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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오둔(茅盾)의 <한밤중(子夜)> (1)

ycsj 2015. 4. 15. 22:09

마오둔(茅盾)<한밤중(子夜)> (1): 1930년대 사회 성격의 총체적 해부

 

38부작 연속극 <한밤중>은 마오둔의 동명 소설을 저본으로 삼아 개편했다. 양커(楊克)가 감독하고 천궈바오(陳國寶)가 주연한 이 드라마는 CCTV 2009년 신년 대작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러면 먼저 원작의 작가와 작품에 대해 살펴보자.

마오둔은 54신문화운동 세례를 받고 1920년대 혁명사상을 의식 차원에서 선취하고 의욕적으로 혁명실천에 투신했지만 생활에서 혁명과 괴리를 절감하고는 좌절하게 된다. 그는 문예이론가 겸 혁명 활동가로서의 생활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모색했고 그것은 소설 창작으로 귀결되었다. 마오둔 연구자 왕자량(王嘉良)그의 모든 소설이 생동하면서도 깊이 있는 근현대 중국사회의 편년사를 구성하고 있다고 평했고, 첸리췬(錢理群) 등이 지은 중국현대문학 30에서도 혁명적 리얼리즘 소설 예술의 고봉이라는 표제로 명명하면서 마오둔 소설이 “54운동부터 해방전쟁 전야까지 중국 사회편년사를 제공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두 평자의 공통어는 중국 사회 편년사. 편년사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연대순으로 적은 기록을 뜻하는데, 마오둔은 이를 문학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민족지학자의 민족지 글쓰기와 유사하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40년대 후기에 쓰인 󰡔이월의 봄꽃처럼 붉은 서리 맞은 나뭇잎(霜葉紅似二月花)󰡕20세기 초와 54운동 전야의 중국사회의 일각을 드러내었고, 1929년에 쓰인 󰡔무지개()󰡕54운동부터 530사태까지의 중국 지식 청년들이 가졌던 개인주의로부터 집단주의로의 고난에 찬 역정을 묘사했다. 󰡔󰡕 삼부작은 대혁명의 역사와 대혁명 실패 후의 사회심리를 반영하고 있으며, 1932년에 발표된 󰡔한밤중󰡕은 자신이 처한 시대를 모든 분야에 걸쳐 정면으로 묘사하여 1930년대 중국사회의 축도를 보는 듯 그리고 있다. 󰡔첫 단계의 이야기(第一階段的故事)󰡕, 주상강위(走上岡位), 󰡔단련(鍛鍊)󰡕 1부는 상하이 813사변부터 상하이 함락까지의 사회생활을 배경으로 삼아 항일전쟁 초기 각 계층의 인민생활과 사상의 격렬한 변화와 동향의 복잡한 흐름을 광범하게 반영했다. 또한 󰡔부식(腐蝕)󰡕은 환남사변(晥南事變)으로 대표되는 국민당 정부의 제2차 반공 고조기를 배경으로 삼아 국민당의 파시즘 특무통치의 잔혹함과 추악한 면모를 폭로했고, 1945년에 창작된 유일한 극작 󰡔청명 전후(淸明前後)󰡕는 항일전쟁 후기의 중국 민족부르주아지의 몸부림과 고투를 묘사했다. 그의 리얼리즘적 창작정신과 사회 편년사적 작품의 창작실천은 수미일관하게 그의 전 문학생애를 관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305월부터 7월까지의 시간을 배경으로 자본가와 금융가, 노동자와 농민, 수많은 지식인을 등장시켜 중국사회의 정면과 이면을 총체적으로 조감한 󰡔한밤중󰡕은 살아 있는 역사서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작품 완성에 도움을 줬다는 취추바이(瞿秋白)장래 문학사에서 1933년은 한밤중출판을 기록할 것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라고 평한 이래, 그에 상응한 문학사적 주목과 평가를 받아 왔다. 󰡔한밤중󰡕은 반식민지 반봉건 사회인 중국에서 정상적인 자본주의 발전의 길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민족부르주아지의 출로가 암담하다는 사실을 문학적으로 답하고자 썼다고 작가가 그 창작의도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작품이 창작될 당시 계몽과 구망(救亡)의 상호촉진단계에서 구망의 계몽 압도로 바뀐 1930년대였다. 리쩌허우(李澤厚)에 따르면, 구망의 정세, 국가의 이익, 인민의 기아와 고통이 모든 것을, 지식인이나 지식인 집단의 자유평등민권민주주의와 갖가지 아름다운 이상에 대한 추구와 요구를, 개인의 존엄개인의 권리에 대한 주의와 존중을 압도했던 상황이었다.

󰡔한밤중󰡕은 마오둔의 창작 중에서 최고의 작품이고 문학사에서도 반드시 언급되고 있는 작품이다. 󰡔한밤중󰡕은 인물 형상화, 이야기줄거리의 박진감과 재미, 심리나 상황묘사의 핍진함 등 1930년대뿐만 아니라 중국근현대문학사 어디에 놓더라도 손색이 없는 작품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발자크의 󰡔인간희극󰡕이 부르주아지 상승기의 프랑스 귀족사회의 몰락과정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살아 있는 근대 프랑스의 역사서 역할을 하고 있고, 솔로흐프의 󰡔고요한 돈강󰡕카자흐 지방의 적군과 백군의 혼란한 내전관계를 묘사함으로써 차르 몰락 전후의 러시아가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면, 마오둔의 󰡔한밤중󰡕1930년대 초 상하이를 배경으로 삼아 중국사회의 정치사회적 격동과 불안, 신흥 부르주아지의 부상과 지주계급의 몰락, 사라지는 시대와 떠오르는 시대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출처 :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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