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발제

리둥무, 『루쉰을 만든 책들(상)―메이지 일본과 진화 개인 광인』

ycsj 2024. 3. 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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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작가 루쉰은 ‘메이지 일본’ 속에서 태어났다

루쉰을 만든 책들(상) 메이지 일본과 진화·개인·광인 리둥무 지음, 이보경·서유진 옮김 l 그린비 l 3만6000원 1918년 중국 잡지 ‘신청년’에 ‘루쉰’이란 필명을 쓰는 작가가 단편소설 ‘광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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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을 만든 책들 - 상

지적 독서가 집중되는 시기인 이십 대에 루쉰은 과연 어떤 책을 읽었을까? 어떤 독서를 통해 루쉰은 자기 사상의 기초를 쌓고 확장하여 뛰어난 사상가가 되었을까? 『루쉰을 만든 책들 - 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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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둥무, 루쉰을 만든 책들()메이지 일본과 진화 개인 광인, 이보경 서유진 옮김, 그린비. 2024-02-22. 원제 : 越境魯迅之诞生

 

책 소개

지적 독서가 집중되는 시기인 이십 대에 루쉰은 과연 어떤 책을 읽었을까? 어떤 독서를 통해 루쉰은 자기 사상의 기초를 쌓고 확장하여 뛰어난 사상가가 되었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루쉰은 대부분 문단의 귄위가 된 이후의 루쉰이다. 루쉰을 만든 책들 - 은 청년 루쉰, 광인일기를 통해 문단의 권위가 되기 이전의 루쉰에 주목한다. 일본 불교대학에 재직 중인 중국인 학자 리둥무는 루쉰의 독서 이력에 집중하여 매우 구체적인 자료들을 찾아 제시한 후 그가 쌓고 확장해 나간 지적 세계의 뿌리를 설득력 있게 펼쳐 보여준다.

근대 초기, 메이지 일본을 통해 수입된 서양 사상은 동아시아의 문인, 사상가들을 비롯하여 문화 전반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바로 그 시기의 일본, 즉 국가주의의 광란에 빠져 있던 메이지 일본에서 7년 남짓 유학했던 청년 루쉰, 아니 저우수런은 도쿄 독일어전수학교에 적을 두고 마루젠서점 2층에서 갓 수입된 서양 서적과 일본의 문인·사상가의 저서와 역서를 읽은 후 발췌, 인용, 심지어 도용하며 중요한 글들을 써나갔다. 그러면서 광인일기를 창작하기에 이르렀다. 요컨대 루쉰의 탄생과 메이지 말기 일본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제가 월경越境 - ‘루쉰의 탄생인 이 책은 청년 저우수런이 메이지 일본에서 자신의 경계, 시대의 경계를 넘어 루쉰으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루쉰의 독서 이력이라는 키워드로 그리고 있다. 그런데 원서의 분량이 상당하여 상하 권으로 분권하게 되었고, ‘메이지 일본과 진화 개인 광인이라는 부제로 상권을 먼저 출간한 것이다. 이후 출간할 하권의 부제는 메이지 일본과 국민성으로 이 역시 기대할 만할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에 대한 저자 서문

자서

 

[문제의 소재]

루쉰과 일본 책

1. 외국어: 장서의 절반, 업적의 절반

2. 일본어책과 그것의 의의

3. 시부에 다모츠의 일역본 지나인 기질

4. 루쉰의 진화론

5. ‘식인과 기타

 

저우수런에서 루쉰으로

머리말

1. 루쉰과 진화론

2. 루쉰의 국민성 개조 사상

3. 루쉰의 개성주의 사상

4. 루쉰 문학관의 구성

맺음말

 

[진화]

물경론에 관하여

머리말

1. 물경론과 그것에 관한 연구

2. 물경론천연론

3. 가토 히로유키와 그의 원저작

4. 중국어 번역본의 인명과 서론

5. 강자의 권리 즉, 권력

6. 강권 경쟁은 진보에 유리하다

7. 중국에서의 가토 히로유키

 

천연에서 진화

머리말

1. 루쉰에게서 보이는 것

2. ‘진화는 어째서 천연을 대체했는가?

