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중국드라마] 『삼국(三國)』(高希希, 2008, 95회)

ycsj 2012. 2. 5. 11:34

비판적 계승. 선구자와 후래자가 대의를 얼마만큼 공유하고 얼마나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최근 새로 제작된 삼국(三國)(高希希, 2008, 95)은 기존의 삼국연의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로 시작해 제갈량의 죽음으로 끝나고 나머지는 여담처럼 진행됐던 것과는 달리, 조조에서 시작해 사마의로 끝나면서 주제를 '기다림'으로 잡고 있다. 천하를 통일하려 동분서주하던 조조는 적벽의 패배를 계기로 '사후래자'의 단계로 들어간다. 그는 사마의의 건의를 받아들여 더 이상 정벌에 나서지 않고 역내를 안정시키며 후사(後嗣)에 치중한다. 결국 '삼국' 이야기의 결말은, 조조 때부터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조비-조예 등에게 경계의 대상이었던 사마의가 은인자중하면서 여러 차례의 고비를 넘기고 쿠데타로 위()의 정권을 잡은 후 그 손자인 사마염에 가서 진()을 세우고 전국을 통일하는 것으로 끝난다.

물론 진 이후의 이야기는 계속되지만, 일단락된 이야기의 교훈은 준비를 하며 기다리라는 것이다. 적벽 이후 조조의 기다림과 제갈량의 지속적인 공격에 대해 지지 않는 방어로 일관한 사마의의 기다림이야말로 궁극적인 승리의 초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조조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시작한 천하통일 위업이 사마의에게 계승되어 그 손자에 의해 완성된 것을 어떻게 평가할까? '천하위공'의 입장에서 보면 성공이지만 조조는 사마의를 후래자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후손을 보좌할 사람으로만 여겼던 것이다. 반면 유비는 죽기 전 제갈량에게 불초한 아들 유선 대신 대권을 물려받아 통일 대업을 완수할 것을 당부한다. 단 유비는 마지막 순간에 교활했다. 그 판단을 제갈량에 넘긴 것이다. 조조와 유비 각각 사마의와 제갈량이 후래자의 능력을 가졌음을 알았지만 천하위공의 입장에 서지 못했던 것이다.

캉유웨이의 대동 유토피아에 준하면, 조조, 유비, 손권 등이 행정관으로 선출되어 천하의 업무를 수행하고 제갈량, 사마의, 육손 등이 그를 계승하여 행정관으로 선출되는 것이다. 요에서 순으로, 순에서 우로 넘어가듯이. 단 선양(禪讓)이 아니라 선출(選出)에 의해서.