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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쩌허우의 ‘전환적 창조’

ycsj 2022. 5. 18. 07:23

외래 문물의 비판적 수용과 전통의 창조적 계승의 두 가지 과제에 대한 이론적 정합성은 리쩌허우의 전환적 창조(轉換性創造)’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전환적 창조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역사의 해석자 자신은 현시대의 토대 위에 서서 자신의 역사성을 의식하고, 진부한 전통의 속박을 뚫고 나와 새로운 언어단어개념사고방식표현방법회의적 정신비판적 태도를 끌어들이거나 창조함으로써 모든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할 것이며, 이렇게 해야만 진정으로 전통을 계승해석비판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리쩌허우 2005b, 99).

 

리쩌허우의 전환적 창조란 외래의 것을 흡수하고 수용해 전통을 개량적으로 창조하는 것으로, 이는 주요하게 유학 4상황을 가리킨다. ‘4기설은 머우쭝싼(牟宗三)과 두웨이밍(杜維明)유학 3기설을 비판하면서 제출되었다. 리쩌허우의 4기설에서 공자와 맹자 그리고 순자가 1기이고 한대 유학(漢儒)2기이며, 송명 이학이 3기이고 현재 또는 미래에 발전하려면 이전 3기를 계승하면서도 다른 특색을 가진 4기가 되어야 한다”(李澤厚, 2008: 140). 리쩌허우는 유학의 발전과정을 1기 원전 유학2기 한대 유학3기 송명 이학4기 현대 역사본체론으로 나누고, 각 시기의 주제와 기본 범주, 후대의 영향으로 나누어 논술했다(<1> 참조). 그 내용을 도표화하면 아래와 같다. 앞당겨 말하면, 리쩌허우는 4기 유학의 궁극적인 지향이 자유로운 개인임을 천명했는데, 이는 이른바 정통 유학의 지향과는 천양지차가 있음을 우리는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리쩌허우의 4기설은 당대 현실 문제의 도전에 직면해 제출된 이론이다. 그 도전은 근현대화(modernization)와 관련이 있다. 중국 유학은 근현대화에 적응하지 못함으로 인해 반()전통과 반()유학이 중국 근현대 사조의 주류가 되었다. 리쩌허우는 근현대화와 유리된 유학을 외래 문물의 비판적 수용에 실패한 사례로 치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중국인이 완전히 서양인으로 바뀌지 않는 한, 중국인에게 오랜 시간 적전(積澱)된 심층 문화심리의 핵심인 유학을 재해석하고 결함을 보완한 기초 위에 유럽과 미국의 풍우를 흡수하고 그에 동화되어 전환적 창조를 하게 될 것으로 예견했다.

 

<1> 리쩌허우의 유학 4기설


주요 인물 주제 기본 범주 후대 영향
1기 원전 유학 공자, 맹자, 순자 예악(禮樂) (), (), (), (), (), (), () 중국 인본주의의 근기를 다졌다.
2기 한대 유학 동중서 등 천인(天人) 음양, 오행, 감응, 상류(相類) 인간의 외재 시야와 생존 경로를 크게 개척했지만, 개인은 이 인위적 체계의 폐쇄적 도식에 굴종하고 곤궁을 겪었다.
3기 송명 이학 정이, 정호, 주자슝스리, 머우쭝싼 심성(心性) ()와 기(), ()과 성(), 천리(天理)와 인욕(人欲), 도심(道心)과 인심(人心) 인간의 윤리 본체를 극대로 고양했지만 개인은 내면 율령의 속박과 통제 아래 신복(臣服)했고 인간의 자연스러움을 소홀히 했다.
4현대 역사본체론 리쩌허우 정감욕망론 () 본체’, 자연의 인간화, 인간의 자연화, 적전(積澱), 정감, 문화심리 구조, 두 가지 도덕, 역사와 윤리의 이율배반 등 개인은 처음으로 다원적으로 발전하고 자신을 충분히 실현하는 자유인이 될 것이다

리쩌허우의 4기설은 역사적 맥락을 중시한다. 이를테면 한대의 유학은 도가와 묵가, 법가와 음양가의 사상을 흡수하고 다른 학파의 합리적 핵심을 자신의 이론적 뼈대로 삼은 토대 위에 사회와 자연 그리고 정치를 하나의 피드백 시스템으로 삼아 고찰함으로써 공자·맹자·순자의 유학을 발전시켰다. 이처럼 외래의 것을 흡수하고 수용해 전통을 개량적으로 창조하는 것이 바로 전환적 창조.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한다면, 오늘날 중국 유학도 외국의 모던한 것을 흡수해야 할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주의,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등을 주동적으로 흡수하고 전환적 창조를 통해 새로운 유학, 새로운 중국 문화의 빛을 발하게 해야 할 것이다. 리쩌허우는 전환적 창조를 통해 새롭게 태어날 유학 4기의 비전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유학 4기설은 도구 본체(과학기술-사회발전의 외왕’)와 심리 본체(문화심리 구조의 내성’)를 근본 기초로 삼아 개체 생존의 특수성을 중시하고, 자유 직관(‘미로 진을 열다’)과 자유의지(‘미로 선을 축적’) 그리고 자유 향수(개체의 자연적 잠재력 실현)를 해석하며 내성외왕의 도를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정감이 충만한 천지국친사(天地國親師)’의 종교적 도덕으로 자유주의 이성 원칙의 사회적 도덕을 범도(范導)하고(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중국의 실용이성낙감문화’, ‘하나의 세계()의 예술의 유장한 전통을 계승한다(李澤厚, 155).

 

이처럼 리쩌허우는 서학의 중국적 응용전환적 창조의 방법론으로 간주했을 뿐 아니라, 근현대화와 전통의 모순을 해결하는 사유 방식으로 승화하고 있다. 리쩌허우의 전환적 창조는 이전에 운위되던 혁명적 창조비판적 창조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개량적 창조, 조급하게 파괴하고 혁명할 필요 없이, 점진적으로 학습하고 개량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경제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치면과 문화면에서도. 이것이야말로 정리와 사리에 맞는 실용이성인 것이다”(李澤厚, 2014: 228229). 여기서 사용되고 있는 혁명과 개량은 대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을 잘못 이해하고 리쩌허우가 혁명과 이별을 고했다(告別革命)’라고 왜곡해 그의 이론적 유효성이 기각되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분명한 것은 리쩌허우는 조급하게 파괴하는 혁명점진적으로 학습하는 개량을 대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경제와 정치 그리고 문화 전 부면에서의 점진적 개량을 말하고 있다. 그 이면에 마오쩌둥식의 조급하게 파괴하고 제대로 학습되지 않은 변질한 혁명을 비판하고 있음은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