3. 루쉰과 일본의 진화론

4. 오카 아사지로에 관하여

5. 오카 아사지로의 위치

6. 오카 아사지로와 루쉰에 관하여

맺음말: 동아시아 근대의 지층’(知層)

 

[개인]

일곱 사형수 이야기와 아Q대단원

1. “한 권 사 오기 바라고, 잊지 말게

2. 이반 얀슨

3. “여러 부류의 사람을 잡다하게 취한 것가운데 한 사람

4. 루쉰의 착안점

 

유학생 저우수런 주변의 니체와 그 주변

머리말: ‘저우수런시점에서의 니체

1. 구체적 문제: “니취“()의 말(을 빌려) 말했다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2. 누가 끌어다가 매도한다는 것인가?

3. ‘루쉰과 메이지 니체에 관한 선행 연구

4. 변형된 메이지 니체 도입사

5. 마루젠서점과 니체

6. 논쟁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나?니체파란 이후의 여파

 

유학생 저우수런 개인문맥 속의 쓰치나얼

머리말

1. ‘분학사텍스트의 처리 문제

2. 일본인잡지에서의 분학사

3. ‘분학사와 게무야마 센타로

4. 게무야마 센타로

5. 근세 무정부주의의 글쓰기 동기와 영향

6. ‘분학사의 사상사 서술 양식과 저우수런의 문화편향론

7. 메이지 30년대 담론 중의 슈티르너와 저우수런의 선택

[부록 1]분학사무정부주의를 논하다원문

[부록 2]루쉰 문화편향론쓰치나얼에 관한 부분

[부록 3]왕웨이둥의 번역과 나의 재번역 대조

 

유학생 저우수런과 메이지 입센

머리말

1. 악마파 시의 힘에 대하여이보성의 취재원

2. 또 다른 텍스트 대조와 진리수호자의 문맥

3. 사이토 신사쿠(노노히토)와 저우수런

4. ‘메이지 입센에 초점을 모으다

5. 나카지마 오사후미: “외로운 별과 고독한 현

6. 사이토 노노히토: 입센은 어떤 사람인가

7. 맺음말: “각성한 노라가 집을 나간 이후

[부록] 대조 텍스트 3

 

[광인]

메이지시대 식인언설과 루쉰의 광인일기

머리말: 메이지시대 관련 문맥의 도입

1. 메이지 이래 식인혹은 인육언설과 관련된 기본 문헌

2. ‘식인혹은 인육언설의 시대적 배경과 원인

3. 모스 이후 식인언설의 전개

4. “지나인이 인육을 먹는다는 설

5. 하가 야이치의 국민성 십론

6. 저우 씨 형제와 국민성 십론

7. ‘식인’: 사실에서 작품에 이르기까지

 

광인의 탄생

머리말: ‘광인탄생의 발자취를 찾아서

1. ‘과 관련된 어휘와 광인언설

2. 사회생활 층위에서의 광인언설

3. ‘니체광인언설

4. ‘무정부주의담론과 광인언설

5. 문예 창작과 평론 속의 광인

6. ‘광인제조의 시대

7. 저우수런의 선택

8. 광인의 탄생과 그 의미

 

광인의 경계 넘기 여정

머리말

1. ‘고골과 루쉰의 광인일기

2. ‘고골에 관한 소개와 평론

3. 후타바테이 시메이 이전의 광인일기2

4. ‘고골에서 고리키까지

5. 저우수런 신변의 고리키와 그의 니체 척도

6. 6호실, 혈소기와 기타

7. ‘광인미의 발견

8. ‘광인의 경계 넘기의 도착

 

저자 후기 | 부록

역자 후기 | 색인

 

책 속에서

P. 57 루쉰에게 있어서 일본책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답은 바로 그가 새로운 지식 즉, 광의의 서학을 획득한 주요 통로였다는 것이다. 루쉰에게 있어서의 중서 문화에 관해 탐구하고자 하는 지금의 연구자들은 루쉰에서부터 서학을 향해 걸쳐 있는 절차에 대해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절차를 빼면 이른바 서학동점의 역사는 구체적인 고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것이 루쉰과 일본책의 관계를 검토하는 또 다른 의미이다.

P. 74 ‘국민성은 당시 시대적 공유성이 아주 컸던 문제의식이었다. 한 개인의 사상 속에서 그것이 일종의 이념으로 승화되는 데는 수많은 복잡한 촉매 요소가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신민설’(新民說) 및 이로 말미암아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사상계와 루쉰의 국민성 개조 사상의 생장 관계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문제의식, 이념과 별도로 그것들을 실행의 층위로 실현하려면 즉, 창작 속으로 녹아들게 하려면 구체적인 현실적 경험과 풍부한 독서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이 측면에서 저우수런이 읽은 것은 어떤 책인가? 이것이 나의 문제의식이다.

