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로 여행하는 중국

적폐를 청산하는 방략: <낭야방(瑯玡榜)> 세독(4)

ycsj 2022. 7. 8. 09:13

3) 적폐 청산 2단계: 하강 타도

 

(1) 위쟁 구출: 하강의 이간책과 매장소의 장계취계

 

하강은 사옥이 투옥된 후 등장한다. 장기간 폐관 수련 후 복귀하자마자 하동(夏冬)이 당쟁에 연루되었음을 질책하고 황제의 윤허를 받아 사옥을 면회해 자신과 사옥의 연대에 함구할 것을 요구한다. 하강은 정보부 수장답게 주도면밀하다. 적염군 사건 이후 10년이 넘었음에도, 어려서부터 기왕을 따르던 정왕을 예의주시하고 적염군 잔당 색출에도 소홀함이 없다. 특히 후자에 대해 적염군 주요 장수들이 팔찌를 끼고 있는데 그중 2인의 팔찌를 찾지 못했기에 계속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재민 구제(賑災)와 관련된 뇌물 사건으로 황제의 총애를 잃은 예왕은 진반약의 소개로 하강과 연대하게 된다. 하강은 연대의 선물로 두 가지를 내놓는다. 하나는 매장소/임수의 부장 위쟁(衛崢)을 사로잡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왕과 매장소를 이간하는 일이다. 하강에게는 공식 기구인 현경사와 비선 조직인 홍수초(紅袖招)가 있다. 전자는 정보기관으로, 기왕이 황제에게 폐지를 건의했었다. 그걸 알아차린 하강은 기왕이 즉위하면 현경사 폐지를 추진할 것으로 예측하고 기왕을 제거하기로 맘먹는다. 홍수초는 진반약이 관장하는 활족(滑族) 조직으로, 진반약의 스승인 선기(琁璣) 공주가 조직해 진반약이 물려받았다. 황제 소선은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활족과 연합한 후 활족을 독립시켜주겠다는 언약을 지키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활족의 영롱(玲瓏) 공주와 관계를 맺는데, 향빈(香嬪)으로 출현하는 예왕의 생모가 바로 그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예왕은 반란을 도모한다. 선기 공주는 액유정에서 지내면서도 활족 여성들을 조직하고 하강 부부의 호감을 사 액유정을 나와 하강을 유혹해 내연 관계를 맺게 된다. 이로 인해 하강은 조강지처 및 아들과 헤어진다.

하강은 위쟁이 약왕곡 소천추(素天樞)의 양자 소현(素玄)으로 신분을 바꾸었음을 알아내고 제자 하추(夏秋)를 매복시켜 사로잡게 한다. 아울러 정비의 시녀 샤오신(小新)을 시켜 정왕과 매장소를 이간질한다. 공교롭게도 매장소는 병이 도져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두 가지 공작은 성공을 거두었고 정왕은 매장소를 불신하면서 스스로 위쟁을 구하기로 맘먹는다. 하지만 뚜렷한 방법은 없고 무모하게 현경사로 쳐들어가 하강이 쳐놓은 그물에 뛰어들 생각이다. 결국 매장소는 정왕을 설득하고 마침 위쟁을 구하러 온 약왕곡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대리시(大理寺)에 갇힌 위쟁을 구출해내면서, 장계취계(將計就計)하여 하강과 예왕을 곤경에 빠트린다.

하강과 예왕의 계략은 주요하게 정왕의 심성(心性)에 초점을 맞추었다. 위쟁을 사로잡아 현경사에 가두면 그 소식을 들은 정왕이 위쟁을 구하려고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이고 하강과 예왕은 그 행동을 약점으로 잡아 정왕을 함정에 빠트리는 이른바 마음을 공격(功心)’하는 심리전이다. 그리고 그런 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정왕에게서 매장소를 떼어놓아야 했고, 일단 정비까지 연루시킨 이간책은 성공을 거두었다. 정왕은 매장소와 연결된 비밀통로를 차단하게 되고, 위쟁 구출에 반대했던 매장소는 부득불 정왕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위쟁 구출 작전을 세운다. 이렇게 매장소와 하강의 첫 번째 대결이 성사된다.

