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로 여행하는 중국

상하이의 문화연구--6권의 책

ycsj 2022. 7. 20. 10:43

나는 지금까지 상하이 연구와 관련된 책 여섯 권의 출간에 관여했다. 상하이대학 당대중국문화연구센터(이하 센터)의 왕샤오밍과 공동으로 편집한 21세기 중국의 문화지도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문화연구(2009)를 필두로, 상하이영화와 상하이인의 정체성(2010)20세기 상하이영화: 역사와 해제(2010), 상하이학파 문화연구: 비판과 개입(2014)가까이 살피고 멀리 바라보기: 왕샤오밍 문화연구(2014), 그리고 韓國漢學中的上海文學硏究(2021)가 그 목록이다.

첫 번째 책은 문화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000년부터 진융의 무협 소설, 홍콩인의 정체성 등의 연구를 진행하던 상황에서 비슷한 경로를 통해 문화연구로 전환한 왕샤오밍을 만나 가는 과정에서, 2005년 여름 중국의 문화연구 성과를 한국에 소개하자는 나의 제안으로 기획한 책이다. 당시 화둥사범대학 중문학부의 인적 네트워크와 상하이대학의 제도적 지원이라는 인프라를 확보한 왕샤오밍은 센터를 설립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중이었다. 왕샤오밍이 9편을 추천했고, 내가 다이진화와 왕샤오밍의 글을 보완하고 개괄적인 글 한 편을 더해 출간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책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상하이 영화와 상하이인의 정체성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전자는 연구 결과를 모은 논문집이고 후자는 상하이 영화 288편의 데이터베이스 기록에 해당한다.

네 번째 책은 201112년 상하이대학에 방문학자로 머물면서 상하이의 문화연구 관련자들과 직접 교류하던 중, 때마침 편집위원회에 합류하게 된 문화/과학을 통해 소개한 상하이 문화연구 관련 글들을 모은 것이다.

그리고 다섯 번째 책은 왕샤오밍의 한국 제자들이 꾸준히 번역한 왕샤오밍의 글 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추려 모은 것이다.

마지막 책은 상하이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의 왕광둥(王光東) 교수의 요청에 부응해 한국의 상하이문학 연구 성과를, ‘문학으로 읽는 상하이’, 문학 상하이에 초점을 모아 엮었다.

특히 네 번째 책을 단독으로 엮으면서 상하이학파(Shanghai school)’라는 명명을 시도했다. 왕샤오밍이 주축인 상하이학파비판적 분석과 촉진적 개입의 절합중국 혁명전통과 문화연구의 접합을 특징으로 삼고 있다. 당시 서문에서 아래와 같이 서술했다.

 

이들이 다른 학파와 변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중국 혁명전통과 문화연구의 접합을 들 수 있다. 대부분 이론은 그 이론이 나온 시대와 지역의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 이른바 여기 지금’(here and now)에 기초한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주의 혁명 이전의 비판적 혁명사상을 발굴해 그것을 사상자원으로 삼아 오늘과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을 벼리고자 한다. 1천 쪽이 넘는 ?중국 현대사상 문선?은 그 최초의 성과물이다.

(중략)

비판적 분석과 촉진적 개입의 절합을 특징으로 삼는 상하이학파’(Shanghai School)는 센터와 문화연구학부라는 진지를 구축해 4세대를 아우른 집단연구를 지향하고 있고, ‘비판적 현지 조라는 독특한 연구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비판적 현지 조는 기존의 사회과학에서 실시하는 정량적 현지 조사에서 한 걸음 나아가 질적 연구를 지향하는 것으로, 인류학의 민족지’(ethnography) 연구방법과 겹친다(임춘성, 2014: 89).

 

센터를 진지로 삼아 4세대로 구성되었던 상하이학파는 교학과 연구 그리고 국내외 교류와 출판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현재 발전적 해체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아마도 네 번째 책에 실린 글들은 상하이 문화연구 그룹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시절의 결과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