P. 79 개인주의 사상은 그와 중국 사상계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을 긋도록 했다. 한쪽은 중국 사상계고 다른 한쪽은 저우수런이다. 이 사상은 그로 하여금 환골탈태하여 신생’(新生)을 얻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동년배와 동시대인들 가운데서 우뚝 솟은 외로운 별이 되게 했다.

P. 86 저우수런의 문학관1907년에 쓰고 이듬해 도쿄에서 발행한 중국 유학생 잡지 허난河南 2, 3기에 연재한 악마파 시의 힘에 관하여에 잘 드러나 있다. 이 글의 취지는 시의 힘 즉, 문학의 역량을 설명하는 것이다. 바이런을 위수로 하는 반항에 뜻을 세우고 행동에 목적을 둔다라는 이른바 악마파 시인의 이력과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중국에도 이러한 시인과 문학이 출현하여 사람으로서의 신생을 얻기를 희망한다. 훗날 이 글은 광인일기를 쓴 루쉰의 문학적 기점일 뿐만 아니라 중국 근대문학의 정신적 기점으로 간주되었다.

P. 122 천연론이 자연계의 물경천택’(天擇)으로 현실 세계에 대한 일종의 문학적암시를 했다고 한다면, 물경론천칙혹은 공리라는 형식으로 인류 사회 자체는 바로 이러한 약육강식, 우승열패의 강자 권리=권력인 세계임을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이것은 당시 중국의 현실에 대해 가장 잘 주석을 다는 화법이었을 것이다. 둘째, 권리는 실력으로 쟁취하는 것(인허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 하사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그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관점은 천연론하늘과 우승을 다툰다라고 하는 관념과 부합한다. 셋째, 현실을 근거로 한 천부인권과 기독교의 평등 박애에 대한 그의 힘 있는 반박과 폭로는 액운을 호소할 길 없는 중국 독자들의 동조를 이끌었다. 그런데 가토가 선택한 강자 찬양의 입장과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고 자신을 이롭게 한다라는 불요불굴의 도덕적 주장에 대해 중국의 독자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적어도 루쉰에게는 어떠했을까?

P. 131 루쉰전집에서 진화’(101), ‘생존’(82), ‘인위’(135)가 출현 횟수가 가장 많은 세 단어임을 알 수 있다. 이것들은 모두 일본어에서 나왔고, 이 중 진화의 출현 횟수는 천연의 출현 횟수보다 10배나 높은 101:10의 비율이다. 이외 물경경쟁의 비율은 1:2121배가 차이 난다. 이러한 관련 단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루쉰이 천연에서 진화로 가는 개념 장치의 전환적 상황 속에 놓여 있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실상 루쉰이 일본 유학 기간(1902~1909)에 쓴 글에는 천연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고 통상적으로 사용한 것은 모두 진화였다. 예컨대 중국지질약론(1903)에는 3, 인간의 역사(1907)에는 17, 악마파 시의 힘에 대하여(1908)에는 4, 파악성론(1908)에는 5회 사용했다. 바꾸어 말하면 루쉰의 천연에서 진화로의 과정은 그의 유학 시절에 시작되었다.

P. 205 노예근성에 관한 문제에서 루쉰과 오카 아사지로는 서로 통하거나 비슷한 지점을 많이 보여준다. 나는 동시대성혹은 우연한 일치만으로는 그들이 보여 주는 풍부하고도 구체적인 연관을 해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노예근성의 문제는 루쉰의 국민성 개조 사상의 중요한 내용이자 그가 평생 탐색했던 주제다. 오카 씨의 진화론 강화를 읽은 루쉰이 같은 문제에서 오카 씨의 관점을 거울로 삼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기에서 내친김에 노예근성이라는 문제에 대하여 루쉰과 오카 씨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위에서 말한 어느 정도의 공통 인식이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P. 270 거대화된 루쉰은 그로 하여금 텍스트와 관련된 질문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게끔 했고 루쉰의 이름 아래 놓인 텍스트의 독창성에 대하여 의심 없이 믿도록 만들었고 심지어는 그가 마주하고 있는 것이 루쉰이 아니라 당시 공부 중이던 유학생 저우수런이 남긴 텍스트라는 점을 망각했다. 루쉰의 텍스트이므로 당연히 그가 창작했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루쉰이 그것의 의미를 취하고 그것의 요점을 귀납하여 새롭게 구성했다라고 단정할 수 있었겠는가? 어떻게 루쉰이 비유적 표현을 삭제하고 이 장의 주제를 간결하게 귀납했다라고 단정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 선배 연구자의 반세기 이전의 연구를 탓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P. 320 저우수런은 개인주의에 관한 논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논쟁이 남긴 출렁이는 주변의 여파를 통하여 이 논쟁을 사고했고 스스로 가치를 판단하고 분명한 비판을 했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광인일기창작 이전, 청년 루쉰이 메이지 일본에서 읽은 책들

