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94) 리쩌허우 약전

ycsj 2010. 9. 6. 14:35

리쩌허우(李澤厚)는 1930년 후베이(湖北) 우한(武漢)에서 태어났다. 원적은 후난(湖南) 창사(長沙)다. 12세에 아버지를 여의어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명문이자 학비가 면제되는 후난성립제일사범학교에 진학했다. 이 시기 루쉰(魯迅)과 빙신(冰心)의 작품을 즐겨 읽었는데, 그 심득(心得)은「20세기 중국문예 일별」에 잘 녹아있다. 특히 루쉰을 통해 ‘투창’과 ‘비수’의 태도를 배웠다. 전자는 타인과의 비타협적 전투를 의미하고 후자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상징한다.

19세에 어머니를 여읜 그는 잠시 초등학교 교사를 지내다가 1950년 베이징대학 철학과에 입학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독서와 글쓰기로 대학생활을 보냈다. 런지위(任繼愈)의 근대사상사 강의로 인해 캉유웨이와 탄쓰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훗날『캉유웨이·탄쓰퉁 사상 연구』(1958)로 이어지고 다시『중국근대사상사론』으로 발전한다. 졸업 후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에서 철학과 미학 연구에 종사하고『철학연구』창간 작업에도 참가한다.

1956년 미학에 관한 논문「미감, 미 그리고 예술을 논함」을 발표하면서 학자적 명성을 날리게 된다. 이 논문은 당시 미학의 두 주류인 차이이(蔡儀)의 유물론 미학과 주광첸(朱光潛)의 부르주아 미학을 비판하면서, 미의 본질에 관한 ‘객관적 사회설’을 제창했다. 이때 주체와 객체의 연결고리로써 실천을 설정했고 이를 칸트 철학에 대한 비판적 연구와 결합시켜 ‘주체적 실천철학’으로 발전시켰다.

1966~76년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허난(河南)으로 하방(下放)되어 사상 개조의 압박을 받는다. 이 기간은 리쩌허우에게 시련인 동시에 전환의 계기였다. 칸트 철학 연구서인『비판철학의 비판』(1979)은 이때의 독서를 바탕으로 집필된 것이다. 이후『중국근대사상사론』(1979),『중국고대사상사론』(1985),『중국현대사상사론』(1987)의 ‘사상사 3부작’을 출간했다. 아울러『미의 역정』(1981),『중국미학사(제1권)』(1984),『중국미학사(제2권)』(1987),『화하미학』(1989),『미학4강』(1989) 등의 미학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톈안먼 사건 이후 미국으로 망명하여 콜로라도 대학(The Colorado College) 객원교수를 지냈고, 프랑스 국제철학아카데미로부터 정식 원사(院士)로 위촉된 바 있다. 최근에는 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독서와 사색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의 저서로,『고별혁명』(1997),『세기신몽』(1998),『논어금독』(1998),『기묘오설』(1999),『역사본체론』(200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