하강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위쟁을 사로잡아 현경사 뇌옥에 가두어 정왕이 구출하러 오게 하는 미끼로 삼고, 정왕의 구출이 임박해서 위쟁을 대리시 감옥으로 빼돌리고 현경사 감옥에 온 정왕 일행을 폭사시키는 것이었다. 매장소는 하강이 위쟁을 사로잡은 의도를 파악했기에 그에 맞춰 신기묘산의 계획을 짜서 위쟁을 구하고 하강에게 타격을 입힌다. 그러나 하강은 만만치 않다. 위쟁을 빼앗긴 후 바로 황제에게 달려가 고변(告變)해 정왕을 소환케 한다. 아울러 예왕은 정비의 시녀 소신을 통해 알아낸 정보정비가 신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것를 언 황후에게 알려주어, 한쪽에서는 황제 앞에서 정왕이 위쟁 구출에 연루되었다고 몰아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황후가 정비의 처소를 수색해 신비의 위패를 찾아내게 한다. 두 가지 일은 누가 봐도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완벽한 계략이었지만 예왕과 하강이 모르는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신비의 위패는 황제가 정비에게 지시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예왕이 기대했던 상승효과는 오히려 정왕에 유리하게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정왕은 일단 혐의를 벗는다. 이후 하강은 황제의 윤허를 얻어 매장소를 현경사로 압송해 심문한다. 이 과정에서 하강은 매장소가 기왕(祁王)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확신하지만, 매장소의 사전 안배하동이 위쟁을 압송하는 장면을 기왕(紀王)이 목격하게 하는 등로 황제는 하강을 불신하게 되고 급기야 현경사를 봉쇄하고 하강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황제가 격노한 원인은 역대로 황제에게만 충성해온 현경사가 예왕과 작당해 당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전 사설 화약 공방 폭파사건도 예왕의 교사였음이 밝혀지자 황제는 하강뿐만 아니라 예왕까지 내치게 된다. 이로써 매장소는 하강과의 1차 대결에서 완승한다.

 

(2) 예왕의 역모

 

하강이 투옥되고 화약방 폭파사건으로 2주친왕으로 강등된 예왕은 실의에 잠겨 술로 세월을 보낸다. 그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하강과 진반약이다. 특히 진반약에게는 스승 선기공주가 남겨 준 금낭(錦囊)이 있었는데, 이를 하강과 함께 열어보니, 다름 아닌 예왕의 생모인 상빈(祥嬪), 즉 영롱공주가 예왕에게 남긴 편지였다. 자신이 활족임을 인지한 예왕은 3월 구안산(九安山) 봄사냥(春獵) 때 황제와 정왕이 궁궐을 비운 사이, 황후의 조령(詔令)으로 금군을 장악하고 인근의 경력군(历軍) 5만을 임의로 동원해 황제와 정왕을 공격하는 모반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또한 매장소와 정왕의 적절한 대응행궁을 사수하고 기성군(紀城軍)을 동원을 통해 수습되었고, 사로잡힌 예왕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3) 하강의 최후 반격

 

예왕이 수도를 장악한 틈을 타 감옥에서 풀려난 하강은 다시 월빈을 통해 황제에 선을 넣는다. 그 내용은 다름 아닌 매장소의 정체가 임수라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기에 황제는 그 말을 반신반의하면서 진위를 검증하고, 마지막에는 매장소와 하강을 대질심문한다. 그 자리에서 매장소는 심리전을 통해 의연하게 위기를 벗어나고 격분한 하강은 매장소를 공격하다가 근위대에 제압당한다. 하강은 끌려 나가면서도 잘못 죽일지언정, 실수로 놓쳐서는 안 된다(寧可錯殺, 不可錯放)”라고 하면서 마지막까지 황제의 마음을 공격한다. 의심 많은 황제는 매장소에게 독주를 내리지만, 정왕이 저지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