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스 드 발, 2022, 『차이에 관한 생각―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이충호 옮김, 세종(세종서적), 2022-11-07.
원제 : Different: Gender and Our Primate Heritage (2022년)
프란스 드 발, 2019,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이충호 옮김, 세종(세종서적), 2019-08-05.
원제 : Mama’s Last Hug: Animal Emotions and What They Tell Us about Ourselves (2019년)
프란스 드 발, 2018, 『침팬지 폴리틱스―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 장대익 황상익 옮김, 바다출판사, 2018-03-09
원제 : Chimpanzee Politics (1982년)
프란스 드 발, 2017, 『공감의 시대―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최재천 안재하 옮김, 김영사, 2017-08-31.
원제 : The Age of Empathy: Nature's Lessons for a Kinder Society (2009년)
프란스 드 발, 2017,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이충호 옮김, 세종(세종서적), 2017-07-25
원제 : Are We Smart Enough to Know How Smart Animals Are? (2016년)
프란스 드 발, 2014, 『착한 인류―도덕은 진화의 산물인가』, 오준호 옮김, 미지북스, 2014-07-10. 원제 : The Bonobo and the Atheist (2013년)
프란스 드 발, 2007,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 김희정 옮김, 새물결, 2007-11-20. 원제 : Peacemaking among Primates (1989년)
프란스 드 발, 2005, 『내 안의 유인원―영장류를 통해 바라본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인간의 초상』, 이충호 옮김, 김영사, 2005-12-05.
원제 : Our Inner Ape (2005년)
프란스 드 발, 2022, 『차이에 관한 생각―영장류학자의 눈으로 본 젠더』, 이충호 옮김, 세종(세종서적), 2022-11-07.
원제 : Different: Gender and Our Primate Heritage (2022년)
책 소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수십 년간 사람과 동물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생물학은 기존의 젠더 불평등에 정당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젠더와 생물학적 성이 관련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은 인간 사회에서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자동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다고 해서 남녀가 다르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남녀 간의 선천적인 차이점들은 무엇이며, 그것들이 문화가 아닌 생물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영장류 연구에서 찾는다. 성차에 대해서는 다양한 접근법이 존재해 왔지만, 이 책은 기존의 연구나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영장류를 통해 성차의 비밀을 밝혀내고자 한다.
목차
추천의 글•06
머리말•14
제1장 장난감
침팬지와 장난감 40 | 인류학자와 생물학자 49 | 놀이와 본능 55
제2장 젠더
남자아이를 여자처럼 키우면! 68 | 젠더란 무엇일까? 74 | 문화 대 본능 82
침팬지 도나 이야기 85 | 젠더 정체성과 뇌 93
제3장 여섯 남자 아이
여섯 형제 중 넷째 102 | 세 가지 다른 문화 117 | 유인원의 행동을 관찰하다 121 | 권력다툼 없는 세상? 127
제4장 잘못된 비유
멍키힐의 비극 134 | 이기적인 유전자? 140 | 개코원숭이의 재발견 145
젠더와 영장류학 157
제5장 보노보의 자매애
보노보의 낙원 166 |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뜨리다 174 | 암컷의 지배 189 | 다시 야생으로 196
제6장 성적 신호
‘쩍벌남’의 진화심리학 202 | 얼굴과 엉덩이 209 | 암컷의 지위 변화 225
제7장 짝짓기 게임
특별한 삼각관계 232 | 진화의 베일 243 | 베이트먼의 원리가 깨지다 253
알파 수컷 몰래 256 | 영아 살해를 막기 위한 전략 264
제8장 폭력
폭력성에 대한 탐구 270 | 못된 침팬지 고블린? 280 | 난폭한 수컷 길들이기 285 | 잘못된 신념 293 | 올바른 문화 만들기 298
제9장 알파 수컷과 알파 암컷
알파 암컷 마마 304 | 권력에 대한 오해 307 | 진정한 권력과 지도력 314
암컷의 권력 투쟁 330 | 여성 지도자와 남성 지도자 335
제10장 평화 유지
경쟁과 협력 344 | 수컷 바탕질 353 | 유인원의 갈등과 화해 360
사람의 갈등 관리 370 | 남녀의 목소리 377
제11장 양육
새끼에 대한 어미의 애착 386 | 사회성과 이타적 행동의 기원 392
아기에게 끌리는 성향 399 | 수컷의 양육 잠재력 407 | 핵가족과 협동 양육자 414
제12장 동성 섹스
펭귄의 로맨스 428 | 이름을 말하지 못한 사랑 434 | 게이 뇌? 445 | 동기의 자율성 455
제13장 이원론 문제
복잡한 문제 460 | 신창조론을 넘어서기 463 | 마음과 뇌와 몸은 하나다 468
사랑과 존중으로 가는 길 472
감사의 말•476
주•480
부록: 사진으로 보는 암컷 유인원과 수컷 유인원의 삶•497
참고 문헌•510
찾아보기•546
책 속에서
젠더 차이라는 주제는 어느 쪽으로건 감정을 자극한다. 이 분야에서는 누구나 강한 의견을 피력하는데, 동물을 연구하는 우리에게는 아주 낯선 상황이다. 영장류학자는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절대로 행동을 옳고 그른 것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연구에는 불가피하게 해석이 포함되지만, 우리는 수컷의 행동을 ‘역겹다’라고 표현하거나 어떤 종의 암컷을 ‘상스럽다’라고 부르는 일이 절대로 없다. 우리는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런 태도는 박물학자들 사이에 오랫동안 내려온 전통이다. 비록 수컷 사마귀는 교미하다가 문자 그대로 머리를 잃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컷을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우리는 자신의 짝이 몇 주일 동안 밀폐된 둥지 안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진흙 덩어리를 물어오는 수컷 코뿔새의 행동을 판단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자연이 왜 그런 식으로 작용하는지 경이롭게 여길 뿐이다.-머리말 중에서
영장류학자는 성을 경시해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영장류학회 회의에서 약 1000번의 강연을 들었지만, “있잖아요, 저는 숲에서 암컷과 수컷 오랑우탄을 추적하다가 그들의 행동이 서로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다. 대다수 영장류에서 암수의 행동 차이가 얼마나 극명한지를 감안하면, 그런 말을 한 강연자는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영장류학자들은 이러한 차이를 사랑한다. 우리에게 그것은 일용할 양식이다. 그것은 영장류의 사회생활을 아주 흥미롭게 만든다. 수컷이 중시하는 의제가 따로 있고, 암컷이 중시하는 의제가 따로 있다. 우리의 과제는 양자 사이의 상호 작용을 추론해 알아내는 것이다. 수컷과 암컷은 가끔 이해가 상충하지만, 상대방이 없으면 진화의 경쟁에서 어느 쪽도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양쪽의 의제는 어느 지점에서 교차한다.-머리말 중에서
원숭이들에게서도 성에 따른 사람 아이의 선호가 그대로 나타났다. 자동차 같은 운송 수단 장난감은 주로 수컷이 땅 위에서 움직이면서 가지고 놀았다. 수컷은 공도 좋아했다. 반면에 인형은 암컷이 더 많이 가지고 다녔는데, 인형을 꼭 껴안거나 생식기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후자의 행동은 새로 태어난 새끼의 생식기에 관심을 보이는 원숭이의 호기심과 일치한다. 새로 새끼를 낳은 어미 주위에 암컷들이 모여들어 꿀꿀거리는 소리와 입맛 다시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면서 꼬물거리는 새끼의 다리를 벌리고, 찌르고, 당기고, 다리 사이에 코를 대고 냄새를 킁킁 맡는 행동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가 ‘태아 성별 공개’ 파티를 발명하기 오래전부터 영장류는 이런 행동을 해왔다.
(...)
수컷 원숭이들은 바퀴가 달린 장난감을 선택했다. 수컷은 모든 장난감을 좋아한 암컷에 비해 외골수 성향을 보였다. 수컷이 봉제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탓에 이 장난감들은 대부분 암컷의 차지가 되었다. 어린이들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데, 남자아이에게서 특정 장난감 선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보편적인 설명은 남자아이는 여성처럼 보일까 봐 두려워하는 반면, 여자아이는 남성처럼 보일까 봐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숭이가 젠더 지각에 신경을 쓴다는 증거가 없다면, 이들이 남자아이가 느낀다고 추정되는 것과 동일한 불안을 느낄 가능성은 없다. 진실은 더 단순할지도 모른다. 즉, 대다수 남자아이와 수컷 영장류는 인형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지도 모른다.-1장 장난감 중에서
젠더는 각 성이 걸치고 돌아다니는 문화적 외투와 같다. 그것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관련이 있는데, 그러한 기대는 사회마다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일부 정의는 이보다 더 급진적인데, 젠더의 본질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의들에서는 젠더를 생물학적 성과는 완전히 별개인 임의적 구성물로 본다. 말하자면, 외투가 혼자서 스스로 돌아다니는데, 그것을 어떻게 꾸미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2장 젠더 중에서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브렌다의 성장 과정을 추적한 머니는 완전한 성공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젠더는 순전히 양육에 달린 문제라고 선언했다. 어느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남자아이를 여자아이로, 여자아이를 남자아이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은 이 소식을 환영했는데, 그것은 우리가 자신의 운명을 제어할 수 있다고 암시했기 때문이다. 머니는 여성 운동의 영웅이 되었다. 1973년에 〈타임〉은 그의 연구가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행동 패턴이 바뀔 수 있다는 여성 해방론자들의 주된 주장에 강한 지지”를 보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일순간에 너무나도 처참하게 와르르 무너져 내렸고 머니는 논란의 인물이 되었다. 죽고 나서 한참 지났는데도 머니는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 돌팔이와 사기꾼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여성으로 변했다고 간주되었던 그 소년이 자신의 새로운 젠더를 격렬하게 거부한 것이다. 여자아이 옷을 입히고 인형을 주었지만, 브렌다는 남자아이처럼 걷고 말했으며, 프릴이 달린 드레스를 찢어버리고 남동생의 트럭을 훔쳤다. 브렌다는 남자아이들과 놀면서 요새를 만들고 눈싸움을 함께하길 원했다.-2장 젠더 중에서
옛날에는 사람이 무한히 유연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 개념은 특히 인류학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이들은 전통적으로 생물학을 무시하는 대신에 문화를 강조했다. 1970년대에 애슐리 몬태규 Ashley Montagu는 우리 종에게는 선천적 경향이 전혀 없다고 기술하면서 “사람은 본능이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보다 10여 년 전에 같은 몬태규가 여성은 본질적으로 남성보다 사랑과 배려가 더 넘치는 존재라고 찬양했다. 여기에는 명백한 모순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문화가 그 위에 젠더 규범을 새기는 빈 서판으로 간주하는 동시에 양성 사이의 자연적 차이를 상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여성의 우월성에 관한 몬태규의 견해에 동의한 인류학자 멜빈 코너 Melvin Konner가 문화가 모든 것이라는 자기 분야의 슬로건과 거리를 둔 이유는 이 때문일지 모른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서로 다르며, 이들이 자라서 되는 남성과 여성도 서로 다르다. 이것은 심오한 생물학적, 철학적 통찰이고, 비록 나는 처음에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젊은 시절에 나는 강한 문화 결정론자였다-이제는 기꺼이 그것을 포용하고 옹호한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와 생물학 중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할 필요가 전혀 없다. 유일하게 타당해 보이는 입장은 ‘상호 작용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상호 작용주의 interactionism는 유전자와 환경 사이에 역동적인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고 상정한다. 유전자 자체는 포장도로에 떨어진 씨앗과 같다.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다. 이와 비슷하게 환경도 자체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데, 거기에서 작용해야 할 생명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자 사이의 상호 작용은 너무나도 복잡해서 대개의 경우 우리는 각자의 기여가 어느 정도인지 밝혀낼 수 없다.-2장 젠더 중에서
암컷 침팬지는 많은 수컷 전략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암컷이 생식기가 부풀어 오른 채 숲에 나타나면, 많은 수컷이 꼬인다. 여러 수컷 어른이 암컷을 따라다니면서 하루 종일 번갈아 가며 짝짓기한다. 야생 침팬지의 경우, 동시에 생식기가 부풀어 오른 암컷이 여러 마리 있으면, 이러한 모임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축제 같은 ‘섹스 잼버리’는 큰 경쟁 없이 진행된다. 뷔르허르스 동물원에서 나는 ‘성적 흥정’을 이야기했는데, 그것은 치열한 협상이 벌어지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수컷들은 암컷 근처에 무리를 지어 (모여서) 서로 털고르기를 했다. 오랫동안 털고르기를 해주는 대가로 그들 중 한 마리가 방해받지 않고 짝짓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는데, 특히 알파 수컷에게 털고르기를 해야 효과가 있었다. 모든 짝짓기에는 대가가 따랐다.
