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포스트사회주의 중국의 상하이 글쓰기와 도시공간 담론

ycsj 2010. 5. 7. 11:24

中國現代文學 第52號, 2010.3, pp. 55~84

Writing Shanghai and Discourse on Urban Space of Shanghai in Post-socialism China

 

http://www.dbpia.co.kr/view/ar_view.asp?arid=1393928

  

1.이끄는 글

2.중서 교류와 모던 상하이의 부침

3.포스트사회주의 시기의 ‘상하이 글쓰기’

4.상하이의 도시공간에 대한 담론

5.맺는 글

 

1.이끄는 글

 

최근 포스트사회주의(postsocialism)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사용되고 있다. ‘한국 중국현대문학학회’의 2006년 학술대회의 주제가 ‘포스트사회주의 시대 중국의 문학과 문화’였고, 이후 관련 전공자들 사이에서 포스트사회주의를 책 제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임춘성·왕샤오밍 2009; 이욱연 2009) 그 가운데 임춘성(林春城)은 “포스트사회주의는 … ‘개혁개방’ 이후 문혁으로 대변되는 ‘사회주의 30년’을 부정하고 그것과 단절하는 측면과,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음에도 문혁의 기제가 여전히 관철되는 측면을 동시에 지적한다는 장점이 있다. 즉 사회주의의 지속(after, 後)과 발전(de-, 脫)을 절합(articulation)시키고 있는 중국 ‘개혁개방’ 시기의 특색을 요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하다”(임춘성 2009, 23)고 하여, ‘중국 근현대 장기지속’의 관점에서 사회주의 30년과 개혁개방 30년을 연속적이면서도 불연속적으로 보고자 했다.

2차 대전 종식 후 본격적으로 제기된 ‘포스트식민(postcolonial) 담론’이 식민지를 전제로 삼았듯이, 포스트사회주의 담론도 ‘현실 사회주의’를 전제로 삼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포스트 냉전(post Cold War)’ 또는 포스트사회주의 시기로 진입하면서 사회주의가 완전히 소멸하고 자본주의가 최종 승리를 구가한 듯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데올로기이자 신화다. 우리는 이데올로기와 신화를 과학과 유토피아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포스트사회주의가 ‘포스트 냉전’의 문제의식과 중첩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1987년 미하일 고르바초프(Gorbachev, Mikhail Sergeyevich)가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를 선언하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소련이 해체되고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와해되면서 ‘포스트 냉전’ 시기로 진입한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는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 간의 대립으로 표상된 냉전 체제가 무너진 것이고, 사회주의권에 초점을 맞추면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된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 사회주의’ 사회들이 동질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포스트 냉전 시기에 각 사회주의 국가들이 취한 대응도 각양각색이었다. 특히 1978년부터 개혁개방을 실시한 중국은 소련 및 동유럽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포스트사회주의 단계로 진입한 셈이다. 이들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대응을 일률적으로 ‘자본주의에 투항’이라 보는 것은 피상적 관찰에 불과하다. 포스트사회주의라는 문제의식은 현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수용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사회주의와 결합한 자본주의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그리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제3의 가능성은 무엇인지 등과 연계되어 있다.

최근 출간된 자료에 의하면 포스트사회주의에 대한 연구가 일찍부터 진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위안제(苑潔 2007)에 의하면 이미 1980년에 알랭 투렌(Touraine, Alain)에 의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알랭 투렌은 『포스트사회주의』라는 책에서, 인류 역사의 발전 단계를 ‘프리산업사회-산업사회-포스트산업사회’로 나누고 산업사회가 쇠퇴함에 따라 포스트산업사회로 진입한다고 진단했는데, 그는 포스트산업사회를 포스트사회주의사회와 동일시했다. 이에 따르면 포스트사회주의사회는 사회주의의 소멸을 의미하고 이 단계에서는 숙련 기술자로 구성된 ‘신노동자계급’이 출현해 ‘공평’과 ‘정의’를 건립하고 ‘포스트사회주의’를 실현한다고 한다.(苑潔 2007, 1) 알랭 투렌의 포스트산업사회는 사회주의와 관련이 없어 보이면서도 그것을 사회주의 이상형인 포스트사회주의와 동일시함으로써 다소 모순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와 달리 아리프 덜릭(Dirlik, Arif)은 1989년 「포스트사회주의?-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대한 성찰」이라는 글에서, 포스트사회주의를 ‘사회주의 국가의 현상, 즉 현실 사회주의’와 ‘사회주의 국가의 미래’를 묘사하는 데 사용했다. 그에게 포스트사회주의란 사회주의가 다음의 세 가지 역사 환경에 놓인 상황을 가리킨다. 첫째, 사회주의 이상이 역사 발전과정에서 쇠락했기 때문에 그것은 이미 정치 원(元)이론으로서의 통일성을 상실했다. 둘째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은 어떤 상황에서도 ‘현실 사회주의’라는 이 구조의 제약을 받게 된다. 셋째 결합의 진행과정이 자본주의의 복권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포스트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포스트자본주의이기도 하므로 그것은 자본주의의 경험을 이용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 발전의 결함을 극복하려 시도하는 의미에서의 사회주의로 표현된다.(阿里夫·德里克 2007, 27) 필자가 보기에 아리프 덜릭은 포스트사회주의를 일종의 ‘국면(dimension)’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적 이상이 현실에서 실현 가능성이 배제된 현재 상황에서,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합한 상황’을 포스트사회주의로 설정하고 이를 자본주의의 복권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자본주의의 궁극적 승리라고 일컬어지는 현상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으로 인식하되 그 전제가 ‘현실 사회주의의 제약’이라고 읽어내는 통찰력은 주목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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