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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를 청산하는 방략: <낭야방(瑯玡榜)> 세독(3)

ycsj 2022. 5. 7. 12:05

(4) 예법 논쟁: 예부상서 처리

 

이 사건은 사옥이 연종미제(年終尾祭) 때 태자 생모인 월귀비(월빈으로 강등)의 자리(제사에 직접 참여할지 아니면 바깥에서 꿇어앉을지)를 놓고 예부상서(陳元直)에게 문제를 제기케 함으로써 발생했다. 예왕 또한 매장소의 도움을 받아 월귀비가 황후와 동등한 자격으로 제사에 참여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결국 조당논례(朝堂論禮), 즉 조정에서 예에 대해 토론하게 되었다. 태자와 예왕은 각각 자기 편을 들어줄 학자들을 대거 초빙하지만 당대 최고의 석학인 주현청(周玄淸)이 등장함으로써 예법 토론은 예왕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주현청은 은둔한 대학자로 아무도 그를 움직일 수 없었지만, 임수는 주현청이 자신의 스승 여숭(黎嵩)에게 옥선(玉蟬)을 신물(信物)로 맡긴 사실을 알기에 목청에게 옥선을 들려 보내 주현청을 모셔온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뜻밖의 인물을 소환한다. 바로 황제와 동문수학한 언궐(言闕)이다. 현 황후의 친오빠이기도 한 언궐은 임섭과 함께 어려서부터 황제 소선의 글동무 노릇을 했고 이후 소선의 황제 등극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임섭이 역모죄를 뒤집어쓰고 죽은 이후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살아가고 있다. 언궐에게는 남모르는 심사(心事)가 있었으니, 바로 임섭의 동생 임악요(林樂瑤)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녀를 사랑했지만 황제가 된 소선이 신비(宸妃)로 입궁시키는 통에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한 채 황제에게 빼앗겨버린 것이다. 그러나 언궐은 사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은 아니다. 동문수학한 소선이 등극 후 하강과 사옥의 감언에 속아 황장자 기왕과 임섭을 역모죄로 죽이고 현 태자와 예왕이 후계 다툼에 여념이 없어 국사와 민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것에 환멸을 느끼다가 마지막으로 자신과 아들의 목숨 및 멸문을 각오하고 연종미제 때 황제를 폭사시키려 했지만, 다행히 매장소가 언 황후의 병환과 화약 밀반입 그리고 예진이 가져온 감귤의 화약 냄새 등의 몇 가지 징조를 보고 그 계획을 사전에 차단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매장소는 언궐과 만나 동맹의 기반을 다진다.

 

(5) 사옥 타도: 소경예 25세 생일

 

사옥은 금위군 통령 몽지의 직위를 흔들기 위해 황제가 연말 연회에서 고위 관료에게 하사한 음식을 전달한 내관과 호위 금군을 살해한다. 이때 탁정풍(卓鼎風)이 사용한 초식이 비조투림(飛鳥投林)이다. ‘나는 새가 숲에 투신하다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드라마 장면을 보면 일종의 어검술(馭劍術)이다. 황제는 공식적으로 몽지에게 해결하라 명하지만, 현경사의 하춘과 하동을 별도로 불러 수사를 명한다. 하동 등은 탁정풍이 이 초식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탁정풍은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헤아린 매장소는 강좌맹의 고수 견평(甄平)을 시켜 사옥과 탁정풍이 불러들인 강호 고수들을 하나하나 처리함으로써 몽지를 낙마시키고 자신이 금군 통령이 되려는 사옥의 음모를 분쇄한다.

이 지점에서 사옥과 탁정풍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야기는 소경예의 출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야기는 예진의 표층 서사와 궁우의 심층 서사로 나뉜다. 먼저 예진의 말에 따르면, 사옥의 부인 리양 공주와 탁정풍의 부인은 우연히 같은 절에서 해산하게 되었는데, 그때 거의 동시에 태어난 두 아이를 유모가 목욕을 시키다 미끄러트려 누구의 아이인지 확인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하나가 사고를 당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사옥의 사주를 받은 궁우 아버지의 소행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황제가 하나 남은 아이에게 황제의 성을 하사해서 두 집의 아이가 되게 한다. 그 아이가 바로 소경예다. 이후 두 집안은 긴밀한 관계를 맺는데, 사옥은 탁정풍의 천천산장의 강호 세력을 활용해 자신의 정적을 제거한다.

아무튼 사옥은 적염군 역모 사건을 조작한 원흉의 하나이고 현재 태자의 편에 서서 후계자 다툼에서 온갖 음모를 꾸미는 흉수로, 매장소의 적폐 청산 1호 대상이다. 매장소는 사옥을 타도하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일단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경예의 생일을 거사 일로 잡고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한다. 우선 낭야각주 인신(藺晨)을 시켜 남초에서 대량으로 혼인 사신을 보내게 한다. 경예의 친부인 우문림(宇文霖)의 딸이자 경예의 이복 여동생인 우문념(宇文念)은 경예 생일에 경예가 사옥의 아들이 아님을 폭로한다. 다음으로 궁우를 시켜 사옥을 습격하다가 실패하고 상처를 입은 채 진반약의 구원을 받음으로써 자연스레 궁우의 아버지와 사옥의 관계를 진반약을 통해 예왕의 귀에 들어가게 하고, 사건 당일 사옥과 탁정풍의 연대를 파괴한다. 그 외에도 비류를 시켜 사옥 저택의 무기고에서 활 끈을 끊고 예왕의 사병을 준비시키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다. 사옥 또한 만만치 않다. 궁우의 폭로로 탁정풍과 사이가 틀어지게 되었음에도 침착하게 자신이 관할하는 순방영의 군사까지 동원해 예왕 사병의 진입을 막고 매장소 등을 진압하려 한다.

그러나 상황은 의외로 쉽게 정리된다. 양쪽이 팽팽하게 맞서있을 때, 오히려 사옥 쪽이 우세를 점했을 때 리양 장공주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사옥을 위협해 포기하게 만든다. 사옥의 순순한 포기는 그동안 사옥의 성격과 부합하지 않아 시청자를 당황스럽게 만들긴 하지만, 아무튼 이렇게 사옥 타도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매장소는 사옥을 끌어 내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옥과 하강의 연대를 깨고 훗날 적염군 사건을 뒤집기 위한 복선을 만든다.

 

* 밀반입된 화약 대부분은 호부상서가 태자의 명을 받아 사적으로 폭죽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를 알아챈 예왕은 진반약의 계략을 받아들여 사설 폭죽공장을 폭파시키면서 수많은 인명 사고로 발전하고 태자에게 치명상을 준다. 그러나 폭파 공작 사실이 드러나 훗날 예왕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 무협에서 어검(馭劍)은 검술의 최고 경지이다. 어검은 다시 수어검(手馭劍)목어검(目馭劍)심어검(心馭劍)의 단계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