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로 여행하는 중국

<슈퍼차이나>의 중국 인식과 문제점

ycsj 2021. 7. 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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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015 특별기획슈퍼차이나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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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중국 붐과 관련해 2013년이 ?정글만리?의 해였다면, 2015년은 <슈퍼차이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작팀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7편, 스튜디오 토론까지 더한다면 “총 8편에 총 450분”의 방송 시간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2주간 목금토일 황금시간대에 연속 방영”하는 “과감한 편성”을 함으로써,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박진범, 2015: 10)하면서 국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궈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관심을 보이며 “10여 개의 주요 매체가 제작진과 한중 양국의 전문가를 직접 취재해 기사를 내보냈다.” “TV판 중국 대백과사전”(KBS<슈퍼차이나>제작팀, 2015: 372)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는 “<슈퍼차이나>는 총 7편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분야별로 중국의 부상을 속속들이 보여줌으로써 변화하고 있는 중국을 보다 자세하고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했다.”(KBS<슈퍼차이나>제작팀: 372) 나도 학생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했고 그 가운데 일부를 수업시간에 보여주고 보고서를 받기도 했다.

 

1) <슈퍼차이나>의 중국 인식

<슈퍼차이나>는 장점이 많은 텍스트다. 이 방영물은 그동안 한국인들의 중국 인식의 맹점에 자리하고 있던 중국의 ‘팩트’들을 들여다보고 조사하고 취재하고 중국의 실체를 확신하면서 그걸 ‘슈퍼차이나’라고 명명한 것이다. 현실사회주의권이 몰락하면서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을 ‘슈퍼파워’라고 명명한 것이 30년도 되지 않았는데, 현실사회주의권에 속했으면서도 페레스트로이카보다 10년 먼저 개혁개방을 시행한 사회주의 중국이 40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슈퍼차이나’로 명명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슈퍼차이나’로 명명한 이유를 텍스트를 통해 살펴보자.

우선 제작팀은 ‘차이나 파워’에 초점을 맞춘다. ‘중국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이는 부제이기도 하고 프롤로그의 표제이기도 하다. 7편의 다큐멘터리 편명들로 미뤄보면 이것은 단연 경제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되어 파워가 생겼다는 것이다. 각 편명들을 살펴보면, 1편 세계 최고의 소비력, 13억 인구의 힘, 2편 짝퉁을 넘어 세계 1위로, 중국 기업의 힘, 3편 지구촌을 집어삼킨다, 차이나 머니 파워, 4편 막강한 군사력으로 패권을 노린다, 팍스 시니카, 5편 땅이 지닌 잠재력, 대륙의 힘, 6편 문화 강국을 향한 전략, 소프트파워, 7편 중국식의 강력한 지도력, 공산당 리더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구, 기업, 경제, 군사, 땅, 공산당이라는 다양한 프레임으로 분석”(9)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경제라는 틀을 거대 인구에 기반을 둔 소비력과 기업 성장, 차이나 머니, 자원 등 다른 측면으로 관찰하고 있고, 거기에 경제력에 기반을 둔 군사력과 중국의 최종 심급으로서의 공산당을 덧붙이고 있다. 결국 가난한 ‘짱꼴라’에서 부유한 ‘유커(遊客)’로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중국 인식이라는 각도에서 보면, <슈퍼차이나>의 가장 큰 강점은 21세기 주류 매체랄 수 있는 TV라는 매체를 통해 방영한 것이다. 그것도 EBS가 아니라 KBS에서 제작 방영했고 다큐멘터리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0%를 웃돌았다는 사실은 중국을 비중 있게 다루어서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는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점을 들 수 있다. ‘부자 되세요’ 광고 카피 이후 온 국민이 부동산 투기와 주식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잘 먹고 잘 살자’의 21세기 버전인 ‘먹방’, ‘쿡방’의 유행에 휩쓸리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한 중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돈벌이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눈이 번쩍 뜨이는 신세계였다. 개혁개방 이전 한국에 몰려온 약장수 조선족으로부터 비롯된 3D업종에 종사하는 수많은 중국인들, 그리고 유학생들로 이루어진 현실 속의 중국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호감의 대상이 아니었던 중국인들이 한국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으로 변모한 것은 바로 그들의 구매력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슈퍼차이나>의 설득력을 뒷받침해준 것은 통계 수치 등 ‘팩트’에 근거한 정보 제공이었다. 첫 편 시작하면서 ‘알리바바’ 사용자 수부터 시작해서 13억 5,000만 명의 인구, 연간 4억만 대의 모바일 판매량, 6,000만 개가 넘는 기업,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도시 13곳 등의 수치(18-19)는 한국인들이 중국의 ‘규모’를 인식하는 데 구체적인 틀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수치는 자연스레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이 된 중국은 우리 기업도 도전해볼 만한 매력적인 시장”(21)이라는 진단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2014년 11월 11일 알리바바의 싱글데이 할인 이벤트 매출액이 10조원을 상회한 것을 “중국의 소비력이 미국을 넘어선 것”(23)으로 해석하면서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이미지 메이킹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세계 경제규모 2위’에 올랐고 연 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중산층 인구가 3억 명을 돌파했고 10억원 이상의 현금을 가진 자산가도 240만 명, 2020년에는 중산층의 규모가 7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26), 그리고 중국 관광객들이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쓴 돈만 14조 2,000억 원 가까이 된다”(53)는 통계 등은 한국인의 돈 벌기 마인드를 자극하기에 충분할 ‘팩트들’인 셈이다.

