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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자본주의와 당치국가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이하 20전) 이후 당국(黨國) 체제의 중국과 중국공산당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정치국 상무위원 중심의 ‘집단지도체제’로부터 ‘시진핑(習近平) 일인 지배체제 구축’을 특징으로 하는 ‘20전’을 계기로 중국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전면 건설과 ‘중화 네이션’의 위대한 부흥을 구호로 내걸고 동아시아 지역 구도뿐만 아니라 미국 중심의 세계체계(world system)를 흔들고 있다. 기존의 미국 중심의 세계체계에 익숙하고 안존(安存)하는 이들에게는 중국의 변화가 불안한 형국의 주요 원인으로 다가오겠지만, 세계체계론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 헤게모니의 동요는 이미 50년 전에 시작되었다. 1971년 달러의 금본위제 폐지가 그 표지라 할 수 있다. 조반니..

에스닉 변동과 내부 식민지

중국과 같이 다(多) 에스닉으로 구성된 국가에서 중앙정부는 자신의 정치경제 구조를 주변부로 확산하고자 한다. 모던 이래 산업화라는 구조적 분화의 장기적 결과로 주변부의 에스닉 변동(ethnic change)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을 사회변동의 ‘확산 모델(diffusion model)’이라 하는데, 중심부의 주류 에스닉이 자신의 정치경제 구조를 주변부 에스닉에 강제적으로 확산하는 것은 단기간에 효과를 얻기 어렵고 때로는 주변부 소수 에스닉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확산 모델로는 사회변동 특히 에스닉 변동을 설명하기 어렵다. 마이클 헥터(Hechter, Michael)는 에스닉 변동을 설명하기 위해 ‘내부 식민 모델’을 제시한다. ‘내부 식민지’의 문제는 그 연원이 오래되었다. 마이클 ..

제3세계 특수주의와 마오이즘

에 이어서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서양 보편주의의 산물인 오리엔탈리즘과 제3세계 특수주의의 관계다. 레이 초우는 “오리엔탈리즘과 내셔널리즘 또는 토착주의(nativism) 같은 특수주의는 같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며, 한쪽의 비판은 다른 쪽의 비판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Chow, 1993: 5)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오리엔탈리즘에 기반한 미국인 중국학자의 연구와 내셔널리즘에 기반한 중국학자들의 연구가 모두 일면적이고 양자 모두 중국이라는 현실을 호도한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을 구성한다. 동아시아는 유럽 모던을 꾸준히 학습해왔다는 점에서 유럽 학습의 우등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등생 내에서도 계서(階序. hierachy)는 있지만,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

제 119 차 중국학연구회 정기학술대회(기조강연문 첨부)

제 119 차 중국학연구회 정기학술대회 ▣ 일 시: 2023년 12월 9일(토), 13:30~18:00 ▣ 장 소: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4층 브릭스국제포럼장 ▣ 주 최: 중국학연구회,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 후 원: 한국외국어대학교 공자아카데미 ▣ 주 제: 융복합 시대, 중국학 연구 방법의 혁신 ▣ 차 례: 제1부: 개회식 및 기조 강연 13:30~14:50 ▣ 사 회: 김순진(선문대학교) 장 소: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4층 브릭스국제포럼장 ▣ 개 회 사: 박기철(중국학연구회 회장) ▣ 축 사: 강준영(한국외국어대학교 HK+국가전략사업단 단장) 李其栄(華中師範大學 移民與華僑研究中心 소장) ▣ 기조강연: 14:00~14:50 ∎ 비판적 중국연구의 접근법과 과제(Approaches and Cha..

