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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를 청산하는 방략: <낭야방(瑯玡榜)> 세독(1)

ycsj 2022. 5. 6. 09:57

2015년 출시된 <낭야방(瑯玡榜)>은 이전 <견환전(甄環傳)> 등의 후궁 드라마가 차지하고 있던 중국 드라마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낭야방>은 역사와 무협을 넘나들며 우리를 위진남북조 시대의 양()으로 보이는 무대로 이끈다. 그 수도도 금릉(金陵)으로 지금의 난징(南京)이고, 드라마 속 양제(梁帝, 蕭選)도 양 무제 소연(萧衍)을 원형으로 삼았으며, 극중에서 운위되는 구품중정제(九品中正制)도 위진남북조 시대에 시작된 관리 선발법이다. 그러나 주변국(北渝, 北燕, 北狄, 南楚, 東海, 夜秦 )의 설정으로 볼 때, 역사 시기를 꼭 위진남북조로 확정할 필요는 없다. <낭야방>은 동명 소설에 근거해 각색한 대형 역사+무협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기린재자(麒麟才子)’ 매장소(梅長蘇)가 절륜한 지략으로 12년 전 적염군(赤焰軍)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태자(景宣)와 예왕(譽王. 景桓)의 황위 계승 경쟁 속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정왕(靖王. 景炎)을 후계자로 세워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는 내용이다. 그 과정은 단순하게 주인공이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수준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일어났거나 일어날 법한 적폐(積弊)를 청산하는 과정이다. 그 기본 방략은 장기간 철저하게 준비(深謀遠慮)하고 물샐틈없는 전술과 전략(神機妙算)으로 임하되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임기응변(臨機應變)하는 것이다.

 

 

1) 사건의 발단

 

대량(大梁)의 최고 통치자인 황제 소선은 스스로 쿠데타를 통해 황위에 올랐기에 황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신하들을 상호 견제시키고 영향력이 큰 신하를 제거한다. 자신과 동문수학하고 자신의 쿠데타를 도와준 임섭도 예외가 아니고 황장자 기왕(祁王)도 그 견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드라마의 근원사건이라 할 적염군(赤焰軍) 몰살은 바로 황제의 이런 의심증을 이용해 현경사(懸鏡司) 수존(首尊) 하강(夏江)과 영국후(寧國侯) 사옥(謝玉)이 당시 뭇 신하들과 백성들의 신망이 높은 임섭의 적염군을 역모죄로 몰아 몰살하고 태자 기왕에게도 임섭과의 연관을 물어 사약을 내린 사건이다. 임섭의 아들인 주인공 임수는 매령(梅嶺) 전투에서 구사일생했지만 화한독(火寒毒)에 중독되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수명 단축을 감수한다. 그리고 12년의 세월을 들여 철저한 준비를 거쳐 수도 금릉으로 들어온다.

대량의 태자와 5황자 예왕은 북연의 사례(6황자가 태자가 됨)를 듣고 낭야각(琅琊閣)을 찾아가, ‘천하를 얻으려면 기린재자를 얻어야 한다라는 답안을 듣는다. 그 기린재자가 강좌맹 종주 매장소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데, 예왕은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불사하지만, 태자는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사옥에게 제거를 명한다.

황제는 혼기가 꽉 찬 예황의 혼인을 위해 무술대회를 개최한다. 예황은 운남(雲南) ()왕부의 수장이자 철기병 10만을 거느린 일품 군후(軍候)로 무공과 지략이 뛰어나다. 하지만 황제의 비무초친(比武招親: 사위 선발 무술대회)에는 관심이 없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어려서부터 함께 해온 정혼자 임수가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매령 전투에서 사망한 것으로 여기지만 그녀는 그럴 리 없다고 여기고 살아가고 있다. 이즈음에 매장소는 소경예(蕭景睿)와 언예진(言豫津)을 따라 금릉에 들어온다.

