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늦게 들어가 1학년 마치고 입대해 만기 전역한 후 대학을 졸업한 탓에 1983년 초여름 뒤늦게 치른 대학원 석사과정 입시 면접에서 추천받은 류다제(劉大杰)의 『중국문학발전사』(영인본)를 읽다가, 선진(先秦)과 진한(秦漢)의 제자백가서와 역사서가 문학사에서 서술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그 경이로움으로 인해 중국 고대문화사에서 ‘이전의 모든 강물을 받아들여 이후 모든 강물의 원류가 된 커다란 호수(湖納百川)’와 같은 역할을 해온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를 망설임 없이 연구대상으로 결정했다. 사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며 중국연구(Chinese studies) 학과로 진학하려다 여의치 않게 된 상황에서, 중국연구의 기초가 고전 공부라고 판단해 중문과로 진학한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연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