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한밤중(子夜)> (6)

ycsj 2015. 5. 29. 22:20

  

마오둔은 관찰자의 시선으로 19305월부터 7월까지 상하이 공채거래소와 위화 제사공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의 주역인 자본가와 노동자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21세기 한국과 중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본주의는 일상이고 공기와 같아 오염되어도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1930년대 상하이에서도 자본가와 노동자의 근본적인 모순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자본가 내부에서도 대자본가와 중소자본가 사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고, 특히 산업자본가와 금융자본가 사이에 주요한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경이롭다. 물론 노동자 내부에서도 각성한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사리사욕을 위해 자본가의 주구 노릇을 하는 이들까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작가는 이들을 파노라마처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밤중에서 독특한 점은 작가가 자신의 현실 인식을 작중인물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판보원(范博文)과 리위팅(李玉亭)이다.

판보원은 시인이고 리위팅은 경제학 교수인데, 이 두 사람은 상당히 정확한 현실 인식을 가지고 있다. 판보원이 우나으리의 죽음에서 봉건 잔재의 풍화를 직감한 것이 작가적인 직관에 기초한 것이라면, 장쑤쑤(張素素)가 던진 이 사회가 어떤 사회인 것 같냐는 질문에 대한 리위팅의 대답, 금융계의 거물과 공업계의 거두가 모여 있는 우쑨푸의 응접실을 중국 사회의 축소판으로 비유하고 상하이에 오자마자 숨이 끊어지려 하는 우나으리를 사라지는 봉건시대의 상징으로 비유하면서 대조시키는 리위팅의 언변은 경제학자의 정세감각에 기초하고 있다. 곳곳에서 보이는 두 사람의 현실 인식의 정확성은 날카로운 분석력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판보원이 우나으리의 뇌출혈의 원인을 추정하는 장면이라든가, 리위팅이 정세를 분석하는 장면은 그들의 논리적인 분석력을 증명하는 예이다.

그러나 현실 인식은 가치 지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가치 지향의 지도를 받는 현실 인식과 현실 인식에 기초한 가치 지향은 변증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판보원과 리위팅은 가치 지향의 측면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들은 반봉건(反封建)의 측면에서는 공통된 가치 지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직업과 기질의 차이로 인해 당시 상하이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세계에 대해서는 태도가 달랐다. 로맨틱한 시인인 판보원은 자본주의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문상객들이 모여서 공채에 대해 갑론을박하면서 시끄럽게 떠들자 그는 투기의 열광이여! 투기의 열광이여 ! 그대 황금의 홍수여! 범람하누나, 모든 제방을 무너뜨리고.”라는 식으로 조소한다. 또한 장례식 날 으슥한 곳에서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춤을 추는 쉬만리(徐曼麗)의 모습을 보고는 이것은 저들의 죽음의 춤이야. 농촌은 갈수록 파산하고 도시의 발전은 갈수록 기형적으로 변해 가네. 금값이 오를수록 쌀값도 오르고, 내전의 포화는 더욱 왕성해지는데, 농민의 폭동 역시 더욱더 퍼져 간다네. 그러나 저들, 돈 있는 자들의 죽음의 춤은 갈수록 더 미쳐만 간다네!”라고 냉소적으로 노래한다. 이러한 풍자는 그가 돈 있는 자들속에 속해 있지 않았고, 그리고 그들 속에 편입되고 싶어 하지도 않는 자세에서나 가능한 비판인 것이다.

이에 반해 냉철한 이론가인 리위팅은 금융자본가가 산업자본 쪽으로도 세력을 확장하려고 하는 속셈을 알아차리고,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금융자본가와 산업자본가가 협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쑨푸에게 미리 그 정보의 일부를 알려주면서 넌지시 충고했다. 그러나 우쑨푸와 자오보타오의 대립이 근본적으로는 경제적 측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첨예한 정치적 노선의 차이로 인한 것도 개재되어 있음을 간파했다. 그는 주인추, 우쑨푸, 자오보타오로 대표되는 중소자본가, 민족자본가, 매판자본가의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노동자 농민계급에 대응하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우쑨푸의 부탁을 받고 자오보타오와 협상하러 갔다가 실패한 후 돌아오면서 공산당 전단을 보고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쑨푸가 주인추의 목을 조르고 자오보타오는 뒤에서 우쑨푸의 머리를 움켜쥐고 결사적으로 싸우고 있다. 그들은 옆에서는 누군가 칼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것에는 정신 팔 겨를도 없다.” 이러한 괴이한 환상을 인식하는 순간 리위팅은 자신의 생각이 실현 불가능함을 깨닫고는 스스로 자오보타오를 선택한다. 이처럼 이들은 궁극적으로 타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와 자본가에 대한 비판의 강도에 차이는 있지만 그들의 생활은 자본가를 둘러싸고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933년 발표된 마오둔의 한밤중을 통해 1930년대 상하이를 재구성해보았다. 1930년대의 상하이의 인물들은 당시 사회의 총체적 모순과 연결되어 있다.한밤중1930년대 상하이를 무대로 삼아, 자본가와 노동자의 갈등의 본질을 깊이 있게 해부했을 뿐만 아니라 민족 산업자본가와 매판 금융자본가, 대자본가와 중소자본가의 갈등도 사실적으로 밀도 있게 파헤쳤다. 나아가 신유림외사(新儒林外史)’라고 일컬어질 만큼 당시 상하이의 다양한 지식인 군상을 예리하게 풍자했다. 이 작품은 당시 반봉건반식민적 성격이 주요한 측면이었던 중국사회의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났던 대도시 상하이와 한 농촌을 배경으로 좌와 우, 중국과 외국의 대립을 주축으로 하는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민족 내부와 계급 내부에서 진행된 계층별 첨예한 암투를 반영하고, 그 결과 중국에서의 민족자본가가 어떻게 파멸되어 갔는가와 중국의 농촌과 농민이 어떻게 황폐화되고 몰락해 갔는지를 총체적으로 재현했다.

 

첨부파일 바이상하이 485호_임춘성 교수님.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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