암컷 침팬지의 생식기가 최종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단계에 이르면, 수컷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진다. 암컷은 이 단계에서 생식 능력이 극대에 이른다. 서열이 높은 수컷은 암컷을 혼자 독차지하기 위해 암컷을 꾀거나 힘으로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암컷이 오로지 임신만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은 수컷과 교미를 한다는 것이다. 야생 암컷 침팬지는 평생 (동안) 12마리 이상의 수컷과 약 6000번의 짝짓기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암컷이 낳은 살아남는 새끼는 겨우 5~6마리에 그친다. 과도하게 많은 섹스처럼 생각되지 않는가? 실제로 과도하게 많은 것이긴 하다-적어도 수정의 관점에서는. 하지만 8개월 후에 새끼가 태어났을 때, 수컷들이 새끼를 해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암컷이 많은 수컷과 섹스를 하려 한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은 절대로 과도한 것이 아니다.-7장 짝짓기 게임 중에서
동성애의 진화를 이해하려면, 당연히 사육 상태의 펭귄 몇 마리의 행동보다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한, ‘게이 펭귄’은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수생 조류 중 일부가 자신과 같은 성에 배타적 또는 지배적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예를 들면, 사일로와 로이의 관계는 계속 유지되지 않았다. 6년 뒤, 사일로는 자신의 짝을 떠나 캘리포니아주에서 온 암컷 스크래피Scrappy와 어울리기 시작했다. 이 결별은 맨해튼의 게이 집단에 큰 충격을 주었다. 많은 사람이 실망했는데, 특히 동물원의 고참 펭귄 사육사인 로브 그램제이 RobGramzay는 두 수컷이 “잘 어울리는 한 쌍처럼 보였다.”라고 아쉬워하며 회상했다.
펭귄들 사이에서 파트너 관계와 파트너의 성은 너무 자주 바뀌어서, 펭귄은 동성애자보다는 양성애자로 보는 것이 좋다. 게다가 이러한 변동은 그 원인을 가끔 일어나는 암수의 성비 불균형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동물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아남극 지역에 위치한 케르겔렌 제도에서 10만 쌍이 넘는 임금펭귄 무리를 관찰한 연구에서는 동성애 행위가, 특히 수컷들 사이에서 동성애가 자주 목격되었다. 프랑스 동물행동학자 그웨나엘 팽스미Gwenaelle Pincemy는 두 펭귄이 “머리를 하늘을 향해 길게 뻗고 눈을 감은 채 함께 머리를 앞뒤로 돌리다가 머리가 가장 멀어졌을 때 서로를 ‘흘끗 훔쳐본다.’”라고 묘사했다. 이런 과시 행동을 하는 전체 쌍중 약 4분의 1이 수컷과 수컷의 쌍인 반면, 파트너가 서로의 소리를 알아보는 다음 단계의 결합으로 넘어가는 쌍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만 헤어졌다가도 다시 짝을 찾을 수 있는데, 수천 마리가 모여 있는 무리에서는 이 능력이 아주 중요하다. 비록 이 결합 단계에 도달하는 동성 쌍은 드물긴 하지만, 야생에서도 실제로 그런 쌍이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12장 동성 섹스 중에서
P. 84 하지만 ‘젠더 불평등gender inequality‘이란 두 단어 중 오직 하나만 문제가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젠더‘는 문제가 아니다. 인종 차별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다른 인종의 사람들에게 서로 비슷한 모습이 되려고 노력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젠더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결국에는 그런 시도는 더 깊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다.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젠더의 존재가 사회의 도덕적, 정치적 문제의 원인이라고 비난한다. (P.84-85) - petrichor
그런 행동을 우리가 좋게 생각하든 나쁘게 생각하든, 그런 행동이 어떻게 진화하게 되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양성 모두에게 그런 행동은 늘 유전적 유산을 남기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데올로기는 그런 행동과 아무 관계가 없다. - 함박꽃
P. 145 내가 인사를 나누면서 속으로 나의 행운에 기뻐하고 있을 때,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확성기에서 ‘주빈석‘으로 와달라면서 몇몇 사람들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유럽 대륙에서 온 우리에게는 특별한 주빈석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주 생소했다. 그것은 매우 불쾌하게 들렸는데,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계급 구분을 도입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함박꽃
P. 302 그것은 아들은 폭력적 성향이 강한 쪽으로 자라기 쉽다는 사실이다. 아들은 또한 딸보다 훨씬 큰 신체적 힘을 갖게 된다. 모든 사회는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이 이중적 잠재력을 이해하고, 젊은 남성을 교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소년들은 더이상 전사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회는 그들의 공격적 충동을 건설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 충동은 대단한 성취를 낳을 수도 있고 나쁜 행동을 낳을 수도 있다. 소년들을 남용의 원천이 아니라 힘의 원천이 되도록 만들려면, 그들이 자신의 젠더에 맞는 감정적 기술과 태도를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 소년들은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소년들이 자제력과 명예심, 여성에 대한 존중심을 키우길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작은 일로 취급할 게 아니라, 남성다움의 핵심으로 취급해야 한다. - 함박꽃
새끼 원숭이를 혼자 있는 수컷 어른의 방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수컷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불편해하고 망설이는 태도를 보일 것이고, 심지어 구석으로 물러날지도 모른다고 고이는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수컷은 결국 암컷이 한 것과 똑같은 일을 한다. 그들은 새끼를 들어 올려 배 위의 올바른 위치에 올려놓으며, 그러면 새끼는 곧 안정을 찾는다. 수컷 역시 새끼를 부드럽게 안고 입술을 쩝쩝대면서 완벽한 아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수컷의 반응은 암컷의 존재에 달려 있다. - 함박꽃
P. 311 과학은 여전히 폭력과 전쟁을 우리 종의 필수적인 유산으로 간주하는데, 선사 시대에 그러한 행동이 만연했다는 증거가 매우 빈약한데도 불구하고 그런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면, 고고학 기록에는 1만 2000년 전의 농업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에 대규모 학살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따라서 우리 DNA에 전쟁이 들어 있다는 진화 시나리오는 추측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petrichor
P. 320 나는 두 가지 주요 알파 유형을 안다. 첫 번째 유형은 이러한 경영서에서 추켜세우는 유형에 딱 들어맞는다. 이들은 “둘 다가 될 수 없다면, 사랑받는 존재보다 남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낫다.”라는 마키아벨리의 신조에 따라 살아가는 무뢰한이다. - petrichor
P. 350 전통적으로 인류학은 인간 사회를 남성들 사이의 협약으로 묘사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인류학 분야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남성 간의 유대, 남자들이 함께 모여 사는 집, 남성 성년식, 형제애, 맹수 사냥, 전쟁에 관한 현장 보고서가 쏟아졌다. 여성은 단지 남성의 소유물에 불과했고, 이웃 부족 간의 결혼 교환에 적합한 대상이었다. 비판적인 한 논문은 “인류학은 늘 남성이 남성에 관한 이야기를 남성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라고 지적했다. (P.350-351) - petrichor
P. 364 침팬지 사이에서는 마치 마음속에서 단순히 감정 조절 손잡이를 적대에서 우호 쪽으로 돌린 것처럼 이러한 반전이 놀랍도록 빨리 일어난다. 사람도 이 감정 조절 손잡이를 조작하는 데 아주 능숙하다. 우리는 갈등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서 함께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면서 매일 그렇게 한다. 우리는 나쁜 감정을 억누르거나 잊어버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분출할 때마다 사후에 문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적대감에서 정상화로 전환되는 과정을 용서로 경험한다. 이 감정은 가끔 사람의 전유물로, 심지어는 종교적인 것(“다른 뺨마저 내주어라.”)으로 칭송하지만, 모든 사회적 동물에게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 (P.364-365) - petrichor
P. 370 관계의 가치가 갈등 관리의 필요성을 결정한다. 수컷 간의 유대가 중요한 유인원 사회에서 암컷과 수컷이 갈등을 처리하는 방식이 모계 중심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유인원과 다른 이유는 이 때문이다. 만약 화해 경향이 생물학적 진화에 의해 형성된다면, 추가적으로 문화적 진화가 어떤 가능성을 가져다줄지 생각해보라. 우리는 호미니드(hominid) 중에서 수컷 간 유대와 암컷 간 유대가 균형을 이룬 유일한 종이며, 또한 문화적으로 가장 유연한 종이다. - petrichor
P. 388 이것은 정의상 암컷과 관련된 ‘모성 본능’을 탐구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이 용어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논의할 것도 많다. 불행하게도 ‘본능’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어미의 보살핌이 미리 프로그래밍된 로봇의 행동인 것처럼 들린다. 마치 모든 암컷이 갓 태어난 새끼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즉각적으로 알고 있고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처럼 들린다. - petrichor
P. 388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따뜻함과 보호와 액체 영양이 필요하다. 출생 후에 새끼의 살과 피에 필요한 것을 공급할 수 있는 후보는 적어도 처음에는 어미밖에 없다. 알을 낳고는 알에서 새끼가 부화하기 전에 버리고 떠나는 수많은 동물과 달리 어미 포유류는 새끼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항상 그 옆에 함께 있다. 수컷도 가까이에 있을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자식을 돌보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진화는 암컷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암컷은 영양을 공급하는 장비와 자식을 마치 여분의 팔다리처럼 자신의 몸에서 뻗어나온 부분으로 간주하는 뇌를 받았다. (P.388-389) - petrichor
P. 426 사회적 처리 방식은 가끔 그 배후에 있는 생물학보다 더 엄격하다. 생물학을 무시하는 것은 언제나 현명한 방법이 아니지만, 기존의 사회적 역할의 원인을 생물학으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이다. 동물과 사람의 행동에 대한 현대 지식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유연한 대응책을 시사한다. - petrichor
P. 475 나는 생물학자이지만 인간 문화의 힘을 굳게 믿는다. 나는 젠더 관계가 나라마다 얼마나 다른지 직접 경험했다. 일정한 한계 내에서 젠더 관계는 교육과 사회적 압력, 관습, 본보기에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젠더의 몇몇 측면조차도, 한 젠더에게서 다른 젠더와 동일한 권리와 기회를 박탈할 핑계가 되지 않는다. 나는 젠더 사이에 정신적 우월성이나 선천적 지배성이 있다는 개념을 참을 수가 없으며, 그런 개념을 버리길 희망한다. - petrichor
P. 450 자연은 다양성을 사랑한다. 불행히도 사회는 그것을 싫어한다(밀턴 다이아몬드) - 핑카나
프란스 드 발 (Frans de Waal): 동물 연구의 최전선에서 40년 동안 활동해온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대중 저술가로 폭넓은 명성을 얻고 있다. 1948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에서 동물행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에는 〈타임〉이 선정한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고, 2011년에는 〈디스커버〉의 “47인의 과학계의 위대한 지성”으로 선정되었다. 2011년 11월, 동물의 도덕적 행동에 관한 그의 TED 강연은 400만 뷰를 기록했다. 침팬지의 엉덩이 인식능력 연구로 기발한 연구에 주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 위트레흐트대학교 석학교수, 여키스 국립영장류연구센터의 ‘살아 있는 고리 연구센터’ 책임자이다. 드 발은 첫 번째 저작 《침팬지 폴리틱스》(1982년)에서 당시 학계에서 흔히 ‘영혼 없는’ 실험 객체로 취급받던 침팬지와 그 사회에도 인간과 같은 마키아벨리적 권력 투쟁이 있음을 알렸다. 그 뒤로도 《영장류 평화 만들기》 《보노보》 《내 안의 유인원》 등 연이은 저작을 통해 인간과 영장류 사이의 진화적 연속성을 보여주었다. 드 발은 동물의 지능과 감정을 다룬 작품인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과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에 이어 이 책 《차이에 관한 생각》에서 현재 많은 이슈가 되는 남자와 여자의 성차와 젠더의 기원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탐구한다.
