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서유럽 모던과 동아시아 근현대(발췌)
‘동아시아 근현대’라는 개념은 의론이 분분한 시공간이다. 서유럽의 ‘모던’은 한국에서는 ‘근대’라는 기표로, 중국에서는 ‘셴다이’(現代)라는 기표로 표기되고 있다. 그러나 ‘근대’와 ‘셴다이’는 자국의 맥락을 벗어나 상대국의 맥락으로 들어가면, 단순한 시간개념으로 변질되고 만다. 그러므로 ‘근대’와 ‘셴다이’를 아우르는, 나아가 일본의 기표까지 포괄하는 동아시아의 기표를 설정할 필요가 대두된다. 이 글에서 잠정적으로 제기하는 ‘동아시아 근현대’라는 기표는 통합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기대하는 것이다. 근현대 동아시아 지식인들은, 서유럽의 모던 과정이 있었고 동아시아는 그것을 모범으로 삼아 약간의 특수성을 가미해서 근현대 과정을 겪은 것으로 이해해왔다. 그러나 서유럽의 모던은 유럽 내부에서 순수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