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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를 청산하는 방략: <낭야방(瑯玡榜)> 세독(5)

ycsj 2022. 7. 12. 10:05

4) 적폐 청산 3단계: 적염군 사건의 명예 회복

적염군 사건을 뒤집는 일은 매장소/임수 개인의 소망인 동시에 적폐 청산을 마무리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적염군 사건은 하강과 사옥이 공모했고 황제가 최종 판결을 내렸다. 먼저 하강은 서생 이중심을 시켜 하동이 소지한 섭봉의 편지를 모방해 구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위조한다. “사령관 임섭이 역모를 꾀하는 것을 내가 발견했다. 비밀 누설을 막기 위해 나를 사지에 몰아넣었다. 구원 바란다!”라는 섭봉 명의의 위조 편지였다. 사옥은 섭봉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천릿길을 달려가 막 북위의 주력군과 사투를 벌인 적염군을 습격해 섬멸하고는, 이중심이 위조한 섭봉의 편지를 적염군 역모를 고발한 증거로 삼아 섭봉이 임섭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황제에게 아뢴다. 그리고 임섭이 황장자 기왕을 황제 자리에 올리려 했다고 날조해 기왕에게 사약을 내리게 하여 자신들의 세력을 공고히 한다. 기왕은 현경사 폐지를 주장했었고 황제는 친아들 기왕의 위세가 커지는 것을 마뜩잖게 생각하던 중, 이를 눈치챈 하강이 사옥과 공모해 기왕과 임섭의 역모죄를 조작한 것이다. 위조 편지를 쓴 이중심을, 하강은 하동이 알지 못하도록, 사옥에게 처리를 암시하고 사옥은 탁정풍을 시켜 이중심을 죽인다. 이로써 둘 사이에는 철의 연대가 구축되었다. 이런 사실을 매장소는 감옥에 있는 사옥을 만나 이해득실을 설명해 실토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옥이 유배형을 떠날 때 매장소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신의 죄과를 세밀하게 적어 부인 리양 장공주에 맡겨 하강의 위협에 대비한다.

적염군 사건 명예 회복의 어려움은 하강과 사옥의 음모를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황제가 내린 최종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므로 진정한 명예 회복은 황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건 진상을 재조사하라는 칙령을 내리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황제 전제 국가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매장소와 정왕은 황제의 생일잔치에서 장공주의 고발과 군신들의 재청(再請)을 등에 업고 황제를 압박하여 적염군 사건 재조사의 성과를 만들어 낸다. 이는 정왕이 황제로 등극해 적염군 사건을 재조사하는 것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5) 몇 가지 교훈

하려고만 하면 방법은 있기 마련(只要想做, 辦法總是有的)”. 이 말은 매장소가 정왕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정생 구출 문제를 거론하며 한 말이다. 액유정에 갇힌 아이를 꺼낼 수 없음을 익히 아는 정왕과 예황이 지켜보겠다라며 반신반의하지만, 매장소는 예황의 비무초친대회에서 만일을 위해 배치해둔 백리기를 격파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액유정의 세 아이를 구출해낸다. 물론 그 가운데 하나가 정생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는 의지와 방법을 가리킨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관철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매장소는 적염군 역모 사건의 진상을 바로잡고 가문의 누명을 설욕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려고만 하면 방법은 있기 마련이라는 낙관적 희망을 품고 12년에 걸친 심모원려의 준비와 신기묘산의 계책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임해 우여곡절 끝에 목표를 달성한다.

그 밖에도 심리전에 능하고 정보에 밝다. 이를테면 황제가 정왕을 경국공 사건의 주심으로 임명할 때, 황제에게 다른 인선이 없었고 정왕을 그다지 아끼지 않기에 비난받을 수 있는 사건의 주심으로 임명하는 것을 알지만, 이를 계기로 정왕이 정무에 첫발을 내딛게 한다. 정왕이 경국공 사건의 주심을 맡으면, 인심을 얻을 수 있고 위엄과 명망을 세울 수 있으며 재주와 능력을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보에 밝다. 특히 정왕을 도와 국가를 이끌어갈 인재(이른바 純臣 또는 良臣)를 물색해 정왕에게 제공한다. 순신과 양신들은 자연스레 세를 구축해 정왕의 편에 서게 된다.

# 에피소드

갑자기 위급을 고하는 파발마가 외적의 침입을 알리고, 이를 격퇴하는 마지막 회는 에피소드에 해당한다. 결국 매장소는 임수로 돌아가 임무를 완수하고 짧은 생애를 마감한다. 황제 자리에 오른 정왕은 임수를 기려 그가 지휘했던 부대에 장림군(長林軍)’이라는 휘호를 내린다. 이는 <낭야방2: 풍기장림(風起長林)>에서 정생이 장림왕으로 나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단초를 제공한다.

드라마에 몰입한 시청자라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명장면이 몇 개 있다. 예황이 임수를 확인하는 장면, 임수가 섭봉을 인지하는 장면, 매장소와 정비가 처음 대면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정사 장면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흔한 키스 장면 하나 없이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을 진솔하게 표현한 것은 그런 장면을 당연한 양념으로 여기는 현대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