프란스 드 발, 2019,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동물에게서 인간 사회를 읽다』, 이충호 옮김, 세종(세종서적), 2019-08-05.
원제 : Mama’s Last Hug: Animal Emotions and What They Tell Us about Ourselves (2019년)
책 소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위트 넘치는 섬세한 필력으로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온 프란스 드 발의 신작. 죽음을 앞둔 침팬지 ‘마마’와 그의 40년 지기 친구 얀 판 호프의 마지막 포옹에서 영감을 받아 쓴 책으로,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사람이 침팬지 우리에 찾아가는 것은 목숨을 건 위험한 행동이다. 마마는 그런 두려움을 잘 알기라도 하듯 크게 미소 지으며 오랜 인간 친구 얀의 목을 감싸서 가볍게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 1천만 뷰를 돌파하면서 전 세계에 진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두 영장류의 가까운 지인이기도 한 드 발은 이를 근거로 동물과 인간이 진화적으로 감정을 공유하며, 인간 감정의 기원은 다른 동물에게서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드 발은 인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동물의 감정과 이를 유발하는 정신세계를 탐구하면서 감정이 몸의 일부와 같으며, 몸의 모든 기관이 생존에 중요하듯 모든 감정이 생존의 필수 요소라고 말한다. 연상 암컷을 선호하는 수컷, 동족의 죽음을 애도하는 침팬지, 물고기의 우울증, 고양이의 가짜 분노, 박애주의 정신의 보노보 등 다양한 일화를 통해 감정이 인류가 번성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진화의 무기임을 강조한다.
목차
프롤로그: 동물도 감정이 있을까?
제1장 마마의 마지막 포옹: 어느 침팬지 가모장의 작별 인사
두 호미니드의 감동적인 재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다
마마의 중심적 역할
알파 암컷
죽음의 불가피성과 애도
제2장 정신을 들여다보는 창: 영장류의 웃음과 미소
의인화 논쟁과 인간의 예외주의
얼굴 표정을 통해 드러나는 감정
이빨을 드러내고 씩 웃는 표정
그것 참 재미있군!
혼합 감정
제3장 몸에서 몸으로: 공감과 동정
사람의 성별을 구별하는 영장류
세월의 지혜
모방 행동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사용되는 공감
쥐의 동정
제4장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감정들: 혐오감, 수치심, 죄책감, 그 밖의 불편한 감정들
동물도 혐오감을 느낄까?
갈증을 느끼는 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자부심과 편견
수치심과 죄책감
혐오감
감정은 기관과 같다
제5장 권력 의지: 정치, 살해, 전쟁
인간의 정치와 영장류 정치
알파 수컷처럼
정치적 짜증과 권력욕
살해
전쟁의 북소리
암컷의 힘
제6장 감정 지능: 공정성과 자유 의지에 관해
사자와 얼룩말
뇌와 이성을 찬미하는 경향
오이 원숭이와 포도 원숭이
최후통첩 게임
자유 의지와 개소리
내 곁에 있어 줘
제7장 감각성: 동물은 무엇을 어떻게 느낄까?
뇌가 큰 동물은 의식이 있을까?
고기와 감각성
크리시포스의 개
기적이 필요 없는 진화
소리를 지르지 않는 물고기는 통증을 못 느낄까?
동물 보호를 위한 투명성
결론
감사의 말
부록: 화보로 보는 유인원들의 삶
참고 문헌
찾아보기
책 속에서
첫 문장: 마마가 59세가 되기 한 달 전, 그리고 얀 판 호프가 80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두 달 전, 늙은 두 호미니드는 감정이 복받치는 재회를 했다.
P. 28~29 마침내 선잠에서 깨어난 마마는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파악하는 데 잠깐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온 얀의 모습을 확인하자 기쁨이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황홀경에 빠진 듯 이빨을 드러내고 씩 웃는 표정을 지었는데, 우리 종이 흔히 짓는 것보다 훨씬 큰 표정이었다. 침팬지는 입술이 놀랍도록 유연하여 안쪽이 바깥으로 나올 정도로 뒤집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마마의 이빨과 잇몸뿐만 아니라 입술 안쪽까지도 볼 수 있었다. 마마는 얼굴 중 절반이 거대한 미소로 변한 채 꺅꺅거리는 소리를 질렀다. 이때 마마의 감정은 긍정적인 것이었음이 분명한데, 얀이 허리를 숙였을 때 마마가 얀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기 때문이다. 마마는 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나서 긴 팔 하나로 얀의 목을 붙잡고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이렇게 포옹하는 동안 마마는 손가락으로 얀의 머리와 목 뒤쪽을 리드미컬하게 톡톡 두드렸다. 이것은 침팬지가 낑낑거리는 새끼를 달랠 때 흔히 사용하는 위로의 제스처이다. 이것은 마마에게 딱 어울리는 행동이었다. 마마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얀이 느낀 두려움을 알아채고서 이런 행동을 통해 얀에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준 것이다. 마마는 얀이 자신을 보러 와서 행복했다.
P. 55 생식기 팽대부에 끌리는 수컷 침팬지들이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데, 대부분 사람은 이 발그스름한 팽대부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남자들이 가슴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과 큰 차이가 있을까? 앞쪽에 불룩 솟아오른 살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데, 이것은 생식 능력을 과시하는 징표가 전혀 아닌 반면, 침팬지의 생식기 팽대부는 그런 징표이기 때문이다.
P. 92~93 우리는 오랫동안 설치류의 얼굴이 감정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지만, 자세한 연구를 통해 설치류도 양미간을 좁히고 귀를 낮추고 뺨을 부풀리는 행동을 통해 괴로움을 나타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른 설치류 동료는 이런 얼굴을 쉽게 알아보는데, 실험을 통해 고통을 나타내는 얼굴보다는 편안한 얼굴을 한 쥐 사진 옆에 앉기를 선호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스위스 과학자들은 실험실 쥐들을 매일 간질이고 함께 놀아주는 과정을 포함한 긍정적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회기가 끝날 때마다 조용한 순간에 쥐들의 얼굴을 분석했다. 그들은 단지 얼굴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어떤 쥐가 긍정적 치료를 받았는지 구별할 수 있었는데, 분홍색이 더 뚜렷해지고 더 편안해 보이는 귀가 그 단서였다. 이 연구들은 설치류의 얼굴이 정적이라는 개념(동일한 포커페이스를 한 쥐들이 서로 다른 감정을 가졌다고 표현함으로써 쥐들을 조롱한 만화도 있었다)에 종지부를 찍었다.
P. 139 우리 얼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움직임이 훨씬 더 많은데, 이것은 남들의 움직임을 모방함으로써 그들과 연결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때문에 얼굴에 보톡스 시술을 받은 사람은 문제가 생긴다. 근육 이완 때문에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을 모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남들처럼 느끼는 능력이 떨어진다. 보톡스 시술을 받은 사람은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이 문제는 단지 이들이 남들과 연결되는 과정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이들과 연결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보톡스 시술을 받은 얼굴은 얼어붙은 것처럼 보여 일상적인 상호 작용에 쓰이는 미세 표정의 흐름이 사라진다. 이들의 얼굴 표정은 반응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단절감을 느끼고, 심지어 거부당한 느낌을 받는다.
P. 267 트럼프가 남성 경쟁자들을 괴롭히는 기술은 가히 전설적이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예비 선거 동안 도널드는 자신을 크게 부풀리고, 목소리를 착 깔고, “기력이 딸리는 제브”나 “꼬마 마코”처럼 상대를 비하하는 별명으로 모욕하면서 불쌍한 동료 후보들을 짓뭉갰다. 그는 스테로이드가 넘치는 수컷 침팬지처럼 거들먹거리면서 예비 선거를 사실상 남성성이 과다하게 분출되는 몸짓 언어 경연장으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비록 트럼프가 상대를 위협하고 짓밟는 데에는 아주 뛰어나긴 했지만, 본선에서 여성 경쟁자와 맞서는 데에는 이 전략이 반드시 도움이 되진 않았다. 다른 남성을 인정사정없이 몰아치던 방식으로 꺾을 수 없는 경쟁자를 만난 것이다. 나는 로널드 레이건 이래 벌어진 정치 토론을 모두 지켜보았지만, 2016년 10월 9일에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간에 벌어진 두 번째 텔레비전 토론만큼 기이한 장면은 본 적이 없었다. 거기서 노골적으로 표출된 신체적 표현과 적대감은 지옥의 토론을 방불케 했다. 트럼프의 몸짓 언어는 당장이라도 상대를 때려눕히고 싶지만 손가락 하나라도 댔다간 자신의 출마 자격이 날아가고 만다는 사실에 고통받는 영혼에서 뿜어나오는 그것이었다.