드라마 벽두의 정세와 관련해 220분 지점의 장면은 상징적이다. 정왕이 서산영 임무 교대를 마치고 돌아와 황제에게 보고하는데 태자와 예왕이 황제의 좌우에 서 있다. 이 둘은 현재 황제를 도와 정사에 참여하므로 정왕을 비롯한 신하들에게는 주군(主君)이나 다름없다. 황제가 보고서를 읽는 동안 태자와 예왕은 정왕에게 시비를 건다. 부황(父皇)을 뵈러 오면서 군복을 입고 왔다는 둥, 정왕의 성질이 되먹지 못하다는 둥 면박을 준다. 황제도 업무는 잘 처리했지만 성질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태자의 역성을 들어준다. 이처럼 현재 정세는 황제가 주도하면서 태자와 예왕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태자 편에는 영국후 사옥을 필두로 호부상서, 예부상서, 병부상서가 속해 있고, 예왕 편에는 이부상서, 형부상서, 공부상서와 군부의 경국공이 속해 있다. 육부(六府)와 군부가 태자와 예왕의 황위 다툼에 휘말려 있는 셈이다.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경국공의 부패 사건을 둘러싸고, 경국공을 지키려는 예왕과 처단하려는 태자의 대결이 벌어지지만 경국공의 부패 사건이 황제의 치국 방침과 연관된 만큼 황제는 경국공을 처벌하게 된다.

 

<낭야방>20159山东影视传媒集团山东影视制作有限公司北京儒意欣欣影业投资有限公司北京和颂天地影视文化有限公司北京圣基影业有限公司东阳正午阳光影视有限公司가 공동으로 출시한 드라마다. 54. 감독: 쿵성(孔笙)리쉐(李雪), 하이옌(海宴) 원작. 출연진: 매장소(胡歌), 예황(刘涛), 정왕(王凯), 위왕(黄维德), 몽지(陈龙), 태자(高鑫), 비류(吴磊), 경예(程皓枫), 예진(郭晓然)

(: 502557)은 남북조 시기 남조의 세 번째 왕조로, 옹주자사(雍州刺史) 소연(萧衍, 양 무제)이 남제(南齐)를 대신해 제위에 올랐고 건강(建康: 지금의 南京)에 도읍을 정했다. https://baike.baidu.com/item/%E5%8D%97%E6%9C%9D%E6%A2%81/9617814?fr=aladdin (검색: 2021.7.25.)

구품중정제는 구품관인법(九品官人法)이라고도 한다. 위진남북조 시기의 중요한 관리 선발제도로, ()문제 조비가 진군과 사마의의 의견을 받아들여 널리 시행되었다. 220년 경 법률이 제정되었고 서진에 이르러 완비되었다. 남북조 시기에 변화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양한 시기의 찰거제(察擧制)를 계승해 수당 시기 과거제도가 확립되기까지 약 4백 년간 시행되었다. <九品中正制>https://baike.baidu.com/item/%E4%B9%9D%E5%93%81%E4%B8%AD%E6%AD%A3%E5%88%B6/1711003?fr=aladdin(검색: 2022.1.16.)

하이옌(海宴)의 인터넷소설 낭야방20062007<起点女生网>에 처음 연재되었고, 2007朝华出版社에서 출판되었다.

극중 본명은 임수(林殊. 린수)이고 몽지(蒙摯. 멍즈) 등 주변 지인들은 소수(小洙, 샤오수)라고 부르고, 예전 부하들은 소수(小帥, 샤오솨이), 즉 작은 사령관이라 부른다. 임수의 아버지 임섭(林燮. 린셰)을 임수(林帥, 린솨이), 즉 임 사령관이라 부르는 것과 짝을 이룬다. 드라마가 시작될 때 임수는 소철(蘇哲, 쑤저)이라는 가명으로 대량(大梁)의 수도 금릉(金陵)에 입경한다. 매장소는 당시 강호의 최대 방파인 강좌맹(江左盟)의 종주(宗主)로 출현한다. 이 글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장소로 잠칭(暫稱)한다.

화한독은 중화상을 입은 사람이 매령(梅嶺) 설산 속에 사는 설개충에 물려 생기는 극독이다. 훗날 하동의 부군인 섭봉(聶鋒) 치료 시 확인되지만, 화한독 치료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수를 누리되 언어 기능을 잃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어 기능을 회복하되 수명이 단축되는 것이다. 섭봉은 전자를 택하지만, 임수는 자신의 소명을 위해 후자를 선택한다.

낭야각은 일종의 민간 정보기관으로, 거대 컴퓨터를 연상시키는 시스템(전서구와 분석관 등)을 갖추고 매년 각 분야의 순위를 발표한다. 드라마 표제인 낭야방은 낭야각의 순위 차트쯤으로 이해하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