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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를 청산하는 방략: <낭야방(瑯玡榜)> 세독(2)

ycsj 2022. 5. 6. 11:15

2) 적폐 청산 1단계: 사옥 타도

 

매장소의 관점에서 보면 적폐 청산의 1차 과제는 태자와 예왕의 수족을 자르는 동시에 적염군 사건 원흉의 하나인 영국후 사옥을 타도하는 것이다. 그에 앞서 황제가 마련한 예황의 비무초친이 있고 그 과정에서 황장자 기왕(祁王)의 유복자인 정생(庭生)을 액유정(掖幽庭) 노비 신분에서 구출하고 월귀비의 모략에 빠질 뻔한 예황의 정사요(情絲繞) 위기를 임기응변으로 구한다. 이어서 비밀요정 난원의 여성 시신 사건을 통해 태자 편의 호부상서를 잘라내고, 기방 살인사건을 통해 예왕 편의 이부상서와 형부상서를 잘라내며, 다시 예법 논쟁을 통해 태자 편의 예부상서를 처리한다. 아래에서 하나씩 살펴보자.

 

(1) 비무초친

 

비무초친 첫날 매장소는 경예예진과 함께 무술 시합을 보러 갔다가 극 중 주요 인물들과 두루 마주친다. 우선 태자 및 예왕을 처음 만나 수인사를 주고받는다. 또한 태후와 월()귀비, 리양 장공주와 예황 군주 등이 태황태후의 위엄을 빌어 매장소 등을 부른 자리에서 태황태후는 매장소/임수를 알아보는 듯하다.* 이어서 예황과 궁중을 거닐다가 정생과 정왕을 만나고 퇴궐하는 길에 금군 통령 몽지를 만난다. 태황태후 외에 임수를 알아본 이는 몽지가 유일하다. 물론 몽지는 이미 임수와 연락을 주고받아 살아있음을 알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매장소는 황제가 예황의 군권을 아우 목청에게 넘기고 결혼시키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예황에게 변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북연 대표로 강좌맹 소속의 백리기(百里奇)를 사전에 안배해 놓는다. 그리고 임기응변을 발휘해 백리기를 정생 구출에 활용한다. 정생을 구출하기 위해 매장소는 예황 및 몽지와 합을 맞추어 황제의 허락을 받아낸다. 이 과정은 극 중에서도 금릉 시내의 화젯거리가 되었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땀을 쥐게 할 만큼 긴장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매장소의 임기응변과 기지가 최고로 발휘된 사건은 바로 정사요 사건이었다. 정사요는 작고한 태후, 즉 현 황제의 어머니가 딸 리양 장공주에게 마시게 해서 사옥과 결혼할 수밖에 없게 만든 최음제다. 월귀비는 태자의 후계자 구도를 강화하기 위해 태자의 측근인 사마뢰(司馬雷)를 예황의 부군으로 만들기 위해 예황을 자기 궁으로 유혹해 정사요를 마시게 만든다. 예황이 월귀비의 초대를 받아 갔다는 말을 들은 매장소는 전날 리양 장공주로부터 들은 정사요 정보에 기초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급히 몽지를 불러 정왕에게 월귀비 처소로 가 예황을 구출하도록 안배한다. 그 짧은 시간에 매장소는 황후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목청에게 월귀비의 처소(소인궁) 외곽에 사람을 매복시켜 사마뢰를 사로잡도록 한다. 그런 후 자신은 예왕을 찾아가 선후(善後), 즉 뒤처리를 부탁한다. 이 모든 일을, 보통 사람은 생각해내기도 어려운 조치들이지만, 매장소는 짧은 시간에 금군 통령 몽지를 통해 안배한다. 물론 매장소의 임기응변 외에도, 현장에서의 정왕의 담대함(태자를 인질로 삼음)과 황후의 기민함(태황태후를 모시고 소인궁으로 감) 덕분에 정왕은 정사요에 취한 예황을 구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장소는 예왕을 찾아가 이 모든 것이 예왕의 안배로 마무리된 것으로 처리한다. 이렇게 매장소의 임기응변과 신기묘산으로 예황은 월귀비의 음모에서 벗어나고 태자와 월귀비는 처벌받는다. 이처럼 매장소는 이상함을 예민하게 살펴 조짐을 꿰뚫어 보고 때맞춰 결단을 내림으로써 예황 군주를 구출한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예왕은 매장소의 뛰어난 능력을 실감하고 그를 자신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결심을 굳힌다. 물론 이 결심은 매장소에게 농락당하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정작 정왕은 모든 사람을 바둑판의 돌처럼 움직이는 매장소의 모략을 흔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2) 난원 사건: 호부상서

 

난원 사건은 연락을 담당한 동로(童路)의 여동생이 희생된 기녀 암매장 사건이다. 경예의 초청으로 사옥의 집에 머물던 매장소는 금릉에 새로운 거처를 구하던 와중에 난원을 소개받아 매입하고 경예예진과 살펴보다가 낡은 우물을 발견했는데, 그 우물에 10여 구의 유골이 버려져 있었다. 알고 보니 난원은 예전에 비밀기방(暗娼园子)이었다. 호부상서 누지경(樓之敬)에 따르면, 난원은 공개적으로 기생집에 가지 못하는 관원들이 비밀리에 드나들던 기방이었고, 그곳에서 손님들의 놀이가 지나쳐 죽어 나간 기녀들을 당시 난원 주인 장진(張晉)이 원내 우물에 버린 것이었다. 누지경은 자신의 과실을 덮으려 장진의 집사인 사균(史鈞)의 입을 막으려 했는데 실패했고, 사균은 목숨을 보전하고자 예왕을 찾아가 비밀 장부를 폭로한다. 결국 난원 사건은 형부로 넘어가고 호부상서는 참형을 당하게 된다.

 

(3) 양류심 살인사건: 이부상서와 형부상서를 처리

 

매장소의 다음 대상은 이부상서다. 여기에도 전사가 있다. 기방 양류심(楊柳心)의 쌍둥이 기녀 심양(心楊)과 심류(心柳)의 남동생은 13세 때 문원백(文元伯)의 아들 구택(邱澤)에게 맞아 죽었다. 사건 당일 궁우는 양류심에서 구택과 하문신(何文新)의 경쟁심리와 질투심을 자극해 싸움을 붙이고 하문신이 구택을 살해하게 만든다. 하문신은 바로 이부상서 하경중(何敬中)3대 독자다. 이부상서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예왕은 형부상서 제민(齊敏)을 시켜 사형수 바꿔치기라는 편법을 강행하지만, 발각되어 이부상서와 형부상서 두 사람은 파직되고 만다.

 

* 이 장면은 중국어를 이해해야만 이해할 수 있다. 태황태후, 즉 현 황제의 할머니는 수많은 증손주 가운데 임수를 특히 예뻐했다. 현재 소철로 행세하고 있는 임수를 태황태후는 샤오수(Xiao Shu)라는 애칭으로 부르는데, 다른 사람들은 샤오쑤(Xiao Su)로 잘못 알아듣고는 태황태후가 노망기가 있어 소철(蘇哲, 쑤저)을 친근하게 부른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 후의 행동, 즉 임수를 불러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주고 예황을 불러 둘의 손을 겹쳐놓으며 언제 혼례를 치르느냐고 묻는다. 이로 미루어보아, 태황태후는 화한독 치료 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임수를 알아본 것이다. 이런 맥락은 중국어 자막에 소수(小殊)로 표기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