P. 305 침팬지는 성적 문제를 권력으로 해결하는 반면, 보노보는 권력 문제를 성으로 해결한다. 게다가 보노보는 동성애를 포함해 온갖 가능한 방법으로 성관계를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과 저널리스트들은 그런 착한 존재는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보노보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전쟁 대신에 사랑을 하는 이 종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조작된 이야기가 아닐까? 즉, 진보적 좌파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유인원이 아닐까 하고 의심한 것이다. 한 저널리스트는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처럼 보노보가 실제로는 평화적이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멀리 콩고민주공화국까지 여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갖고 돌아온 이야기는 다이커영양을 뒤쫓는 보노보였다. 작은 영양은 안전하게 도망쳤지만, 그 저널리스트는 유인원이 영양을 죽여서 잡아먹었을 것이라는 섬뜩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해당 주제와는 별 관계가 없었는데, 포식 행위는 공격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식 행위는 경쟁이 아니라 배고픔 때문에 일어난다.
추천 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삶에 관해 공감과 통찰력이 가득한, 아주 매혹적이고 가슴 따뜻한 책이다. -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 《사피엔스》의 저자)
고양이, 개 등 애완동물이 실제로 감정을 비롯한 정신세계를 지니고 있음을 확신하게 해준다. 동물의 감정과 동물심리학적 발견을 통해 동물의 감정 표현이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밝히고 있으며, 동물들이 서로 의존하고 협력을 통해 생존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 이병윤
책에 나오는, 마마라는 나이든 침팬지와 동물학자가 만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찾아봤다. 감동이었다. 동물 역시 인간과 비슷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었으니까. 지구의 위기가 인간우월주의의 산물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이 책을 읽자. 동물의 감정을 안다면 더 이상 동물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 <밥보다 일기> 저자)
포유류 중 가장 지능이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영장류, 그중에서도 꼬리가 없어 사람을 더욱 닮은 유인원. 이 책은 세계적인 영장류학자가 들려주는 유인원에 대한 연가戀歌이며, 침팬지에서부터 시작해 물고기에까지 이르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동물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사람만이 독특하게 갖는 감정이란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팩트fact이면서, 동물을 빌려 사람의 감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주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사람이 최고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과 감정을 공유하길 원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 김대준
획기적이다. 정신세계를 진화적 맥락으로 아주 생생히 탐구했다. 여러 종을 가로지르는 동시에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 정신세계의 풍요로움과 강력함과 효용성을 효과적으로 잘 드러냈다. - 사이 몽고메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문어의 영혼》 저자)
다채로운 이야기와 눈을 뗄 수 없는 서사를 통해 동물의 왕국에서 인간만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는 완고한 믿음을 확실히 잠재우는 책이다. 이로써 저자는 동물의 윤리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는 데 한 획을 그었다. - 바버라 J. 킹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저자)
저자는 경이로운 관찰로써 우리에게 동물에 대한 더 나은 대우와 사랑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껏 우리가 동물들에게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결코 취하지 않았던 방식을 제시한다. - 피플
저자는 독창적인 사고로 그의 무대 앞좌석에 우리를 초대한다. 팝콘을 나눠주면서 삶이 펼쳐지는 이야기에 우리를 빨려 들어가게 한다. 영장류와 다른 동물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들과 온갖 드라마를 통해 우리 종족에 대한 위대한 교훈을 주고 있다. - 비키 콘스탄틴 크로크 (자연과학 분야 저자)
쉽고 편한 문체로 감동적이고 재미있고 눈을 뗄 수 없게 서술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동물 친구들과 우리 자신의 감정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 에린 웨이먼 (과학 분야 작가이자 기고가)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여러 과학자에게 동영상 링크를 보내면서 그것을 보면 관점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은 생각이 아주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 저자는 수십 년간 이 지구를 골똘히 관찰하고 깊이 사고하면서 어떤 누구보다 이 세상을 더 깊이 더 아름답게 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지상의 생명체에 대한 그의 아름답고도 통찰력 넘치는 시각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 칼 사피나 (생태학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리와 몸짓: 동물은 어떻게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가?』 저자, The Safina Center 창립자)
이 책만큼 훌륭한 책은 처음이다. 우리가 사람의 특성이라고만 생각했던 감정과 다른 정신적 특성들이 다른 동물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인 디테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단히 중요한 책인 것은 물론이고 정말로 재미있다. 그저 탁월하다는 말밖에는 이 책의 장점을 표현할 길이 없다. -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 (인류학자, 『인간들이 모르는 개들의 삶』의 저자)
저자는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영장류학자로서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걸어왔고, 동물들의 연속성을 탐구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사고를 바꾸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과 비인간 동물들의 연속성을 조사함으로써 그 놀라운 행보를 또 한 번 보여주고 있다. 근거 없는 추측과 이데올로기와 잘못된 직감들만 무성한 가운데, 저자는 깊은 통찰력으로 우리와 영장류는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매우 중요하고 지혜로우며 읽기 쉬운 책이다. - 로버트 M. 새폴스키 (스탠퍼드대학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행동』 저자)
저자는 이 책에서 철저한 과학과 매혹적인 일화를 적절히 조합함으로써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행동을 잘 설명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다른 동물들보다 더 잘났고 더 똑똑하다는 자만심을 꾸짖는다. - 조너선 발콤 (생태학자이자 저술가)
프란스 드 발, 2018, 『침팬지 폴리틱스―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 장대익 황상익 옮김, 바다출판사, 2018-03-09
원제 : Chimpanzee Politics (1982년)
책 소개: 초판 출간 후 수십 년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며 이제는 과학저술의 고전으로 우뚝 선 《침팬지 폴리틱스》의 25주년 기념판.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침팬지 폴리틱스》는 출간 즉시 영장류학자들로부터 그 과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가, 기업경영인, 사회심리학자들로부터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성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준다는 찬사를 받았다.
정치는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동물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본능만 좇을 뿐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는가? 고도의 정치적 기법으로 그네들만의 관계와 서열을 그물처럼 엮어가는 아른험의 침팬지 집단을 관찰하면서, 저자는 우리에게 정치의 기원이 인간의 기원보다 더 오래되었음을 한 번 더 각인시켜준다.
목차
옮긴이의 말 8
25주년 기념 서문 13
침팬지와의 첫만남 25
첫인상 | 자유를 찾은 무리들 | 잊을 수 없는 대탈출 | 동물행동학 | 지각 능력 | 의사소통 신호 | 편파적 행위 | 화해 | 연합 | 안전한 해석 | 대담한 해석 | 융통성을 발휘하는 행동
개성 77
여장부 마마 | 이에룬과 라윗 | 파위스트 | 호릴라 | 니키와 단디 | 암놈 소집단 | 스기야마 박사 | 권력교체 | 형식적 우열관계와 실제적 우열관계 | 최초의 투쟁 | 이에룬의 고립 | 라윗과 니키의 간접 연합 | 떼쓰기와 싸움 | 평화의 대가 | 삼각관계의 형성 | 라윗의 새 정책 | 이에룬과 니키의 직접 연합 | 니키의 부재
불안한 안정 209
분할 지배 | 집단 지도 체제 | 성적 특권 | 구애와 교미 | 야심과 부성 | 성을 둘러싼 흥정
사회생활의 원리 263
의존 서열 | 암놈의 서열 구조 | ‘헐떡 과시’와 ‘우쭐 과시’ | 암놈과 수놈은 삶의 목표가 다른가 | 나눔 | 서로의 편리를 주고받는 침팬지들
정치의 기원 305
에필로그 315
감사의 글 324
주 326
참고 문헌 336
책 속에서
첫 문장: 동물원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은 침팬지를 보고 즐거워한다.
P. 38 야생 침팬지가 먹을 것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움직이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먹이를 구하는 데 써야 한다. 그러나 동물원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금방 싫증을 낸다. 그 결과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증가하게 되고, 그들에게는 이른바 사회화를 위한 시간이 지나칠 정도로 많아진 것이다. - 벌새
P. 48 처음에 우리는 인식하는 것만 볼 수 있다. 장기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도 장기판 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 사람이 곁에서 한 시간 동안 지켜보더라도 게임 상황을 다른 판에 복기해 보라고 하면 확실히 재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장기에 뛰어난 사람이라면 몇 초 동안만 바라봐도 말들의 배치를 모두 파악해서 기억할 수 있다. 이는 기억력의 차이가 아니라 지각력의 차이에 의한 것이다. 문외한에게 체스 말의 위치는 각각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아는 사람은 말의 위치에 커다란 의미가 있으며 그들 상호 간에 서로 위협하거나 지원하는 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무질서한 것에 집합 보다는 어떤 유기적인 구조를 가진 편이 훨씬 쉽게 기억될 수 있는 원리이다. 이것이 이른바 게슈탈트 지각의 종합 원리이다 즉 게슈탈트란 단순한 부분들의 합 이상이며 지각을 학습한다는 것은 구성 부분들이 규칙적으로 전개되는 여러 가지 패턴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 벌새
P. 20 닉슨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해임된 대통령이다. 그래서 닉슨의 사임은 실제로 일화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화라는 이유가 관찰의 중요성을 감소시키는 것일까? 드물고 색다른 사건이 갖는 취약성은 인정해야만 한다. 뒤에서 보겠지만, 내가 관찰한 침팬지 중 하나는 유사한 상황에서 닉슨과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물론 말로 표현한 부분은 빼고). 그러한 사건들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그 사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각 개체의 개입 방법, 그리고 이전의 것과 비교해서 그 상황에 특별한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하루하루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초기 연구를 통해 배웠다. 단지 침팬지들의 행동 빈도를 세고 평균을 내는 대신 연구 프로젝트에 역사 서술 방식을 도입하고자 했다. - puttyclay
P. 333 주 12 침팬지 암컷의 성기 부풀어 오름(sexual swelling)과 인간 여성의 은폐된 배란(concealed ovulation)
암컷의 성기 주위가 발갛게 부풀어 오르는 현상은 침팬지뿐만 아니라 다른 영장류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배란기에 가장 크고 선명하게 부풀어 오르며 암컷의 성호르몬의 통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침팬지 암컷은 왜 이런 식으로 수컷에게 배란기를 선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설명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암컷이 이런 신호를 보냄으로써 수컷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그런 경쟁으로 말미암아 좋은 유전자 수컷이 자연스럽게 걸러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이런 현상이 수컷들이 저지르는 영아살해를 줄여주기 때문에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모든 수컷이 한 암컷의 부푼 성기를 보고 그 기간에 어떻게든 교미를 했다고 치자. 나중에 그 암컷에게서 새끼가 태어나면 그놈이 어떤 수컷의 자식인지가 불분명해진다. 따라서 수컷들은 함부로 그 새끼를 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유독 인간 여성이 배란기를 선전하지 않는다. 이를 흔히 ‘은폐된 배란’이라고 부르는데 많은 학자는 이런 현상과 인간의 결속의 기원을 연관지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인간만이 배란을 은폐하는 쪽으로 진화했을까? 가장 유력한 설명에 따르면 배란 은폐는 부권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었기 때문에 진화했다. 예컨대, 배란 문제는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남성을 지속적으로 자신 곁에 묶어둠으로써 그 남성이 다른 여성을 찾아다니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경쟁 남성들에게도 배란 시기를 가르쳐주지 않음으로써 그 남성이 자신의 부권을 확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다른 영장류 동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숙한 상태의 아기를 낳아 기르는 인간에게는 짝 결속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여성의 배란 은폐는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여겨진다. 영장류의 성을 종합적으로 비교·정리해놓은 책으로는 Primate Sexuality: Comparative Studies of the Prosimians, Monkeys, Apes,
and Humans (Dixon, A. F., 1999)가 있다. 역자 주 - puttyclay
P. 165 수놈 사이의 결투가 단순히 완력 대결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수놈들은 자제력이 대단히 강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로 물어뜯는 부위는 보통 손가락이나 발 같은 신체의 끝부분이지 어깨나 머리를 물어뜯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처럼 싸움이 적절히 조절된다는 사실은 어린 수놈인 바우터와 요나스 사이의 놀이나 어쩌다 일어나는 심한 싸움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수놈들은 사실상 이런 식으로만 싸우기 때문에 우리가 개개의 체력을 철저하게 테스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에 입각해서 효과적으로 싸우는 능력이다. 수놈들은 자신의 손발이 다치지 않도록 재빨리 피할 수 있어야 하고 적의 손발을 민첩하게 붙잡지 않으면 안 된다. 스피드와 민첩함은 파워만큼이나 중요하다.
