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과학> 112호, 2022년 겨울, 269-290쪽.
* 이 글은 중국문화연구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2022.10.14.)에서 발표한 같은 표제의 글을 수정․보완했다.
해방 이후 한국에서 사회주의 중국을 비판적으로 연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기본 정보의 수집조차 불가능했던 중국연구는 한편으로 사회주의 중국을 ‘죽의 장막 속 괴물’로 단정하게 만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수준에서 그것을 ‘인민 천국’으로 상상하게 했다. 그런 가운데, 반공 이데올로기의 금제 아래 사회주의 중국연구의 물꼬를 튼 리영희, ‘비판적 중국연구’의 깃발을 내건 백영서, 세계체계의 틀에서 중국을 고찰한 백승욱, 그리고 ‘중국 특색의’ 제반 관행을 적시하며 ‘비판적 중국연구’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한 이재현 등을 비롯한 수많은 연구자의 성과가 있었지만 ‘비판적 중국연구’로 나아가는 여정은 아직도 험난하다.
이데올로기 지형이 자유로워진 오늘날의 한국에서 ‘비판적 중국연구’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모던 이후 세계를 지배해온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중국중심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전자는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을 양산했고, 후자는 대외적으로 반제를 외치면서 대내적으로 수많은 내부 식민지를 양산했음을 인지해야 한다. 레이 초우(Chow, Rey)는 ‘비판적 중국연구’가 직면한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하나는 중국의 외부, 즉 서양과 미국의 중국학자들에게 공통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 내부, 즉 토착적 중국학자들이 공유하는 내셔널리즘에 대한 비판이다. 오리엔탈리즘은 문화제국주의의 유산이고 내셔널리즘은 나르시시즘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결국 보편주의와 특수주의가 상호 강화하는 메커니즘을 구성하면서 지금껏 비판적 중국연구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중국 외부로는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하고, 중국 내부로는 내셔널리즘을 극복하는 것, 바꿔 말하면 보편주의와 특수주의의 문제점을 파악해 문화제국주의의 맥락 안에서 나르시시즘적 가치생산의 문제를 규명하는 일이야말로 비판적 중국연구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일이다. 유럽중심주의와 중국중심주의가 심층에서 은밀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하는 것은 유럽중심주의의 프리즘으로 왜곡된 중국관이다. 이는 끊임없이 ‘중국위협론’과 ‘중국위험론’을 부추겨 반중과 혐중 정서를 조장해왔다.
이 글은 지난 40년간 ‘비판적 중국연구’로 나아가는 필자의 학문적 여정을 집성(集成)했다. 문학연구가 내 공부의 베이스를 구성하고 있다면, 1990년대 중반에 시작한 ‘문화연구’, 2010년대 후반에 뛰어든 ‘사이노폰 연구’, 그리고 양자 사이 어느 시점에 관심을 가지게 된 ‘포스트식민 번역연구’는 ‘비판적 중국연구’로 나아가는 여정의 중요한 지점들이다. 그리고 동아시아 담론, 홍콩과 상하이의 정체성 연구, 문학인류학,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비판사상 등도 여정의 중요한 구성요소다. 그 밖에도 여정을 뒷받침해준 수많은 공부가 존재한다. 마르크스주의,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식민주의, 인지과학, 포스트휴먼 연구, 적-녹-보라 패러다임 등등이 그 목록이다. 이 목록은 ‘새로운 대륙’(루이 알튀세르)이라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비판적 중국연구’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필자가 만나 도움받은 연구 방법이다. 여기에서는 ‘비판적 중국연구’를 위한 접근법으로 ‘문화에 대한 문화연구’와 ‘포스트식민 번역연구’ 그리고 ‘사이노폰 연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만 편집위원회에서 안배한 지면을 고려해 접근법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요점만 제시하고 과제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개진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 제시한 접근법과 과제가 ‘비판적 중국연구’에 뜻을 둔 연구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1. ‘문화에 대한 문화연구’
2. 포스트식민 번역연구
1) ‘중국인다움(Chineseness)’ 비판
2) ‘디아스포라 반대’(against diaspora)
4. ‘비판적 중국연구’의 과제
1) 유럽중심주의와 오리엔탈리즘 비판
2) ‘중국중심주의’와 ‘대한족주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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