 

신화사(新华社) 2023년 추천 도서 10선 선정

남방일보(南方日报) 2023년 최고 도서 10선 중 네티즌 평가 1

신경보(新京报) 2023년 인문사회과학 서적 20선 선정

 

 

문단의 권위이전의 루쉰, 일본 유학생 저우수런을 만나다

전후(戰後) 일본의 루쉰 연구는 대체로 다케우치 요시미의 루쉰론의 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을 매개로 제국 일본을 극복하고자 했던 다케우치는 루쉰의 사상 형성을 베이징 사오싱회관에서 생활하던 시기의 이른바 회심’(回心)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그는 루쉰의 문학은 유학 시절 일본의 문단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데 루쉰 이전의 루쉰, 즉 저우수런은 19023월부터 일본에서 유학하다가 19098월에 귀국했다. 이는 1881년생인 루쉰이 21살부터 28살까지 7년 남짓한 기간 동안 메이지 시대(1866~1912) 말기를 온몸으로 함께했음을 보여준다. 이십 대는 지적 독서가 그야말로 집중되는 시기로 이때를 사상의 기초가 뿌리내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케우치 요시미의 루쉰 해석은 재고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유학 시절의 루쉰에 대해서는 환등기 사건으로 국민성 문제를 사고하게 되었다는 것을 비롯한 한두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도쿄 독일어전수학교에 적을 두고 마루젠서점 2층에서 갓 수입된 서양 서적과 일본의 문인·사상가의 저서와 역서를 읽는 루쉰, 집으로 돌아와 밤새 책을 읽고 나서 그것을 취재원 삼아 중요한 글을 쓰고 동유럽의 소설을 번역한 청년 루쉰, 광인일기를 통해 문단의 귄위가 되기 이전의 저우수런(周樹人)을 그려볼 수 있게 한다.

 

청년 루쉰의 독서 이력을 통해 메이지 일본을 관통한 서양 사상을 확인하다

일본 불교대학에 재직 중인 중국인 학자 리둥무(李冬木)의 논문 11편이 실린 루쉰을 만든 책들 루쉰과 일본연구의 집대성이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저자는 루쉰이 일본에서 유학한 시기를 저우수런에서 루쉰으로 변신하기 전 시기로 보고, 그 변신이 메이지 말기 일본의 문단 및 학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근대 초기의 서양 사상이 일본을 거쳐서 중국에 도달했다는 것은 이제 공히 인정되고 있으나 서양 사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본을 거쳤는지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루쉰 역시 일본을 거쳐 서양 사상을 받아들였음을 보여 주는 이 책은 유학 시절 루쉰이 쓴 문장의 취재원이 된 메이지 일본의 문인·사상가의 저서, 역서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청년 루쉰은 일본인이 쓰거나 번역한 책을 그대로 발췌, 인용, 심지어 도용하면서 사람 세우기’(立人)와 관련한 초기 산문을 써 내려갔다. 서양 사상이 일본을 거쳐저우수런에게 도달한 것이 분명하다면 작가 루쉰의 탄생과 메이지 말기의 일본은 무관할 수 없다.

필명인 루쉰으로 광인일기를 발표하기 이전의 루쉰은 일본 유학 기간에 사람 세우기관련 산문, 악마파 시의 힘에 대하여(1907), 문화편향론(1908) 등을 쓰고 같이 유학하고 있던 동생 저우쭤런(周作人)과 함께 7개국의 단편 16편을 번역하여 역외소설집(1909)을 출판했다. 지금까지는 이 시기의 성과에 대하여 이미 문단의 권위가 된 루쉰으로 저우수런이었던 시기의 루쉰을 해석해 왔다. 즉 그가 일본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누구를 만났으며 어떤 책을 읽었는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요컨대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광인일기발표 이후의 루쉰이 아니라 유학 시절의 청년 저우수런으로 되돌아가서 그가 보고 읽고 인용하고 도용한 책들을 검토하고 그가 이 과정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즉 루쉰이 소장했던 도서 목록과 목록에는 없지만 읽었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되는 책을 발굴하여 그것을 당시 루쉰이 쓴 글의 취재원으로 확정하고 이로써 메이지 일본 문단과의 영향 관계를 살펴본다.