침팬지 사회처럼 수놈 간의 대립을 통제하는 금지나 규칙은 많은 수놈으로 구성된 사회의 특성이다. 이런 조건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거리가 있다.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포유동물들은 일정한 수의 암놈, 간혹 많은 수의 암놈과 적은 수의 어른 수놈으로 이뤄진 집단을 이루며 사는 것이 보통이다. 코끼리 같은 몇몇 종에서는 수놈이 사회의 일부분으로 편입하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와 다른 대부분의 종에서는 한 마리의 수놈이 ‘자기’ 암놈들에게 라이벌 수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수놈들이 서로의 존재에 대해 관용적인 경우는 드물다. 그들 사이의 접촉이 우호적인 경우는 더 드물며 수놈들끼리 동료가 되고 동맹을 형성하는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 - puttyclay
P. 165 침팬지를 제외한 다른 대형 유인원의 경우, 어른 수놈들 사이에서는 관용을 찾기 힘들며, 기껏해야 신경질적이며 비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할 뿐이다. 오랑우탄 수놈들은 다른 놈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우림 속의 넓은 세력권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같은 집단 내에서 생활은 하지만 암놈들을 독점하려 드는 것이 보통인 고릴라 수놈은 침입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정도로 격한 싸움을 벌인다. 보노보 수놈은 함께 생활은 하지만 매우 경쟁적이다. 그들은 침팬지 수놈들처럼 함께 사냥하지도 않으며, 정치적 동맹을 형성하거나 함께 세력권을 방어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 puttyclay
보노보 수놈들은 자신들의 어미를 따라 숲을 떠돌고 어미에게 의지해 그들의 지위를 누린다. 어른 보노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높은 지위에 있는 어미를 둔 자식이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보노보 사회는 암놈끼리의 동맹에 의해, 또 암놈의 지배에 의해 유지되는 사회이다. 이는 그 자체로는 흥미롭지만 침팬지사회처럼 수놈 간의 복잡한 관계를 살피는 데는 적당치 않은 모델이다.
침팬지 수놈은 다른 동물들의 수놈 사이에서 나타나는 경쟁적인 경향을 극복하고 높은 수준의 협력을 달성한다는 점에서 친척뻘인 다른 유인원들에 비해 독보적이다. 공동의 적에 대항해서 연합을 유지하면서도 동료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는 인간들처럼, 수놈 침팬지 역시 그들의 이웃에 대항해 공동연대를 형성할 필요성 때문에 경쟁심을 삭이고 의식화한다. 비록 아른험 동물원에는 대항해야 할 이웃 집단이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몇백만 년 동안 자연 서식지에서 집단 간의 투쟁을 벌이면서 형성된 수놈 침팬지들의 심리에는 경쟁과 협동 모두 겸비되어 있다. 그들 사이의 경쟁이 어떤 수준에서 일어나든 간에 수놈들은 외부 침입자에 대항해 서로를 의지한다. 이처럼 동료의식과 경쟁의식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은 다른 대형 유인원들의 사회보다 침팬지 사회를 더 친숙하게 만든다. - puttyclay
P. 123 우리가 아는 한 스기야마 박사는 신기록 보유자다. 그는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침팬지를 일일이 식별해서 이름을 정확하게 댈 수 있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기억력, 그리고 올바른 관찰 태도가 필요하다. 관찰자는 침팬지 집단을 그저 이름 없는 검은 야수의 무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동물에게는 각각 그 나름의 개성과 특징적인 외모가 있다. 침팬지는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기들끼리만 아니라 외부 집단에 대해서도 개체를 식별할 줄 안다. 그들은 북적대는 많은 관람객 속에서도 익숙한 사람의 얼굴을 찾아낼 수 있다. - 쓰고나는쓰네
.동물행동학과 동물심리학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동물행동학이 어디까지나 ‘자연환경’에서 또는 적어도 가능한 한 자연적인 조건에서의 ‘자발적인 행동’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물론 실험도 하지만 야외조사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무엇보다도 인내심이 강한 관찰자라야 한다. 어떤 실험 목적을 위해 특정 행동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이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하기 위해 한없이 기다리는 태도를 지녀야 하는 것이다. 이는 아른험에서 이뤄진 우리 연구의 특징이기도 하다. - 함박꽃
모든 인간의 일반적 경향 중에 하나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멈추는 그들의 끝없고 쉼 없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다.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 1651) - 앨런
프란스 드 발, 2017, 『공감의 시대―공감 본능은 어떻게 작동하고 무엇을 위해 진화하는가』, 최재천 안재하 옮김, 김영사, 2017-08-31.
원제 : The Age of Empathy: Nature's Lessons for a Kinder Society (2009년)
책 소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화제작. 원숭이와 침팬지, 고릴라 등의 영장류 동물을 비롯해 고양이, 늑대, 돌고래, 새, 코끼리 등 수많은 동물에게서 관찰되는 여러 가지 공감 행동을 통해 ‘공감’이 진화적으로 뿌리가 깊은 동물적 본능임을 밝히고, 그로부터 비롯된 이타성과 공정성의 발현은 결국 종의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의 결과임을 입증한다.
드 발은 공감이 생존에 기여하는 진화적 가치를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에 대해 더 정확한 시각을 가질 수 있고, 이를 기반 삼아 사회를 설계하고 만들어갈 때 탐욕의 시대와 작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본성을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것으로 볼 때와 우리의 밑바탕에는 협동과 이타성, 유대의식과 공정성에 대한 감각이 자리하고 있다고 볼 때 세우는 사회의 경계선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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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서문
서문
1장 좌와 우의 생물학
진화 정신 | 과잉 사랑을 받는 아이 | 마초 기원 신화
2장 다른 다윈주의
자기 이익에 대한 재조명 | 엔론과 이기적 유전자
3장 몸이 몸에게 하는 말
대응 문제 | 흉내의 기술 | 감정의 뇌 | 쥐들의 측은지심 | 오스카 고양이 | 공감에는 얼굴이 필요하다
4장 역지사지
동정심 | 역지 상상 | 물속으로 뛰어들기 | 빨간 망토 소녀 | 따뜻한 느낌
5장 방 안의 코끼리
개체발생과 계통발생 | 공중제비를 넘는 멍청이들 | 그녀의 이름은 해피 | 자기만의 작은 비눗방울 안에서 | 노란 눈 | 가리키는 영장류
6장 공평하게 합시다
토끼를 사냥할까, 사슴을 사냥할까 | 눈을 찌르는 신뢰 | 최근에 나한테 뭘 해줬니? | 동물 없는 진화 |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 | 원숭이 화폐
7장 구부러진 나무
러시아 인형 | 공감의 어두운 면 |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
주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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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첫 문장: 형제자매는 서로를 지켜주는 존재인가?
P. 42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모든 인간의 생활 주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우리가 어리거나 늙거나 병들었을 때)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의존하는(우리가 어리거나 늙거나 병든 사람을 보살필 때) 단계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아주 많이 의존한다. 인간의 사회를 논하려고 한다면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지, 우리 조상이 새처럼 자유로웠고 사회적인 의무는 전혀 없었다고 하는 몇 세기 전의 공상을 시작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집단생활을 하는 영장류의 긴 줄기에서 계통을 이어 내려왔으며 고도의 상호 의존성을 가지고 있다.
P. 71 공감은 우리가 거의 조절할 수 없는 자동적인 반응이다. 우리는 공감을 억누르거나 정신적으로 차단하거나 행동으로 옮기기에 실패할 수는 있지만, 사이코패스와 같은 극소수의 인간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상황에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거의 질문된 적 없지만 아주 기본적인 물음은 이것이다. 왜 자연선택은 우리로 하여금 다른 인간과 장단을 맞추어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면 괴로움을 느끼고 다른 사람이 기뻐하면 기쁨을 느끼도록 인간의 뇌를 디자인했을까? 만약 다른 이를 이용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었다면, 진화는 공감이라는 사업에 발을 들여놓지 말았어야 했다.
