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래방 문화를 “ ‘특수한 방식으로 조직화된 음향 매체를 통해 일어나는 ‘지금, 여기’의 ‘음악 문화’ ”(문지현, 2016: 124)로 해석하는 문지현은, 가라오케 노래반주기는 일본에서 들어왔지만, “노래반주기의 탄생은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하는 연주의 장(場)을 재생산하며, 청중의 위치에서 일방적인 음악 수용자의 역할에 머물러있던 대중들에게 ‘비전문적’ 가창의 즐거움을 제공하며 음악의 연행 방식을 풍성하게 만들었다”(문지현: 121)라고 한국 노래방 문화를 개괄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MIDI 작곡 방법의 도입과 컴퓨터 메모리칩의 응용은 일본의 기술에 의존하던 한국의 노래방이 하나의 독립된 음악 시장을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122)한 후 “국민의 90.5% 이상이 경험하는 대중적 오락거리로 번성하고 있으며, 음악산업분야에서 절반 이상의 매출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비중 또한 높아졌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07)”(123)라고 하면서, 노래방이 한국 대중의 광범한 사랑을 받을 뿐만 아니라, “노래방의 지구화는 노래반주기라는 전자 매체가 창출해 낸 음악 문화의 ‘이산(離散)된 공공 영역’(아파두라이, 2004)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124)라고 평가하고 있다.
노래방의 또 하나 기능은 뮤직비디오다. 뮤직비디오는 우리를 시와 노래와 춤이 삼위일체로 어우러지는 종합축제의 마당으로 데려간다. 난판은 뮤직비디오의 특징을 신체 영상의 의미, 포스트모던 맥락, 영상 표의체계의 의미라는 세 가지 시야에서 고찰한다. 한국 노래방 문화에서도 뮤직비디오는 빼놓을 수 없는 무대 장치다. 풍경 또는 인물을 배경으로 하던 뮤직비디오가 해당 노래를 부른 가수의 실황을 재연함으로써 노래 부르는 사람이 가수와 함께 부르는 듯한 착각 나아가 그 가수가 된 듯한 환각을 불러일으킨다. 착각과 환각은 원래 대중을 마비시키곤 하지만, 노래방에서의 착각과 환각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리만족에 그칠 뿐이다. 자발성과 창의성이 부재한 단순 오락적 성격이라는 비판은 일반 대중문화의 속성을 지적한 것이고, 그것은 역으로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 ‘가라오케’와 ‘노래방’은 단순한 ‘언어의 번역’을 넘어 ‘문화의 번역’이라 볼 수 있을 것”(162)이라는 지적처럼, 일본 ‘가라오케’에서 중국과 한국의 ‘노래방’으로의 전환은 ‘언어번역’과 ‘기술 번역’을 토대로 삼은 ‘문화번역’의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노래방 문화와 관련해 점검할 것은 ‘노래방 가수’의 출현이다. 이런저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재해석’이라는 미명으로 기성 가요를 다시 부르고 등장한 ‘가수’들이 지속해서 자신의 노래가 아니라 남의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은 아무리 대중문화라 해도 지나친 표절이다. 또한 기성 가수들도 공영방송에서 자기 노래가 아닌 노래를 공공연히 부르는 것은 우리 사회의 표절 문화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물론 ‘여섯 단어를 연속으로 주석 없이 가져오는 것’을 표절로 정의한 학술 논문의 엄격함을 대중문화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남의 노래를 다시 부르는 ‘노래방 가수’의 범람은 몇 가지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첫째는 모방과 표절에 심력을 쏟다 보면 창작에 들이는 에너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1970년대의 ‘대학가요제’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창작곡 가요제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낯익게 하기’의 미학 원리가 작동하는 대중문화의 수용 기제에서 주관 방송사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시청자에게 익숙한 기성곡의 재탕을 선택하게 되고, 이는 결국 가수 지망생들을 단순한 반복 학습의 영역으로 이끎으로써 창작의 고뇌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K-pop을 가능하게 한 동력 중 하나가 가수들의 치열한 창작과 연습인데, 기성 가요 다시 부르기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치열함의 방향을 고뇌 어린 창작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편곡이라는 미명의 고통 없는 반복 훈련으로 인도한다. 둘째, 노래방 가수의 범람은 복고주의와 표절 문화의 만연을 선도한다. 노래방 가수는 끊임없이 예전 가요를 소환한다. 그들 나름대로 불렀던 곡을 ‘재재탕’할 수는 없기에 지속해서 자신이 부르지 않았던 ‘새로운’ 노래를 소환하게 되고 이런 흐름은 복고주의를 형성하게 된다. 셋째, ‘낯설게 하기’보다는 ‘낯익게 하기’가 편안한 대중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원곡을 부른 가수보다 싱싱한 노래방 가수의 재탕곡에 익숙해지게 되고, 주관 방송사는 소기의 시청률 달성을 보며 자신들의 선택이 타당했음에 만족해한다.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가 표절에 둔감해지고 그것이 ‘도적질’임을 망각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아울러 여러 경연 프로그램에서 트로트가 모든 장르를 흡수 통합하는 흐름은 한국 사회 획일화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이는 대중가요와 사회의 건강하고 다양한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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