<슈퍼차이나>가 한국인의 중국 인식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국 사회 작동의 최종심급에 자리한 중국 공산당을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편성한 것이다. 한중수교 전후 일반 대학 교수들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직책이 교무(校務)위원회 주임이었다. 한국 교수들 눈에는 ‘옥상옥’처럼 보인 그 직책은 바로 중국 공산당의 해당 대학 지부의 총서기였던 것이다. 사실 ‘당이 모든 것을 지도한다’라는 기제를 이해하는 것은 일반 한국인의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기에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렸고, 지금도 이 부분에 대해 갸우뚱하고 있을 한국인이 많은 상황에서, “모든 힘을 응집해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중심에는 ‘중국 공산당’이 있다”(315)라는 진단은 확실히 한국인의 중국 이해를 한 단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일반 간부에서 중앙 간부가 될 확률은 1만 4,000분의 1이며 최소 23년이 걸린다”(323)라는 지적은 일반 한국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시진핑은 1974년 공산당에 입당”한 이후 “40년이 지난 2013년에 국가주석에 오르기까지 그가 거친 직책만 16개이며 통치한 지역 인구수는 1억 5,000만 명에 이른다.” 그는 “지난한 시간 동안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물”(324)인 것이다. 다른 국가에서 이를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민주적’이라고 하는 시스템을 통해 선출한 지도자들의 무능과 부패를 떠올리면, 그 비판의 목소리가 타당한지, 다시 말해 이른바 ‘민주적’ 시스템이 타당한지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 마오쩌둥 시절의 중국 공산당은 노동자, 농민, 병사의 정당이었지만, 지금은 자본가, 기업가, 자영업자도 입당할 수 있다.

 

2) <슈퍼차이나> 중국 인식의 문제점

인문학/문화연구의 관점에서 볼 때, <슈퍼차이나>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현재 한국의 중국연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조응하고 있다. “경제건설 노선의 확립과 정치 제도화는 이미 개혁개방의 오랜 시간을 거치며 안정화해 온 데 비해, 사회 분야의 변화는 걸맞는 변화가 없던 것이 이제 그 시간 격차의 문제로 나타났다고 평가할 수”(백승욱장영석조문영김판수, 2015: 3) 있다. 바꿔 말하면, 개혁개방 이후 경제 분야가 변함에 따라 정치 분야는 ‘급속히’ 변했고 그 변화가 장기화됨에 따라 나름 안정된 반면, 사회 분야는 ‘서서히’ 변화함으로써 이제야 ‘문제화’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더욱 상층에 위치하기에 ‘더욱 서서히’ 변화하는 문화/이데올로기 분야는 그러기에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슈퍼차이나>에는 이것이 부재한다. 즉 사회와 문화에 대한 심층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돈 벌기 대상인 중국을 한껏 부풀리다가 군사 강국 편에서는 미국의 시각으로 보이는 표현들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중국은 자주 분쟁을 만들며 주변 국가를 당황하게 하고 있다. 분쟁 수역에서 고기를 잡다 중국군이나 해경에 붙잡힌 베트남 어민은 물건이나 잡아놓은 물고기를 빼앗기기도 하고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183) 중국을 분쟁 조장 당사자로 설정하고 주변국 어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국가로 설정하고 있다. 사실 중국 어민의 불법 조업에 대해 한국이 취하는 태도도 중국과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기 성찰이 부재한 타자 인식은 표층 지적에 그칠 뿐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다음으로 불철저한 다원주의 관점을 지적할 수 있다. ‘미디어 제국을 꿈꾸는 중국의 야심’을 언급하면서 “서구는 중국의 중화사상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재단하지만 사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우월의식은 중화사상 못지않다. 그들에게 비서구는 개화의 대상이다.”(279)라고 진단할 때는 균형 잡힌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런가하면 ‘세계로 파고드는 중국 문화의 확산 전략’을 언급할 때는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전략이 마찰과 견제를 불러일으킨 결과”(269), “중국 공산당의 개입에 우려”(270), “점차 강해지는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나 반목” 등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서구적인 시각을 그대로 작동시키기도 한다. 물론 중국의 문화국족주의는 여러 논자들에 의해 일찌감치 지적되고 있는 현상이기는 하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슈퍼차이나>에는 중국의 출로에 대한 전망이 부재하고, 대안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저 현상 분석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슈퍼차이나’가 한국인들의 돈벌이에 중요한 이웃으로 부상했다는 메시지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달하고 있을 뿐 중국이 어디로 갈지, 그리고 중국의 출로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물론 중공 오랑캐의 이미지로부터 ‘슈퍼차이나’의 중심에 위치한 중국 공산당을 읽어내 일반 한국 시청자들에게 전달한 것은 큰 성과지만 출로와 대안에 대한 전망은 부재하다. <슈퍼차이나> PD 중 한 명인 김영철은 “중국은 동북아를 넘어 세계의 패권국으로 가기 위한 길을 걷게 될 것”(김영철, 2015: 13)이라 표명한 적이 있는데, 이런 언급은 기존의 헤게모니 관점을 되뇌었을 뿐 참신한 전망이라 명명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PD 박진범은 <슈퍼차이나>의 성공요인으로 “6개항의 프레임, 공정객관성, 다양한 시각, 제작비 조달의 순수성, 영상미, 영상의 힘”을 꼽고, 특히 “이전 서방의 작품과 결이 다른 작품을 외국의 주류매체가 제작”(박진범, 2015: 10)했다는 점을 꼽았는데, 이는 자화자찬의 성격이 다분한 자평이다. 후 3항은 차치하더라도 앞의 세 가지는 제작 의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부언할 것은, <슈퍼차이나>의 중국 인식은 ?정글만리?보다 한 걸음 진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진전을 한국의 중국학 연구자의 공로로 돌리고 싶다. 바로 <슈퍼차이나>에 등장하는 여러 인터뷰이(interviewee)들이 그들이다. 이들 덕분에 <슈퍼차이나>의 중국 인식은 ?정글만리?보다 한 걸음 전진할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