P. 73 나는 인간을 가장 공격적인 영장류로 꼽지만, 또한 우리가 관계의 대가라는 것과 사회적 유대가 경쟁을 제한한다는 것도 믿는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가 반드시 공격적이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순수하고 무조건적인 신뢰와 협동은 너무 순진해 해로운 반면, 제약 없는 탐욕은 먹고 먹히는 치열한 경쟁의 세상으로 이어질 뿐이다. 스킬링이 옹호했지만 바로 그 비열함에 붕괴한 엔론의 세상 말이다. 만약 생물학이 정부와 사회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라고 말하려면 최소한 우리는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고, 사회적 다윈주의라는 비현실적인 설명을 버리고, 실제로 진화가 사회의 어떤 면에 기여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P. 113 공감을 정확히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완벽히 이기적인 자세라면 다른 이들의 감정을 단순히 무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동을 촉발하는 것이 자기 자신의 감정 상태라면 공감을 ‘이타적’이라고 하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기적/이타적으로 나누는 행위가 중요한 것을 가리고 있을 수도 있다. 왜 굳이 다른 이들에게서 나 자신을 분리해 내려고 하고, 나 자신에서 다른 이들을 분리시키려고 하는가? 이 두 가지를 병합하는 것이 우리의 협동 본성에 숨어 있는 비밀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P. 284 온전한 공감 능력은 러시아 인형처럼 겹쳐 있는 것 같다. 가장 안쪽에는 여러 종과 공유하는 자동화된 과정이 있으며, 그 바깥에는 목표와 범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외층이 둘러싸고 있다. 모든 종이 모든 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몇 종만이 타인의 관점을 수용할 수 있으며 이 부분이 바로 우리가 능숙한 부분이다. 하지만 인형의 가장 복잡한 층이라 할지라도 그 가장 안쪽의 핵심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P. 113 도서관에 있는 책들에는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사이에 날카로운 선을 그으려는 노력들이 담겨 있지만, 만약 우리가 보는 것이 엄청나게 넓은 회색 영역이라면 어떨까? 공감을 정확히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완벽히 이기적인 자세라면 다른 이들의 감정을 단순히 무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동을 촉발하는 것이 자기 자신의 감정 상태라면 공감을 ‘이타적’이라고 하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기적 이타적으로 나누는 행위가 중요한 것을 가리고 있을 수도 있다. 왜 굳이 다른 이들에게서나 자신을 분리해 내려고 하고, 나 자신에서 다른 이들을 분리시키려고 하는가? 이 두 가지를 병합하는 것이 우리의 협동 본성에 숨어 있는 비밀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 SundayHistorian
P. 28 우리의 몸과 마음은 사회적 삶에 맞게 만들어져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희망을 잃고 낙담하게 된다. 사람에게 죽음 다음으로 가장 심한 벌이 독방 감금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유대관계는 사람에게 아주 유익한 것으로, 사람의 수명을 길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결혼하여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일면은 우리가 짝을 잃었을 때 처하는 위험이다. 배우자가 사망하면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 생에 대한 의지가 줄어들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남은 한 사람이 차 사고, 알코올 중독, 심장마비, 암 등으로 사망하는 이유이다. 배우자가 사망하면 이후 반년 동안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늙은 사람보다 젊은 사람에게서, 여자보다 남자에게서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 구름스친하늘
P. 31 왓슨은 조건 부여의 위력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감정이라면 진저리를 치게 되었다. 그는 특히 위험한 요인으로 여기는 모성애에 회의적이었다.
엄마들은 자기 아이에 대해 괜히 안절부절못하며 법석을 떨어 아이들에게 나약함과 두려움, 열등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회는 온정을 줄이고 더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왓슨은 과학적인 원칙들에 따라 부모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아기 공장 baby farm’을 꿈꿨다. 예를 들면, 아이는 굉장히 잘한 일이 있을 때만 만져주고 안아주거나 뽀뽀해주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도닥거려 주면 된다는 것이다. 왓슨은 체계화된 신체적 보상이 기적적인 효험을 보일 것이며, 이 방식이 보통의 인자한 엄마들이 하는 감상적인 양육 방식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불행하게도 아기 공장과 같은 환경이 실제로 존재했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것이 치명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심리학자들이 하얀 천으로 분리된 아기용 침대에서 시각적인 자극과 신체적 접촉이 차단된 고아들을 연구한 결과 분명하게 드러났다. 과학자들의 제안대로, 그 고아들에게는 절대로 속삭이며 말을 걸거나 안아 올리거나 간질여주는 일이 없었다. 아기들은 움직임이 없는 얼굴과 초점 없이 무표정한 눈을 가진 채 마치 좀비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왓슨이 옳았다면 이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어야 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전혀 없었다. 몇몇 고아원에서는 사망률이 100퍼센트에 달했다. - 구름스친하늘
P. 33 미국 독립선언서에 쓰여 있는 행복추구권에서의 행복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삶에 만족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 상태는 측정이 가능하며 연구 결과 일정량의 기본적인 수입만 넘는다면 물질적인 부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수십 년간 생활 수준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는데, 그에 따라 우리 행복 지수도 증가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돈이나 성공, 명예보다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사람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다. - 구름스친하늘
P. 35 우리는 우리가 성취한 자랑스러운 성과에 눈이 멀어 있다가 침팬지들에 의해 정신을 차리고 기본적인 것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일로 인해 임마누엘 칸트에 대해 또다시 생각했다. 이게 바로 현대 철학의 문제 아닌가? 우리가 스스로에게 있어 새롭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 즉 추상적인 생각, 양심, 도덕성에 집착한 나머지 기초적인 것들을 간과하는 것 말이다. 인간의 고유성을 하찮게 보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거기까지 도달했는지 알고 싶다면 아주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문명이라는 산의 꼭대기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 아래의 작은 언덕들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태양 빛에 반짝이는 것은 산의 꼭대기이지만, 아이를 망치는 연약한 감정들을 포함해서 우리를 움직이는 것들은 대부분 작은 언덕에서 찾아볼 수 있다. - 구름스친하늘
P123 나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 표정 안에서 산다. 그들 또한 나의 얼굴 표정 안에서 사는 걸 느낀다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 퐁티) - 삼복사온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생존경쟁이 자연의 본질이라는 패러다임의 종결을 알리는 책
탐욕의 시대가 가고 공감의 시대가 왔다!
이타성과 공정성의 생물학적 기원에 관한 가장 탁월한 연구!
공동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모든 사회적 가치는 공감 본능에서 비롯되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며, 생존을 위한 경쟁과 투쟁이 자연의 법칙이라는 믿음은 20세기를 지배했다. 특히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을 인간 사회로 확대 적용한 사회적 다윈주의는 ‘열등한 자는 도태되고 생존 조건에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라는 이데올로기로 신자유주의자나 인종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세계가 약육강식의 원리로 움직이는 것이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 따른 것이며, 따라서 그로 인해 벌어지는 부정적 사태들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겼다. 실제로 세상은 전쟁과 테러, 권력 투쟁이 끊이지 않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그것을 우리의 생물학적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러한 패러다임은 과학과는 무관한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프란스 드 발은 단언한다. 《공감의 시대》는 영장류를 비롯해 포유류와 조류 등 다양한 동물의 사회적 행동 연구를 통해 동물과 인간이 선천적으로 공감 본능을 타고났으며, 그로부터 비롯된 이타성과 공정성의 발현은 결국 종의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의 결과임을 입증한다.
인간보다 진화의 역사가 깊은 동물적 본능, ‘공감’에 대한 탁월한 연구
1992년 ‘거울 뉴런mirror neuron’(다른 이의 행동을 관찰하기만 해도 자신이 그 행위를 직접 할 때와 똑같은 활성을 내는 신경 세포)의 발견으로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프란스 드 발은 원숭이와 침팬지, 고릴라 등의 영장류 동물을 비롯해 고양이, 늑대, 돌고래, 새, 코끼리 등 수많은 동물에게서 관찰되는 여러 가지 공감 행동을 통해 ‘공감’이 진화적으로 뿌리가 깊은 동물적 본능임을 밝힌다. 드 발에 따르면 공감은 1억 년 이상으로 오래된 뇌 영역과 관련 있다. 이 능력은 오래전 근육성 운동 따라 하기 및 감정 전이와 함께 발생했고, 그 후 층층이 쌓이는 진화적 과정을 거쳐 결국 타인이 느끼는 바를 느낄 뿐 아니라 타인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바를 이해하는 조상을 낳게 되었다. 즉 진화는 공감의 영역에서는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작동되는 독립적 메커니즘을 만들어 놓았고, 이는 그것이 장기적으로 종의 생존에 이득을 주었음을 의미한다. 드 발은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근거를 찾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공감이 진화적으로 오래된 것이라는 데서 굉장히 긍정적인 면을 본다. 그렇다면 공감이 거의 모든 인간에게서 발달될 확고한 특성이며, 그래서 사회가 공감에 의존하고, 공감을 포용해서 키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감은 인류 보편적인 것이다. (285쪽)
공정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위해 분투 중인 우리 시대의 필독서
프란스 드 발은 인간의 이기적인 면이나 공격성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윤을 추구하는 동물로서 신분과 영역, 식량 확보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고도로 협동적이고 불의에 민감하며 대개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성격의 경향 중 한쪽을 간과하는 사회는 이상적인 사회가 될 수 없다고 드 발은 말한다. 다만 그는 순전히 이기적인 동기와 시장의 힘으로만 형성된 사회는 부를 생산해낼 수는 있어도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단합이나 상호 신뢰를 이끌어내진 못한다는 점에 집중한다. 실제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많은 이들이 부의 축적을 위한 자유 시장 원리가 조금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사람들은 공생을 위한 협동과 결속을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게 되었다.
드 발은 공감이 생존에 기여하는 진화적 가치를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본성에 대해 더 정확한 시각을 가질 수 있고, 이를 기반 삼아 사회를 설계하고 만들어갈 때 탐욕의 시대와 작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본성을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것으로 볼 때와 우리의 밑바탕에는 협동과 이타성, 유대의식과 공정성에 대한 감각이 자리하고 있다고 볼 때 세우는 사회의 경계선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공감의 시대》가 원서 출간 당시(2009년) 생물학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학, 정치학, 심리학, 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강렬한 영감을 주고, 세계 주요 매체들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드 발의 연구가 보여주는 메시지가 곧 시대정신과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유효한 메시지이며, 귀를 기울여야 할 시대의 요청일 것이다.
사회는 실제로는 ‘다른 이에게 뻗는 손’이라는 두 번째 보이지 않는 손에 의존한다. 우리가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를 이루고 싶다면,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 바로 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데 있어 기저를 이루는 또 다른 힘이다. 이 힘이 진화적으로 아주 오래됐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힘이 얼마나 자주 무시되는지가 더욱 놀랍다. (301쪽)
프란스 드 발, 2017,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이충호 옮김, 세종(세종서적), 2017-07-25
원제 : Are We Smart Enough to Know How Smart Animals Are? (2016년)
책 소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경이로운 동물의 지능에 대한 획기적인 역작. 프란스 드 발은 수십 년 동안 동물을 연구하면서 동물의 지능과 감정에 관해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된 동시에 인간의 특별성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는 동물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할뿐더러 심지어 인간이 동물보다 더 우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모든 동물의 마음과 생각은 각각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달되었을 뿐이기 때문에 어떤 능력을 더 특별하다고 여길 만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드 발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지를 연구하는 분야인 진화인지가 지난 20년 동안 얼마나 혁명적으로 성장했는지를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보여준다.
이 책은 동물의 지적 세계를 탐구하는 여정이자 인간의 아성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저자는 흥미진진한 연구와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협력, 유머, 정의, 이타심, 합리성, 의도, 감정 등 인간적이라고 여겼던 가치들을 동물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힌다.
자기 결정을 후회하는 쥐부터 인간의 얼굴을 알아보는 문어, 뛰어난 기억력으로 인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침팬지에 이르기까지 더 이상 동물에게 접근 금지 구역은 없다. 그는 영장류뿐만 아니라 문어, 말벌, 돌고래, 까마귀, 돌고래 등 광범위한 종을 다루면서 동물들이 일상적으로 지능을 사용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재기 넘치는 필치로 그려낸다.
목차
프롤로그
제1장 마법의 우물
벌레가 된다면 | 맹인이 코끼리 만지듯 | 의인화에 반대한다
제2장 두 학파 이야기
개도 욕망할까? | 헝거 게임 | 간단한 설명이 좋은 이유 | 영리한 한스의 놀라운 사기극 | 책상머리 앞의 영장류학 | 해빙 | 벌잡이벌
제3장 인지 물결
유레카! | 말벌의 얼굴 | 사람의 정의를 다시 내리다 | 까마귀도 도구를 사용한다!