 

루쉰의 광인일기창작은 메이지 말기 일본 문단과의 조우에 힘입었다!

저자 리둥무는 루쉰이 구체적으로 어떤 독서 과정을 통해서 진화, 개인, 광인이라는 개념을 형성했는가를 보여준다. 루쉰은 옌푸의 천연론뿐만 아니라 가토 히로유키의 강자의 권력의 경쟁, 오카 아사지로의 진화론 강화를 통해서 진화개념을 받아들였다. 또한 개인개념은 니체와 슈티르너의 원저작보다는 메이지 문단의 구와키 겐요쿠, 다카야마 조규, 도바리 지쿠후, 사이토 신사쿠 등이 해설한 니체와 입센 그리고 게무야마 센타로의 무정부주의자 슈티르너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 구성되어 갔음을 보여준다.

저우수런이 어떻게 루쉰이 되었는가를 살피는 작업의 최종 목적은 광인일기가 어떻게 창작될 수 있었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지나인 기질의 저자 하가 야이치 등의 식인 관련 언설과 그 밖의 광인 언설이 그 창작 배경으로 제시된다. 문학 텍스트로는 지금까지 알려진 고골의 광인일기번역 외에도 마쓰바라 니쥬산카이도의 광인일기, 고리키의 두 광인, 안드레예프의 붉은 웃음의 일본어 번역 그리고 러시아문학 평론에 열심이었던 노보리 쇼무 등이 루쉰의 광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루쉰이 유학하던 시기의 메이지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승리로 한껏 고무되어 국가주의의 광란 속에 빠져들어 있었다. 리둥무는 청년 루쉰이 메이지의 국체를 수용하거나 비판한 일본의 문인 및 사상가의 저술과 평론, 번역 작품을 읽고, 이를 통해 작가 루쉰의 탄생을 가져온 광인의 추형이 완성되었다고 본다. 다케우치 요시미와 달리 저자는 루쉰이 메이지 말기의 문단과 조우함으로써 광인일기의 창작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근대 초기 동아시아의 문학과 근대의 형성을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

이 책은 근대 초기의 우리 문학을 연구하는 데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우리의 근대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근대 초기 우리의 문인들 역시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그들은 그곳에서 수입된 서양 서적과 일본 책들을 읽은 것은 물론 중국어(한자)로 번역되어 일본에서 출판된 책들도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시도한 것 같은 방법으로 우리 문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떤 생활을 했는지에 대해 연구한 성과는 없는 듯하다. 근대 초기 문인들에 대한 일본 문단의 영향력을 보다 더 강조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본 문단과 언론계가 생산한 출판물을 통해 우리의 근대를 구성하고자 한 것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메이지 일본 문단의 모습을 대단히 구체적으로 그려 준다. 반식민지 중국에서 건너온 유학생 루쉰이 우연히 조우하거나 의식적으로 선택한 모습이다. 메이지 일본의 절대적인 영향력 속에 있으면서도 자신(중국)에게 필요한 개념을 구축하고자 고투했던 루쉰을 통해서 당시 우리는 누가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을 통해 어떻게 근대근대문학을 구성하고자 했는지를 상상하게 하고, 관련 연구 의욕을 촉발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근대의 온갖 문제의 소재, 어쩌면 그것의 근원일지도 모르는 장소에 대해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자면 우리의 문인들이 어떤 책을 읽고 발췌하고 인용, 도용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고 부정했는지를 꼼꼼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저우수런이 읽은 책들을 우리의 문인들도 읽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 문학과 관련한 연구 성과도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외에 한중일 동아시아 근대 초기의 문화, 근대의 형성에 관해 관심이 있는 연구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들에게 필요한 메이지 말기의 일본 문단과 언론계 상황에 대한 많은 실증적 자료가 제시되어 있다. 특히 진화론이나 개인주의와 관련하여 당시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지금은 일본에서조차 거의 잊혀진 인물과 저작들이 생생하게 복원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