을 장님 코끼리 만지기로 상정했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김희교 또한 한국인의 중국 인식 수준을 높게 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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