제4장 말을 해봐
천재 앵무새 앨릭스 | 헷갈리는 동물들의 언어 | 개를 위하여
제5장 만물의 척도
인간의 머리에서 멈춘 진화 | 다른 사람의 마음 짐작하기 | 아이에게 나타나는 영리한 한스 효과 | 습관의 전파 | 일시 중지
제6장 사회성 기술
마키아벨리 지능 | 삼각관계를 아는 동물들 | 실제로 해봐야 알 수 있는 실험 | 물고기들도 협력한다 | 코끼리 정치학
제7장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고양이는 왜 우산을 준비하지 않을까? | 동물의 의지력 | 네가 아는 것을 알라 | 의식
제8장 거울과 병
소리에 민감한 코끼리 | 거울 속의 까치 | 연체동물의 마음 | 로마에 가면 | 이름에는 무엇이 있을까?
제9장 진화인지
감사의 말
용어 설명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에서
첫 문장: 아침에 눈을 뜬 그레고어는 잠자는 자신이 알 수 없는 동물 몸속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코끼리가 도구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믿었다. 이 후피동물은 위와 동일한 바나나 테스트에서 막대를 사용하지 않아 과제 수행에 실패했다. 코끼리가 실패한 것은 반반한 표면에서 물체를 집어 올리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코끼리는 바닥에 붙어 살아가며 늘 물건을(때로는 아주 작은 것도) 집어 올리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코끼리가 그냥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자들이 코끼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 1장 ‘마법의 우물’에서
나는 비인간이라는 용어가 몹시 거슬린다. 어떤 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백만이나 되는 종들을 하나로 뭉뚱그리기 때문인데, 그럼으로써 이들 모두를 마치 뭔가 부족한 존재인 것처럼 여긴다. 불쌍한 것들, 그들의 이름은 비인간이로다! 학생들이 글을 쓰면서 이 용어를 사용하면, 나는 빈정거리는 투의 평을 하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공평하게 하려면 해당 동물이 비인간일 뿐만 아니라 비펭귄, 비하이에나, 기타 등등이기도 하다고 덧붙여야 할 것이라고 여백에 적어 넣는다. ― 1장 ‘마법의 우물’에서
작은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쌍살벌은 계급이 분명히 정해져 있는데, 이 무리에서는 모든 개체를 일일이 알아보는 것이 유리하다. 얼굴의 검은색과 노란색 무늬는 서로를 구별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쌍살벌과 아주 가까운 관계에 있는 한 말벌 종은 사회적 생활이 덜 분화된 반면에 얼굴 인식 능력이 없다. 이것은 인지가 생태학적 조건에 얼마나 크게 좌우되는지 보여준다. ― 3장 ‘인지 물결’에서 접기
뇌의 신경 연결을 강조하는 주장에 대해 나는 우리의 1.35kg 뇌보다 큰 뇌를 가진 동물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 돌고래는 뇌가 1.5kg, 코끼리는 4kg, 향유고래는 8kg이나 되는데, 이 동물들의 의식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동물들은 아마도 우리보다 더 많은 의식을 갖고 있을까? 아니면, 의식은 신경세포의 수에 달려 있을까? 이 점에서 그림은 다소 불분명하다. 오랫동안 우리 뇌는 뇌의 크기와 상관없이 지구상의 어떤 동물보다 신경세포가 더 많다고 간주되어왔지만, 지금은 코끼리 뇌에는 우리 뇌보다 세 배나 많은 신경세포(정확하게는 2570억 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제5장 ‘만물의 척도’에서
과학이 정말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쥐의 간이나 인간의 간이 아니라 간 자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모든 기관과 과정은 우리 종보다 훨씬 오래되었으며, 수백만 년 이상 진화해오는 동안 종마다 고유한 변경이 일부 일어났다. 진화는 항상 이런 식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인지는 달라야 할 이유가 있는가? 우리의 첫 번째 과제는 인지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인지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하며, 이 요소들이 어떻게 그 종의 감각계와 생태와 조화를 이루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 제5장 ‘만물의 척도’에서
침팬지가 폭력적이고 호전적이라는(심지어는 ‘악마 같다는’) 최근의 평판은 거의 다 야생에서 이웃 집단 구성원들을 대하는 방식을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야생에서 침팬지는 가끔 세력권 때문에 잔인한 공격을 한다. 치명적인 싸움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 과학자들이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데 합의하기까지 수십 년이나 걸렸지만, 이 사실 때문에 침팬지는 이미지를 단단히 구겼다. 어느 야외 현장에서 싸움으로 인해 사망자가 나오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7년에 한 번 정도이다. 더구나 이 행동은 침팬지를 우리와 구분하는 특징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종의 집단 간 전쟁은 대규모 집단 노력으로 제대로 바라보는 반면, 왜 이 행동은 침팬지의 협력적 본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내세운단 말인가? 침팬지에게도 우리와 똑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마땅하다. ― 6장 ‘사회성 기술’에서
문어는 빨판이 약 2000개나 있는데, 각각의 빨판마다 약 50만 개의 신경세포를 포함한 신경절이 있다. 그러니 뇌에 있는 신경세포 6500만 개 말고도 여분의 신경세포가 아주 많이 있는 셈이다. 게다가 다리를 따라 신경절들이 사슬을 이루며 늘어서 있다. 뇌는 이 모든 ‘미니 뇌’들을 연결시키며 미니 뇌들끼리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처럼 하나의 중앙 지휘본부가 있는 대신에 두족류의 신경계는 인터넷과 비슷하다. 국지적 지휘소들이 광범위하게 뻗어 있는 것이다. 잘려나간 다리가 혼자서 꿈틀거리면서 심지어 먹이를 집기도 한다. 이와 비슷하게 새우나 작은 게를 마치 컨베이어벨트처럼 한 빨판에서 다음 빨판으로 건네면서 입 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다소 믿기 어려운 이야기처럼 들린다. 앞을 보는 피부와 각자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여덟 개의 팔을 가진 동물이라니! ― 8장 ‘거울과 병’에서
P. 197 불연속성을 가정하는 견해는 본질적으로 진화론 이전의 견해라는 사실을 감안하여 내 생각을 솔직하게 밝힌다면, 나는 이것을 신창조론 Neo-Creationism이라고 부르고 싶다. 신창조론을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와 혼동해서는 안 되는데, 지적 설계는 그저 낡은 창조론을새 병에 담은 것일 뿐이다. 신창조론은 진화를 받아들이되 절반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더 미묘하다. 신창조론의 중심 교리는 우리의 몸은 유인원에게서 유래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주 명시적으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신창조론은 진화가 인간의 머리에서 멈추었다고 상정한다. 이 개념은 많은 사회과학, 철학, 인문학 분야들에서 아직도 많이 퍼져 있다. 이 견해는 우리 마음은 너무나도 독창적인 것이어서 그 예외적지위를 확인하는 목적 외에는 다른 마음들과 비교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간주한다.– 마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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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과학자가 쓴 경이로운 책. 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프란스 드 발은 코끼리와 침팬지에서부터 무척추동물에 이르기까지 동물들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똑똑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한 형태의 생각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하버드 대학교 교수, 『통섭』, 『지구의 정복자』저자)
유명한 연구자가 아름다운 필치와 흥미로운 착상으로 쓴 대중과학서. 아주 매력적인 책인 동시에 도발적인 전제 때문에 비평가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책이다. - 사이언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동물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연구들을 소개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특별한 존재라는 개념을 뿌리째 뒤흔든다. - 뉴욕 타임스
내가 자랄 때는 박물학자나 행동과학자가 되려는 사람들에게는 영감을 주기 위해 콘라트 로렌츠의 『솔로몬의 반지』를 읽으라고 권했다.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시사하는 바가 큰 이 책은 『솔로몬의 반지』를 대체할 21세기의 권장 도서라 할 만하다. 동물이나 사람 또는 다른 존재로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인지에 흥미를 느낀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 - 더 가디언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수 있을 만큼 똑똑한가』는 동물의 능력에 관한 여러분의 생각을 확 바꿔놓을 것이다. 이 책은 독자를 데리고 동물의 문제 해결 세계를 향해 흥미로운 발견 여행에 나선다. - 템플 그랜딘 (콜로라도 주립대학 동물학 교수, 『동물과의 대화』의 저자)
사려 깊고 균형 잡힌 주장…… 비전문가도 충분히 읽을 수 있게 썼지만, 자신의 전문 분야 밖의 분야를 간결하게 개관해주길 원하는 학계 사람들도 푹 빠져들 만큼 자세한 전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책. 이 책이 전달하는 주요 메시지는 인간이 과연 다른 동물의 지능을 평가할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이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다른 동물들보다 때로는 더 우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열려 있는가 라는 것이다. - 이렌 페퍼버그 (『알렉스와 나』의 저자)
그래서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수 있을 만큼 똑똑한가’ 놀랍도록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 이 책에서 프란스 드 발이 소개한 과학의 정수를 읽다 보면, 이 질문이 자주 떠오를 것이다. 나는 적어도 한 가지는 보장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훨씬 더 똑똑해질 것이다. 이 책이 보여주듯이, 이곳 지구에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지능이 높은 동료들이 아주 많다. - 칼 사피나 (생태학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리와 몸짓: 동물은 어떻게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가?』 저자, The Safina Center 창립자)
프란스 드 발의 획기적인 연구는 오래전부터 전략적 ‘정치’ 행동과 공감 능력, 정의 감각, 높은 지능을 보여주는 종이 우리뿐만이 아님을 보여주면서 과학자와 철학자, 신학자에게 자연계에서 인간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보라고 촉구했다. 이 책에서 드 발은 단지 영장류뿐만 아니라 훨씬 광범위한 종들을 다루는데, 최근에 일어난 발견들을 분별 있는 대중을 위해 재기 넘치고 읽기 쉬우면서도 자극적인 책으로 번역하는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 로버트 M. 새폴스키 (스탠퍼드대학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행동』 저자)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책. 드 발은 동물의 마음과 감정에 관한 최신 개념들과 생각들을 자세히 소개한다. 그는 우리에게 이 연구 분야에서 일어난 궁극적인 발견들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한다. 즉 우리의 정신적 기술은 진화의 산물이며, 거미와 문어에서부터 큰까마귀와 유인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아마도 모든 질문 중에서 가장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다른 동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정말로 충분히 똑똑한가? - 버지니아 모렐
드 발이 행동주의의 관에 못을 하나 더 박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드 발은 동물들을 차례로 살펴보면서 각 동물의 높은 지능을 보여주고는, 그렇다,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똑똑하며, 그 단서들은 늘 거기에 있었다고 의기양양하게 단언한다. - 그레고리 번스 (『반려견은 인간을 정말 사랑할까』의 저자)
프란스 드 발은 과학적 증거와 감동적인 이야기와 상식을 통해 지능 ─ 상황 파악, 추론, 학습, 정서적 및 공감적 지식, 의사소통, 계획, 창조성, 문제 해결 ─ 과 다양한 종들에게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잘 살아남게 해준 그 밖의 놀라운 인지 기술들을 낳은 연속적 진화 과정을 우리가 제대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인간 중심주의와 의인화 부정의 편견을 모두 극복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 - 마티유 리카르 (과학자·승려, 『상처받지 않는 삶』 저자)
이 책은 단지 유익한 정보가 넘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 워싱턴 포스트
사려 깊고, 쉽게 읽히고, 자세한 경험 연구에서 나온 정보가 가득 찬 책이자, 자신이 잘 아는 비인간 영장류 세계를 넘어서서 그 영역을 확장한 드 발의 가장 뛰어난 비교 연구 중 하나다. - 사이콜로지 투데이
