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봉건 계몽과 반제 구망의 이중과제’를 설정하고도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반제 구망을 주요과제로 선택함으로써 ‘구망이 계몽을 압도’한 상황을 연출했듯이, 그리고 ‘옌안 문예 좌담회’에서 ‘보급과 제고’라는 이중과제를 탁월하게 설정하고도 보급에만 치중함으로써 인민공화국의 문예 수준을 제고시키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마오쩌둥은 근현대화의 목표와 사회주의적 열망이라는 이중과제 가운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회주의 목표가 공업화에 종속되는 길을 선택한 셈이다. 구망이 계몽을 압도하고, 제고를 유보한 보급을 선택하며, 사회주의 목표를 공업화에 종속시킨 것은 마오쩌둥의 3대 이형동질의 오류라 할 수 있다.” 임춘성, 2021, 『포스트 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개혁개방 이후 중국 비판사상의 계보를 그리다』, 그린비, 32-33쪽.
이 가운데 ‘제고를 유보한 보급’은 마오쩌둥이 1942년 「옌안문예좌담회에서의 연설」에서 ‘보급(普及)과 제고(提高)의 쌍방향적 관계’를 훌륭하게 개괄해놓고도 실행과정에서는 ‘제고를 유보한 보급’의 수준에 머물렀던 것을 가리킨다. “마오쩌둥은 ‘연설문’에서 ‘우리의 제고는 보급의 기초 위에서의 제고이며 우리의 보급은 제고의 지도 아래에서의 보급’(毛澤東 1968, 819)이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제고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을 일면적이고 고립적으로 강조하거나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잘못’(毛澤東, 816)이라고 못을 박고는, 인민 대중에게는 ‘비단에 꽃을 수놓는 것(錦上添花)’이 아니라 ‘엄동설한에 숯을 보내주는 것(雪中送炭)’이 무엇보다도 필요(毛澤東, 819)하다고 하면서 ‘보급’의 일차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결국 당면 현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인 과제를 유보하게 했고, 유보는 다시 회복되지 않은 채 ‘제고의 결락’이라는 국면으로 귀결된 것이 인민공화국의 역사였던 셈이다.” 임춘성, 2021, 『포스트 사회주의 중국과 그 비판자들―개혁개방 이후 중국 비판사상의 계보를 그리다』, 그린비, 89-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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