학술대회 2023.10.21

<십년>: 홍콩의 중국화에 대한 성찰

반환 이후 홍콩의 영화 텍스트에서 홍콩의 공간 및 역사에 대한 영화 기억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그리고 이러한 영화적 기억은 홍콩의 정체성과 어떠한 연관을 가지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반환 이후 홍콩 정체성 연구에 유용하다. 한때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명성을 누렸던 홍콩영화는 반환 후 2003년 CEPA(Clsoer Economic Partnership Arrangement) 협정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이는 거꾸로 ‘홍콩의 중국화’를 촉진해 ‘중국-홍콩 시장의 단일화’를 초래했다. 이런 흐름에 반발해 일부 홍콩 출신 감독들은 홍콩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영국의 식민지 기간 홍콩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형성된 홍콩의 도시 풍경과 홍콩의 주변부에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을 주목”(김정구, 202..

홍콩영화에 재현된 동남아인과 동남아 화인

동남아와 동남아인은 홍콩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1970년대 홍콩의 경제가 발전하기 전 필리핀은 한동안 홍콩인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적도 있었고, 1970년대 중반 사이공 함락은 홍콩인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1997년 회귀를 앞두고 수많은 홍콩인에게 20년 전 사이공의 최후를 연상시켰다. 1970년대 들어 오히려 경제난을 겪게 된 필리핀의 노동력 송출정책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홍콩의 노동력 부족 현상과 맞아떨어져 필리핀 여성의 가정부(domestic helper) 취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져 ‘菲傭’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가 되었고 이 대열에 인도네시아 여성이 합류한 것도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19세기 동남아 인력 송출의 중개지였던 홍콩으로 이제 동남아인들이 취업 이주한다는 사실은 역..

프룻 찬의 영화와 홍콩 뒷골목의 에스노그라피

1990년대 홍콩영화를 운위할 때 웡카와이(1958년생)와 프룻 찬(1959년생)은 좋은 대비가 되고 있다. 하나는 ‘뿌리없음(rootlessness)’으로 다른 하나는 ‘풀뿌리 성격(grassrootness, 草根性)’으로 홍콩을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연배가 비슷하고 데뷔작 (1988)과 (1993)가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 외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대조적이다. 성명작 과 의 출시는 7년의 차이가 있다. 웡카와이는 홍콩 영화산업의 장점을 한껏 활용하고 일급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각 배우의 또 다른 개성을 발굴해내는 반면, 프룻 찬은 저예산과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배우 캐스팅의 독립영화식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영화사가 루사오양은 홍콩영화의 특징으로 ‘다원성’, ‘풀뿌리 성격’,..

웡카와이 영화와 홍콩인의 정체성

웡카와이의 영화는 대부분 1960년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기본 아우라(aura)는 1990년대에 속한다. 흔들리는 렌즈, 파편적 서사, 꼴라쥬, 반쯤은 즉흥적인 창작방식, 주크박스 음악의 대량 사용, 자폐적 독백 등에서 관중들은 어렵지 않게 1990년대와 대응시킬 수 있다(朗天, 潘國靈·李照興編, 2004: 5~6). 특히 의 쉬자이(旭仔)는 1960년대 홍콩의 젊은이를 묘사하면서도 그것이 1960년대에 한정되지 않는 문화적 코드(반항 등)로 자리 잡았고 이후 웡카와이 영화의 원형이 되었다. 의 주인공들과 의 동사와 서독은 각각 최근과 고대의 쉬자이로 볼 수 있다. 특히 동사는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알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후기 영화 은 의 속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이니즈 박스>: 변화 없기를 바람과 희망 없는 변화

웨인 왕(Wayne Wang, 1949년생) 감독은 자신의 출신 때문인지 중국계 미국인의 삶을 주요한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에이미 탄(Tan, Amy. 谭恩美)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1993)은 미국에 이주한 네 중국인 여성의 마작 모임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아 그들의 이민 및 정착 과정을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서술하였다. 그리고 어머니 세대와 딸 세대의 차이를 부각하되 궁극적으로 서로 이해하게 된다는 감상주의적 결말로 이끌었다. 웨인 왕의 다른 작품에 비해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1997)는 1997년 7월 1일 회귀를 전후한 약 6개월간의 홍콩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하다. 1997년 제작이라는 점은 이 영화의 생생한 현장감을 짐작하게 해준다. 특히 오리아나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