동물의 마음들이 매우 정교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열정적이고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는 주장 ─ 「더 애틀랜틱」 - 더 애틀랜틱
놀라운 작품이다. 이 책은 고전으로서도 손색없을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읽기에도 아주 재미있다. - 피플
경이로운 책이다. 드 발의 글은 아주 명료하여 읽기에 아주 좋다. 이제 동물원에 가면 이전과 느낌이 확 다를 것이다. - 커커스 리뷰
완전히 매력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유익하고, 매우 깊은 통찰이 넘치는 책. 드 발은 독자에게 우리의 비인간 친척들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
영장류에 관한 새로운 생각과 그것이 인간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최전선에서 탐구해온 과학자가 한 통찰력 넘치고 흥미진진한 이 연구는 모두에게 적극 추천할 만하다. 드 발의 팬들과 동물인지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이 매우 기뻐할 책이다. - 리터러리 저널
TV를 보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는 대신에 이 책을 읽어라. 그러면 온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다. - 허핑턴 포스트
동물의 행동과 인지 연구에 관한 흥미진진한 역사 – 바크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
경이로운 동물의 지능에 대한 획기적인 역작
뉴욕타임스 · 아마존 베스트셀러
퍼블리셔스 위클리 2016 최고의 책
가디언 2016 최고의 책
라이브러리 저널 2016 최고의 책
굿리즈 2016 과학 분야 1위
동물의 지적 세계를 향한 흥미로운 발견 여행
최근 수십 년 동안 동물의 정교한 인지(cognition)에 관한 발견이 눈사태처럼 쏟아지고 있음에도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동물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 아리스토텔레스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이후 인간은 인간이 할 수 있으나 동물이 할 수 없는 온갖 일들을 열거하며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으나 동물 연구가 진척되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인간과 유전자가 98.8% 일치하는 침팬지에게서 도구 사용 능력과 정치 행위를 발견함으로써 ‘도구적 인간(호모 파베르)’과 ‘정치적 인간(호모 폴리티쿠스)’이라는 용어가 무색해졌고, 고도의 지능 또한 돌고래가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발표로 더 이상 성역이 될 수 없었다. 이에 인간은 능력에 서열을 매기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동물과 인간의 지능에는 근원적으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침팬지, 코끼리, 까마귀같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동물을 제외한 나머지 동물은 여전히 감정과 생각이 없는 하등생물인 셈이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은 이러한 인간 중심의 패러다임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동물을 연구하면서 동물의 지능과 감정에 관해 확고한 믿음을 갖게 된 동시에 인간의 특별성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는 동물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할뿐더러 심지어 인간이 동물보다 더 우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모든 동물의 마음과 생각은 각각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달되었을 뿐이기 때문에 어떤 능력을 더 특별하다고 여길 만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드 발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지를 연구하는 분야인 진화인지가 지난 20년 동안 얼마나 혁명적으로 성장했는지를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보여준다. 이 책은 동물의 지적 세계를 탐구하는 여정이자 인간의 아성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저자는 흥미진진한 연구와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협력, 유머, 정의, 이타심, 합리성, 의도, 감정 등 인간적이라고 여겼던 가치들을 동물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힌다. 자기 결정을 후회하는 쥐부터 인간의 얼굴을 알아보는 문어, 뛰어난 기억력으로 인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침팬지에 이르기까지 더 이상 동물에게 접근 금지 구역은 없다. 그는 영장류뿐만 아니라 문어, 말벌, 돌고래, 까마귀, 돌고래 등 광범위한 종을 다루면서 동물들이 일상적으로 지능을 사용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재기 넘치는 필치로 그려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동물이 다르게 보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오만과 겸손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합리적이고, 타인을 배려하고, 유머를 즐기고, 미래를 상상하는 종이 인간뿐일까?
침팬지도, 까마귀도, 문어도 그렇게 한다!
인간은 동물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은 동물의 권리나 행복, 자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비롯해 동물을 관찰하는 여러 연구자에게는 중대한 화두다. 프란스 드 발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우리는 동물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 만큼 충분히 똑똑한가?” 동물을 이해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인간 중심주의적인 사고라고 생각한 그는 이 책의 핵심 질문을 통해 동물에게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동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꼬집는다. 인간은 사자나 돌고래가 되어본 적도 없고, 의사소통을 해본 적이 없으므로 동물의 정신 수준을 입증하거나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세계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동물은 자외선을 지각하는 반면 어떤 동물은 냄새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등 서로 다른 방법으로 세계를 지각한다. 또한 똑같은 떡갈나무에서 산다고 할지라도 어떤 동물은 가지에 내려앉는가 하면, 나무껍질 아래에서 살아가는 동물도 있고, 여우는 나무뿌리 사이에 굴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드는 등 동물들은 저마다 같은 나무를 서로 다르게 지각한다.
이렇게 다른 세계에 사는 동물의 마음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들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적이다. 계산 능력이 필요 없는 다람쥐에게 열까지 숫자를 셀 수 있냐고 묻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며,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어둠 속에서 방향을 알기 위해 초음파가 필요하지 않다. 인간의 기준이 아닌 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볼수록 우리는 불가사의하고 경이로운 동물들의 능력과 마주하게 되는데, 드 발은 이 흥미로운 동물들의 세계를 우리에게 생생하게 소개한다.
침팬지와 인간의 행동이 비슷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가족애나 권력 투쟁 등 사회생활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유사성이 놀라운 정도다. 야구 모자를 거꾸로 쓰는 것이 유행하는 것처럼 침팬지 집단 내에서도 풀줄기를 귀에다 꽂는 행위가 유행하기도 한다. 침팬지의 정치 행위는 인간사로 치환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1년 전에 권좌에서 밀려난 늙은 수컷 침팬지는 지배자 자리에 새롭게 도전하는 야심만만한 젊은 수컷을 지지함으로써 쿠데타 성공 후 한동안 막후 실세로 행세하고, 지위를 놓고 도전하는 싸움에서 경쟁자를 둔 수컷은 사전에 지원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친구들의 털을 골라주면서 비위를 맞춘다. 새끼들의 놀이가 싸움으로 변할 경우 서로 눈치를 보던 어미들은 가모장 침팬지에게 다가가 중재를 요청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침팬지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이므로 예외적인 경우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드 발은 여러 동물의 똑똑한 행동을 증거로 내세우며 동물의 일반적인 지능을 뒷받침한다. 문어나 곰치, 말벌 등 인간이 생각하지 못했던 동물들마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발을 디딘다. 그들은 자의식을 갖고 있거나, 문화를 형성하거나, 미래를 상상하거나, 얼굴을 인식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흔히 자기 인식 능력의 중요한 준거점으로 작용하는 거울 테스트는 아주 오랫동안 오직 인간과 대형 유인원만이 통과할 수 있었는데 최근 돌고래와 코끼리, 까치까지 합격함으로써 자의식을 가진 동물 대열에 들어섰다. 이 테스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인식한다는 것은 자신을 다른 이들과 분리된 개인이라는 걸 이해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흔히 앵무새를 단순한 모방꾼으로 치부하지만, 사물을 정확히 구별하고 덧셈을 할 줄 아는 천재 앵무새 앨릭스가 등장함으로써 ‘새대가리’라는 부당한 오명은 불식되었다. 인간만이 이름을 가진다는 생각은 돌고래로 인해 바뀌게 되었다. 돌고래는 각자 이름이라고 부를 만한 고유한 휘파람 소리를 내는데, 때로는 다른 돌고래의 휘파람 소리를 흉내 내 동료의 이름을 부른다. 클라크잣까마귀는 수백 군데에 2만 개 이상 숨겨 놓은 잣을 되찾는 데 선수이고, 침팬지는 눈 깜짝할 사이(0.2초)에 사이에 보았던 숫자를 5개 이상 기억할 수 있다. 인간은 훈련을 거쳐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공감은 사회를 결속시키는 데 아주 중요한 능력인데, 상대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어야 도움을 줄 수 있다. 바다에서 한 돌고래가 기절하자, 두 돌고래가 기절한 고래를 양쪽에서 떠받쳐 숨 쉴게 도와준 사례가 있다. 이렇게 도움을 줄 동안은 자신의 호흡공이 물속에 잠겨 숨을 쉴 수 없다. 어치도 남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새가 지켜보는 동안 먹이를 숨긴 어치는 그 새가 사라지자마자 숨겨둔 먹이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 재미있는 사실은 다른 새의 먹이를 훔친 적이 있는 새들만 자신의 먹이를 다시 숨긴다는 것이다. 자신의 범행을 바탕으로 남의 범행을 의심하는 것이다.
드 발은 많은 동물들이 인지 능력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데, 유인원은 높은 지능 때문에 부각된 것일 뿐 개, 조류, 파충류, 어류까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이라면 어떤 동물에게서도 해당 인지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과 동물이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그 의도를 다르게 취급할 이유도 없다. 코끼리 무리에서 지도자 코끼리에게 서열이 낮은 코끼리들이 복종을 보이는 행동은 두목의 반지에 키스를 하는 부하의 행동과 다름이 없다. 한 보노보가 먼 거리를 걸어 무거운 돌을 운반하는 것은 확고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가 사닥다리를 들고 가는 남자를 보고 아무 이유 없이 운반할 리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두 발 보행이 인간에게 중요한 지표라면 닭이나 캥거루, 보노보의 두 발 보행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드 발은 우리의 색안경뿐 아니라 과학적 이론이나 실험의 객관성까지도 경계한다. 그에 따르면 자기 인식을 검증하는 거울 테스트도 자아를 연구하기 위한 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거울 테스트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어떤 동물은 시각적 조건이 아닌 감촉 테스트가 적합하고, 거울을 보고 머리를 긁거나 입안을 들여다보진 않지만 거울 속 모습을 다른 동물과 혼동하지 않는 원숭이도 있기 때문이다. 뇌 크기와 지능의 연관성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사회적 지능과 기술적 지능은 구별하기 힘들뿐더러 코끼리나 고래는 인간보다 훨씬 큰 뇌를 가지고 있다. 신경세포로 지능을 가늠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끼리 뇌에는 인간보다 세 배나 많은 신경세포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뇌에 관한 것만으로는 인간의 독특성을 주장하기 어렵다.
드 발은 책 전반에 걸쳐 개별적인 사례를 다루면서 동물에게서 인간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각각의 종은 제 나름의 생활 방식이 있으며 이것이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좌우한다. 환경에 맞게 전문화된 모든 인지 능력이 특별하다는 그의 통찰은 인간과 동물에 관한 모든 생각을 재고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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